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의 시대가 멈춘 후의 혼다의 도전, 제 2의 창업기

  • 기사입력 2021.10.29 15:59
  • 기자명 모터매거진

2021년 4월, 혼다의 사장이 바뀌면서 ‘탈엔진’을

선언했다. 엔진 개발에 진심이었던 혼다가 방향을 크게 바꾼 것이다. 게다가

그걸 선언한 사장은 ‘엔진 개발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엔지니어’ 출신이다. 과연 그는 어떤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혼다의 새로운 사장, 미베 토시히로(三部

敏宏)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1987년에 혼다에 입사했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 많은 엔진 개발에

관여해 왔다. 입사 당시 그는 혼다를 ‘자유로운 회사’라고 생각했다. 세계 최초 또는 세계 제일이 되는 것을 목표로 엔지니어들이

토론을 했고, 스스로 높은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지금도

그 분위기는 남아 있어, 철저히 논의하면서 더 나은 것을 만들려고 하는 기업 풍토, 그것이 혼다의 원점이라고 보고 있다.

혼다는 엄격한 규제를 스스로 넘어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배출가스가

가장 엄격한 나라에 맞추어 엔진을 만들었고, 장애인용 자동차 규정이 없던 시절에 스스로 만들어내고 법

개정에 공헌하기도 했다. 규제에 대응하려면 당연히 비용이 드는 것이지만, 혼다는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면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는 의지로 이를 극복해왔다. 옛날부터 그렇게 지내온 혼다이기에, 새로운 사장도 거기에 감화되어 있다.

제 2의 창업기 뒤에 있는 탄소 중립

혼다는 창업한 지 어느 새 73해를 맞이했다. 그리고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라는 두 가지 사업은 안정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혼다의 큰 재산임에 분명하지만, 현재 직면하고 있는 모빌리티 대전환기에 있어 반대로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회사 규모도 커졌기 때문에 간단하게 전환하는 것도 힘들고, 당장 내일부터 바꾸자고 결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대전환기를 맞이해

‘다시 한 번 제로로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베 토시히로가 ‘제 2의

창업기’라고 외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혼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그는

“혼다는 엔진 기술이 대단한 것이 아니고, 그 기술을 만들어

온 사람이 대단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혼다가 도전해 온

‘혼다 제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기술의 대상은 달라도, 사람이 동일하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가 취임할 때, 혼다는 엔진을 버린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엔진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목표는 ‘엔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엔진을 유지하면서 실현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그러나 엔진을 개발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보아 엔진에서 탄소 중립 실현이

‘거의 불가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장이 되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사장이 되고 나서는

그 생각을 실현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일단 혼다가 선택한 것은 전기차이다. 물론 수소차도 있지만, 이 부문은 토요타가 더 앞서있다. 그렇다면 전기차를 어떻게 만들까? “전기차라면 신흥 제조사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조사와

같은 일을 해도 의미는 없습니다. 혼다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필요성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단순히 엔진이 전기 모터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혼다만의 무언가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비밀이다. 살짝 공개한 바에 따르면, 달리고 돌고 멈추는 혼다의 기본적인 운동 성능은 지켜지면서 그 안에서 ‘공간에

대한 가치’를 추구한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공간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사양에 대해서는 아직 비밀로 되어 있지만, 구상 자체는 이미 되어 있다고. 그리고 혼다 다운 두근거림이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필수다. 고객들이 자동차가 아닌 혼다를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혼다가 최근 레전드, 오디세이,

NSX의 양산을 중단하면서 실망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멀지 않은 시간 내에 혼다의 자동차를

출시한다”고 말했다. 반가운 것은 손이 닿는 가격대의 스포츠카가

포함된다는 것. 전기 시대가 되어도 혼다의 역동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또한 플래그십에 대한 꿈도 아직 버리지 않았다. 레전드와 같은 세단

형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플래그십은 다시 등장할 것이다.

다양한 모빌리티와 사고 제로가 같이 가려면

혼다는 이제 지상과 해상뿐만 아니라 하늘에도 이동 수단을 만들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혼다가 최근 발표한 ‘전동 수직 이착륙기’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혼다가 그 동안 연구해 온 다양한 핵심 기술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전개를 생각한 결과다. 생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장래의 시장 규모 등 모든

면을 검토하고, 혼다의 성장을 돕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모든 것은 2050년까지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때 혼다는 한 가지 과제를 더 수행해야 한다. ‘교통 사고 사망자

제로’다. 자동차만이라면 쉽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혼다는 모터사이클도 만들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혼다는 2000년 이후 안전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고, CMBS(충돌

경감 브레이크) 등을 적용해 왔다. 최근에는 ‘혼다 센싱’을 경차에도 적용하는 등,

안전 기술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혼다 센싱은 ‘모터사이클을 감지하고 정밀하게 인식해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응’하는데 사용한다. 그러나 모터사이클에 혼다 센싱을 붙이기는

힘들다. 그래서 모터사이클은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시스템을 추가하고 자동차에 인식하기 쉽도록 만든다.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경영의 의사’이다. 새로운 기술을 탑재하는 것은 힘들고 돈이 들지만, 경영자가 ‘포기하지 말아라’라고

해준다면, 분위기는 크게 바뀐다. 새로운 사장은 그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다는 한 때 고객을 생각하지 않고 ‘세계 최초, 세계 제일, 독창성’만을

목표로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때 혼다는 크게 악화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혼다는 ‘정말로 사용하는 사람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에게 무엇을 갖고 올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회사가 되었다. 본질을 생각해 낸 끝에 도달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고 여기에 독창성을 더하는 것, 그것이 혼다가 다른 제조사와 차별될 수 있는 지점이다.

미베 토시히로는 앞으로 혼다를 ‘사람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꿈을

실현해 주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항상 ‘도전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2050년, 모든 차세대 모빌리티에서

혼다 로고를 볼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과연 혼다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지, 모빌리티에 혁명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그의 꿈대로 될 수 있을지는

오랜 기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혼다의 제트 비행기도 30년이

넘는 개발 기간을 거쳤으니 말이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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