캐주얼 럭셔리를 입은 작은 날쌘돌이, 제네시스 GV60

  • 기사입력 2021.11.05 14:3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스타일만 고급스러워진 것이 아니다. 움직임 속에 제네시스의 멋이 그대로

녹아있다. 무엇이든지 무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도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만약 당신이 전기차 구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제네시스 GV60에 대해 궁금한 게 참 많을 것이다. 그 동안 제네시스에 없었던

쿠페 형태의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가졌고,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디자인이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뒷모습을 다른 제네시스 모델들과는 조금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게다가

제네시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과감한 색상을 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여러모로 특이함을 추구한 전기차다.

제네시스는 이 차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025년부터

본격적인 전동화 모델 시대를 열어야 하는 제네시스는 이제 엔진을 버리게 된다. 그 선봉에 서는 것이

바로 GV60이고, 전기차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GV60은 제네시스 중에서 크기가 작은 편에 속하는데,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보면 전기차라는 이유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크기를 보완할

수 있는 상품성을 갖춰야 한다.

뭐 그것은 제네시스가 안아야 하는 문제고, 소비자들은 이 차가 진짜로

좋은지 그리고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인지 그것만 보면 된다. 그 동안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가 보여준 판매 성적을 보면, 제대로 된 전기차를 만든다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입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제네시스 GV60이 그만큼 좋은 자동차인지 단번에 알 수는 없지만(단시간 시승에서는 충전을 해볼 일이 없으니……), 그래도 최대한 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콘셉트카의 모습이 있다고?

제네시스 GV60의 원형이 되는 모델이라고 한다면, 2019년에 공개된 ‘민트 콘셉트’를

떠올릴 수 있다. 민트 콘셉트는 3도어 해치백 모델이고(뒷자리 창문이 독특한 방식으로 열린다) GV60은 5도어 모델이니 그 감각은 다르지만, 외형은 꽤 많이 닮았다. 3도어 해치백이 이제는 점점 사라진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지만,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이기도 하니 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해치백과 SUV의 중간계에 존재하는 크로스오버라는 느낌이 강하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은 GV60에는 없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릴의 실루엣만 남아있다. 조금 특이한 것은, 전면 범퍼 하단이 전부 에어 인테이크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고성능 전기차를 지향하고 있으니, 그만큼 열 관리를

할 부분도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두 줄 헤드램프는 조금 두껍게 만들어졌는데, 디자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다듬은 것이리라. 깔끔함을

강조한 듯한 모양새다.

펜더가 부풀어 있어 고성능 모델임을 은연중에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측면에서 보이는 라인도 고성능과 여백을 앞세운다. 특이한 것은 측면에서 지붕을 따라 그어진 크롬 라인이다. 2열까지 부드럽게 떨어지다가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지점에서 번개를 그리듯 떨어져 있는데, 콘셉트카에 있던 그 라인을 그대로 갖고 왔다. 테일램프의 형상이

조금 아쉽지만, 그 위에 있는 리어윙이 멋을 더해주니 다행이다.

아마도 제일 걱정되는 것이 실내 디자인일 것인데, 다행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현대 아이오닉 5의 흔적을 찾는 것은 꽤 어려우니

말이다. 사이드미러 조작 유닛도 제법 신경써서 만들었고, 스티어링

휠에도 그리고 변속기에도 최신 기술이 가득이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는 햅틱 터치를 만들어서 손가락을

가볍게 쓸어내는 것만으로 음악을 넘기는 등 조작이 가능하다. 왼쪽에서는 크루즈 콘트롤을 조작해야 하니

오른쪽에만 넣은 것 같다.

시트는 편안하다. 착좌감이 좋아서 오래 앉아 있어도 몸이 불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스포츠 모드 또는 고속 주행이 되면 알아서 측면을 조여주는데, 주행의 재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 시간 상 2열은 앉아보지 못했지만, 승차감과 공간으로 미루어 보아 2열 탑승객이 불편을 호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트렁크도 제법 넓게

확보하고 있어, 짧은 기간 즐기는 간단한 캠핑 정도는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도 마음껏 쓰면서 말이다.

퍼포먼스에 편안함을 더하면

배정된 차는 녹색(상파울로 라임)이다. 이것만으로도 네 바퀴를 굴리는 ‘퍼포먼스’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고출력은 435마력에 달하고(부스트 모드는 490마력), 토크는 71.4kg-m에 달한다.

그래서인지 주행 가능거리는 368km로 일반 후륜구동 모델보다 짧다. 출퇴근길에 긴 거리를 편안하게 탈 것인지, 아니면 짜릿한 가속과

드리프트 모드(이 기능은 아쉽게도 시험해 볼 수 없었다. 일반도로에서

어떻게 사용해 보겠는가)를 즐길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구매자의 몫이다.

자, 이제 중요한 순간이 왔다. 제네시스

GV60은 ‘페이스 커넥트’와

‘지문 인식’이 있어서 키가 없어도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미리 얼굴을 등록해 놨는데도

문이 안 열린다. 햇빛이 얼굴에 정면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카메라가 얼굴 인식을 못하고 있다.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손으로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면 된다. 이마와

눈 정도만 그림자를 만들어도 문이 열린다. 여성이라면 핸드백을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통일’이다. 얼굴로 문을 열었는데, 시동은 지문으로 걸어야 한다. 얼굴 또는 지문 중 선택해서 하나로만 통일해줘도 이렇게 복잡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첩보 영화에 나오는 ‘이중 잠금’

설정도 아닐 것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여성이 심경의 변화가 와서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더니 스마트폰이 얼굴 인식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기능을 편하게 쓰려면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어쨌든 시동은 걸었고 크리스탈 스피어가 회전하면서 변속기도 드러났다. 처음에는

도심 주행이니 모드는 노멀, 회생 제동은 제일 강하게 걸고 ‘i-PEDAL’을

불러온다. 웬만한 상황은 오른발을 까딱거리는 것만으로 대응할 수 있고 평지라면 발을 떼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정지도 하니 정말 편하다. 아이오닉 5에서 충분히 겪어봤지만, GV60에서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유가 있는 주행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고속도로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 모드에 진입해 본다. 확실히

노멀 모드보다 출력을 끌어내기가 쉽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노멀 모드에서 갑자기 추월해야 되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지 말고 스티어링 오른쪽에 있는 녹색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된다. 10초 동안 최고출력을 바로 쓸 수 있으니, 자동차 한 두대 추월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확실히 퍼포먼스에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하게 보인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이 바로 승차감이다. 이전에 아이오닉 5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칭찬한 적이 있는데, GV60은 그보다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무엇보다 요철을 만나도 잘 튀어오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다. 물론 고속으로 지나가면 튀어오르지만, 그 정도는 고속 주행에서 감안해야

할 사항일 것이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생각 외로 일을 잘 한다. 이전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이 정도라면 과속방지턱을 넘는 것도 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다.

승차감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지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레이스에서 활약하는 자동차도 승차감을 고려하는

시대다. 주행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그저 단단하기만 한 서스펜션보다는 조금은 유연함을 주는 게 더 빨라진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보면 편안한 승차감에 필요할 때 뛰쳐나갈 수 있는 퍼포먼스가

결합된 GV60에 반할 만 하다.

그리고 승차감을 받쳐주는 것이 바로 오디오다. GV60은 일반 전기차보다

좀 더 조용해서 바람 소리가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되고, 만약 저렴한 오디오라면 금방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뱅앤올룹슨

오디오를 선택한 것은 꽤 잘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는 길에 시험해 보니, 곡 속에 숨어있는 리듬을 살리는 형태가 꽤 고급스럽다. 어떤 곡을

들어도 평균 이상의 소리를 내 줄 것 같다.

차체 크기와 외형 때문에 제네시스 답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리저리

흔들어보기도 하고 기능을 조작해 보니 이 차는 확실히 제네시스다. 그리고 앞으로 제네시스가 내놓는 소형차가

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굳이 두 줄에 크게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커다란 디자인 코드는 가져가고, 실내는 여백을 살리고 고급스러움을 더해 럭셔리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말이다. 고급스러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좋을 것이다.

주행거리 면에서 아쉽다는 이야기도 나오겠지만, 이제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초고속충전이 보급되고 있으니 2-30분 정도의 여유만 두면 그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 앞으로 국내에서 벌어질 전기차 싸움도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그런데

이 차는 제대로 생산될 수 있을까? 출시만 하고 막상 원할 때 손에 넣을 수 없다면, 고객의 흥미도 쉽게 식어버릴 것이다. 나중에 더 좋은 차가 나온다면, 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것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글, 사진 | 유일한

SPECIFICATION_GENESIS GV60 PERFORMANCE

길이×너비×높이  4515×1890×1580mm

휠베이스 

2900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배터리용량 77.4kWh  |  최고출력  ​​435ps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1단 감속기어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4.1 km/kWh

가격 

​​​​​​870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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