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에서 그리고 도로에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VS 폭스바겐 티구안

  • 기사입력 2021.10.23 21:1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번 매치에는 폭스바겐 티구안과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소환되었다. 같은 조건은 아니다. 출신과 사용하는 연료 또한 다르다. 허나 가격과 덩치는 비슷하다. 이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고민이 될 것이다. <모터매거진> 편집부는 이 두 대를 극한으로 몰아붙였을 때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주행 성능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독일차에 국산차가 도전한다. 공도에서는 한계까지 닿기 힘드니 포천에 위치한 레이싱 트랙에서 대결이 펼쳐졌다. 
글 | 편집부  사진 | 최재혁
# EXTERIOR
글 | 조현규
독일차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를 가진 티구안과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스포티지가 만났다. 폭스바겐과 기아는 같은 장르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 모양이다. 튀는 것을 절제하고 도로에 무난하게 녹아드는 티구안과 자신만의 강렬한 개성을 표출하는 스포티지의 외관을 비교할 시간이다.

먼저 폭스바겐 티구안부터 살펴보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그런데 이 말이 자동차 시장에서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말 같다. 보수적인 티구안의 디자인은 점잖고 예리한 면이 있지만 다른 경쟁 모델에 비해서 눈에 확 띄거나 개성이 넘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러한 점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이는 판매량으로 이미 증명한 부분이다. 무덤덤한 표정, 모난 곳이 딱히 없는 정석에 가까운 디자인은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매력이 있다.
눈매는 약간의 교정을 받았다. 꼬리를 살짝 빼내고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L자 모양의 주간 주행등을 심어서 한층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지게 됐다. 새로운 램프는 IQ. 라이트라는 지능형 조절 장치를 장착했다. 헤드램프가 주변의 상황에 맞추어 각도를 조절하며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도 불빛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와 밤길에도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폭스바겐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받아들였다. 더욱 넓어진 크기를 자랑하며 그에 맞추어 보닛도 더욱 높였다. 차체의 옆면을 가로지르는 진한 캐릭터 라인은 날카롭게 접어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트렁크에는 새로운 브랜드 엠블럼을 부착했으며 무심한 듯 티구안 레터링을 새겼는데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레터링의 크기가 작다는 것. 주변의 공간이 허전하게 느껴져서 글씨의 크기를 더 키워도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범퍼에는 마치 배기구를 그린 듯 크롬으로 둘러서 심심함을 달랬다.
다음은 스포티지의 차례다. 보수적인 티구안에 비해 이 녀석은 무척이나 진보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그 모습이 무척 역동적이고 과감해서 꽤 낯선 모습이다. 티구안이 정장을 차려입은 직장인의 모습이라면 스포티지는 스트릿 패션을 입은 번화가의 청춘과 같다. 그만큼 있어야 할 곳도, 해야 할 행동도 달라야만 할 것 같다.

먼저 앞모습은 부메랑처럼 살짝 휘어진 주간 주행등이 첫인상을 확 사로잡는다. 기아의 상징인 타이거 노즈 그릴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는데, 주간 주행등에 시선이 쏠려 존재감이 비교적 약해졌다고 말하고 싶다. 헤드램프는 주간 주행등이 꺾인 부분 사이에 자리 잡았다. 이전 모델에 비해 형상도, 위치도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옆모습 역시 티구안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확실히 자랑하는 모양새이며 뒤로 갈수록 아래로 흐르는 루프 라인과 위로 솟아오르는 벨트 라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쿠페형 SUV를 흉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면 디자인이 강렬해서인지 후면 디자인은 비교적 차분한 느낌이다. 테일램프는 수평으로 연결했으며 별다른 군더더기가 첨가되어 있지 않아 담백한 느낌이다. 또한 새로운 기아 엠블럼은 스포티지의 디자인과 찰떡궁합이라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두 모델을 비교하는 입장에서 이번 승부의 승자를 가리기가 참 힘들다. 두 차의 디자인 방향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추구하는 바가 명확히 다르기에 노리는 소비자층도 다를 것이다. 따라서 우위를 정하는 것이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굳이 승자를 가려야 한다면 스포티지의 손을 아주 조심스레 들겠다. 담백한 폭스바겐도 물론 좋지만, 꾸준히 부분변경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2세대에 해당하는 티구안의 디자인이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도로의 풍경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 만큼 개성 넘치는 스포티지의 매력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겠다.   
# INTERIOR
글 | 유일한
스포티지와 티구안의 실내 차이는 명백하다. 스포티지는 신기술을 아낌없이 적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었고, 티구안은 기존의 전형적인 실내 공간을 유지하면서 디지털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준이 다른 것인데, 기아는 ‘자동차가 아닌 모빌리티’를 추구하고, 폭스바겐은 자동차가 근간이 되는 모빌리티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의 선택이 더 환영을 받을지는 앞으로의 시장이 말해줄 것이다.

스포티지의 실내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을 하나로 이은 것 같은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정면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지만, 위에서 보면 그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인성도 좋지만, 제일 큰 장점은 바로 휘어진 화면으로 인해 운전석에서 화면 끝부분을 터치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운전 자세를 무너뜨릴 필요가 없으니, 안전 운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디스플레이의 측면을 감싸는 형태로 마련된 송풍구도 꽤 인상적이다. 형태만 보면 그 기능이 의심될 수도 있지만, 바람은 탑승객에게 잘 와 닿는다. 센터페시아를 짧게 다듬고 센터 콘솔이 위로 올라왔는데, 그래서 회전하는 기어 노브에 손이 쉽게 닿는다. 장거리 주행에서는 팔을 기댈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지니,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손이 닿는 곳곳을 만져보면, 날카롭거나 손가락에 까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 거의 없다.

스포티지는 실내 공간이 넓기도 하지만, 아기자기함도 갖고 있다. 2열 공간은 넓고 편하고,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도 넓게 쓸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 폴드 & 다이브가 안된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그 아기자기함의 절정이 1열 시트 뒤에 있는 시트백 미니 포켓인데, 물건을 넣고 지퍼로 닫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흔들리거나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물품이 있다면, 여기에 넣어두면 될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티구안의 대시보드를 바라볼 때 제일 먼저 띄는 것이 바로 ‘터치 방식의 에어컨 조절 패널’이다. 이전에는 분명히 다이얼 방식이었는데, 파사트의 변화를 따라 이제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하고 때로는 손가락으로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런데 터치패널은 적용하면서, 터치 컨트롤을 넣은 스티어링 휠은 왜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의문이 간다. 얼리어댑터 경향이 강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디지털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 화면이 넓어진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하니, 별도의 선을 갖고 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어 노브는 고전적인 형태인데, 조작한다는 느낌을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꽤 좋은 것 같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밤에 은은하게 빛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있고, 스티어링이 손에 감기는 감각도 꽤 괜찮다. 디지털 시대에도 운전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티구안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 공간이 극적으로 넓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1세대 모델보다는 더 넓어졌고, 뒷좌석은 등받이를 눕힐 수도 있고 공간 확보를 위해 앞뒤로 움직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길이나 휠베이스 모두 스포티지보다 짧은데도 불구하고 트렁크를 꽤 넓게 쓸 수 있다. 뒤에 실을 짐이 많은 가족이라면, 티구안을 더 선호할 수도 있을 법하다. 단 하나, 가죽의 상태를 보아하니 주의를 조금 기울여 사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 PERFORMANCE
글 | 안진욱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폭스바겐 티구안이 포천에 위치한 레이싱 트랙에 떴다. 사실 두 대는 레이싱 트랙에 어울리지 않는 차이다. 허나 <모터매거진>은 극한으로 밀어붙여 봤을 때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싶었다. 와인딩에서 판단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기도 하니까. 독일차와 국산차의 대결이다. 과거의 국산차는 핸들링에서 독일차에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세월은 흘렀다. 물론 그 동안 독일차의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추격자 입장인 국산차의 발전 속도가 훨씬 빨랐다. 국산차가 독일차를 얼마만큼 따라왔는지 아니면 추월해버렸는지 알아보자.

먼저 두 대의 스펙이다.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이하 스포티지)는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파워를 6단 토크 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린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4기통 2.0ℓ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힘을 생산하고 네 바퀴로 전달한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유닛이다. 공차중량은 스포티지가 1625kg으로 1771kg의 티구안 보다 약 150kg 가볍다. 성인 남성 2명이 타고 안 타고 정도이니 꽤 차이 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대 모두 235mm 연비 타이어를 끼우고 있고 스퀘어 세팅이다.
운전자와 차 모두 몸풀기로 직진 가속력 대결로 시작했다. 수치상으로는 80마력 더 높고 몸무게도 더 가벼운 스포티지가 거리를 벌려야 한다.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다르다. 스포티지가 빠르긴 하지만 시원하게 앞서지 못한다. 티구안 변속기 성능이 뛰어나다 보니 잘 따라간다. 디젤 엔진 특성상 저회전 영역에서 두툼한 토크가 나오고 후반에 지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티구안에 탑재된 7단 듀얼 클러치는 엔진이 가장 강력하게 힘을 낼 수 있는 구간을 유지하기 위해 재빨리 다음 기어로 옮긴다. 반면 스포티지는 다운 시프트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변속 속도가 느려 출력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만약 스포티지의 변속기가 듀얼 클러치였다면 사이드미러 속 티구안을 점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워밍업도 했으니 두 대를 번갈아 타고 선행 차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두 대를 모는 운전자들의 수준이 거의 똑같기에 나름 공정하다. 이제 시작이다. 티구안이 앞에서 달리고 난 스포티지로 따라간다. 코너에서 티구안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달렸다. 확실히 티구안 보다 스포티지의 롤링 정도가 크다. 이전 세대 스포티지는 하체가 탄탄해 유럽차 느낌이 나서 젊은 운전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좋게 말하면 고급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물렁거린다. 타이어 스키드 음도 스포티지에서 먼저 들린다. 연비 타이어이다 보니 트랙 한 바퀴만 돌고 나면 프런트 그립이 사라져 언더스티어 현상이 심해졌다. 트랙 주행이라 잦은 조향으로 가끔씩 스티어링 모터에 열을 받아서인지 스티어링 휠이 리턴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개발 당시 이 차로 이렇게 운전한다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아쉽다.

스포티지에서 내려 티구안에 탔다. 이제 티구안으로 스포티지를 추격해보자. 확실히 단단하고 탄탄하다. 공차중량은 더 나가지만 경쾌한 느낌이다. 트랙에서 스포티지를 따라가는 것은 쉽다. 딱히 운전에 집중하지 않아도 놓치지 않는다. 섀시 밸런스 역시 티구안이 낫다. 비슷한 급의 타이어와 같은 너비지만 열이 늦게 오른다. 심지어 티구안이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그립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다. 덕분에 랩 수가 늘어날수록 스포티지를 가지고 놀 수 있었다. 언더스티어로 코스 이탈하는 스포티지를 보면서 느긋하게 속도를 줄이고 이른 타임에 가속하며 코너를 탈출하며 추월한다.    
브레이크 성능은 비슷하다. 응답성은 티구안이 조금 더 빠르지만 그 외의 성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노즈다이브 현상은 스포티지가 조금 더 심했다. 댐퍼 스트로크가 길고 스프링 레이트가 약하다 보니 급제동 시 앞으로 쏟아지긴 하지만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두 대 모두 트랙을 타며 조향이 들어간 상태에서 감속이 되어도 리어 액슬이 불안하지 않다. 페이드 현상은 비슷한 타임에 두 대에 찾아왔다.마지막으로 슬라럼 테스트도 진행했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피드백을 알아볼 수 있다. 콘과 콘의 간격은 10m 정도이며 시속 50km로 달렸다. 좌우 롤링의 폭이 더 크고 스티어링 피드백이 느린 스포티지가 불리했다. 허나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은 깔끔하다. 반면 티구안은 해치백 같은 몸놀림을 보여줬다. 타이트한 기어비의 스티어링으로 민첩하게 코스를 빠져나온다. 무게중심이 높지만 섀시가 엉키는 불쾌함도 없었다. 골프의 지상고를 올리면 티구안이 되는 듯하다.
결론이다. 온종일 격하게 두 대와 함께 놀았다. 스포츠카도 아니고 스포츠 세단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생활에 발이 되어 주는 모델들이다. 진행된 테스트 항목에서는 티구안이 승리했다. 그렇다고 스포티지가 졌다고 할 수는 없다. 비슷한 체급이지만 장르가 다르다. 지금의 스포티지는 고의적으로 유럽차를 선호하는 소비자 대신 부드럽고 편안한 세팅을 찾는 소비자들을 조준했다. 때문에 트랙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유럽산에 도전할 수 있는 유럽향 물씬 나는 국산차와의 대결로 돌아오겠다.     
SPECIFICATION _  KIA SPORTAGE HYBRID길이×너비×높이  4660×1865×1665mm휠베이스  2755mm  |  엔진형식  I4 터보 + 전기모터, 가솔린배기량  1598cc  |  최고출력  180ps  |  최대토크  27.0kg·m  |  모터출력  60ps모터토크  26.9kg·m  |  변속기  6단 자동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16.7km/ℓ  |  가격  3691만원
SPECIFICATION _ VOLKSWAGEN TIGUAN길이×너비×높이  4510×1840×1645mm  |  휠베이스 2680mm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1968cc  |  최고출력  150ps최대토크  36.7kg·m  |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AWD연비  13.4km/ℓ  |  가격  464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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