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포투 카브리오 & 포포

  • 기사입력 2017.02.28 16:30
  • 최종수정 2020.09.01 19:1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 & 포포

IT'S SO SMART FOR 2 OR 4

‘지옥철이 싫어서 차를 뽑았더니 도로 위에서 두 번째 지옥을 맛봤다’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스마트가 스마트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와 포포는 도심 어디든 못 가는 곳이 없고, 어디든 주차 못할 곳이 없는 영민한 시티카다.

글 | 박소현 사진 | 임근재

간신히 지켜낸 주말,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자 어디로든 훌쩍 떠나겠다며 차를 몰고 도로에 나온 지 15분. 복잡한 도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아…집에 가고 싶다”고 읊조리게 된다. ‘인구 절벽이 온다’는 책이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온 지가 언젠데, 도로 위에는 언제나 인구 포화가 인다.

2015년 기준 수도권 인구는 2527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절반을 차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전국 평균의 약 32배인 1만6492명/km²이다.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강원도의 182배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래서 서울살이가 힘들다고 했나 보다.

도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보다 지하철이 더 빠른 일이 다반사다. 약속에 늦는 것만큼 주차비도 무섭다. 일례로, 홍대 공영주차장 주차비는 5분에 400원인데 연체 시에는 최대 4배를 물어줘야 한다. 그나마 주차할 공간이 있으면 다행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있던 차도 팔고 대중교통이나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추세이다.

카셰어링 시장이 무섭게 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차를 사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됨을 유추할 수 있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공유 교통수단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5년 기준 400억달러에서 2020년까지 3500억달러 규모로 확장될 것이라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로 따지면 54%에 달하는 수치다.

20~30대 사이에선 답 없는 도로와 자동차 유지비를 억지로 감내하는 대신, 필요할 때만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Smart Driver(똑똑한 운전자)가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Smart Driver(스마트 운전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 포투든 포포든.

일단 주차가 어마어마하게 쉽다. 회전반경도 좁아서 언제든 U턴이 가능하다. 스마트는 흔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보다 쨍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패션카 브랜드다.

스마트, 너 누구니?

스마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과 시계 브랜드 스와치의 디자인을 합작해 만든 차다. 워낙 스마트카(커넥티드카)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라 이 녀석을 잊고 지낸 사람들이 많겠지만, 스마트(SMART) = [스와치(S)] + [메르세데스-벤츠(M)] + [예술(ART)]임을 되새기자.

일방통행, 1차로인데 스마트 두 대는 나란히 올라올 수 있다. 따라하진 말 것!

차 이름 그대로 포투(Fortwo)는 2도어 2인승, 포포(Forfour)는 4도어 4인승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2014년, 다임러그룹은 포투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충돌 테스트 영상을 공개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체급이 다른 두 차가 충돌하면 작은 녀석이 대파할거라 모두가 예상했지만 포투는 탑승자 공간을 완벽하게 보호해냈다. 4톤이 넘는 무게를 견디는 트리디온 세이프티 셀(Tridion Safety Cell)로 차체를 짠 데다, 보디의 반 이상이 고장력 강판이기 때문이다.

르노 트윙고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포투와 포포는 복잡한 유럽 도심을 누비는 시티카로 설계됐다. 차체 길이는 경차 기준에 못 미칠 만큼 짧고, 엔진 실린더 헤드 등 주요 부품을 알루미늄으로 구성한 가벼운 엔진은 트렁크 아래에 넣었다. 보닛 아래에는 워셔액, 냉각수 탱크 등이 있다.

주요 장치가 뒤에 있어서 실내공간 확보가 유리하고 뒷바퀴 굴림 방식이라 가속 성능이 우수하다. 엔진과 구동축이 뒤에 있는 차는 보통 오버스티어가 우려되는데, 포투와 포포는 워낙 짤뚱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짧은 주둥이와 긴 입, 작은 송곳니 두 개가 프렌치 불독을 연상시킨다

더군다나 무게 배분은 포투가 45:55, 포포가 43:57이다. 회전반경 6.9m를 자랑하기 때문에 커브길 주행이나 주차, 심지어 추월도 용이하다. 앞바퀴 시작점과 보닛 시작점이 거의 같아서 운전석에 앉아서 보이는 게 전부다.

현재는 세대를 거듭하며 길이가 조금 길어졌지만 19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1세대 포투는 길이가 2500mm밖에 되지 않았다. 자동차 한 대가 들어갈 주차공간에 앞뒤로 포투 두 대를 세울 수 있다는 사실과 뛰어난 연비가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았다.

곧 4인승 스마트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고 2004년 포포가 얼굴을 내밀었다. 매 세대에서 조금씩 눈빛이 달라지더니, 3세대에 이른 포투와 포포는 순둥순둥한 얼굴이 됐다. 3세대부터 여심을 사로잡는 이유가 웃는 강아지같이 귀여운 디자인이다.

짧은 보닛은 프렌치 불독의 짧은 주둥이 같고, U자형 LED 주간주행등이 헤드램프를 좀 더 초롱초롱하게 만든다. 앞쪽에 좌우로 길게 자리 잡은 에이프런이 입을 연상시키고 그 양 끝에 얹힌 안개등은 꼭 송곳니 같아서 쓰다듬고 싶다.

Open your mind!

솔직해지자. 스마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작고 비싼 차’다. 선물은 작고 비싼 게 좋다지만 자동차가 작고 비싸면 가성비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승차도 많은데 이 녀석들은 건너뛸까 하다가 스마트의 슬로건 ‘Open you mind!’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앞에서 보면 똑같아도, 뒤태는 다르다. 포투와 포포의 트렁크는 각각 260ℓ 적재 가능하다

마음을 열고 스마트를 보기로 하고 포투 카브리오와 포포를 섭외했다. 시승 당일, 스마트 슬로건을 실현하듯 포투 카브리오와 포포를 열어젖혔다.

1.0ℓ 3기통 가솔린 엔진이 트렁크 아래에 숨어 있다. 포투만 터보 엔진

숨어있는 엔진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트렁크를 열었다. 상부 섀시 분리가 가능한 포투 카브리오는 트렁크가 아래로 반, 위로 반 열렸다. 포포는 평범하게 위로 트렁크 도어를 들어 올리면 됐다. 트렁크 여는법은 달랐지만 적재공간은 260ℓ로 동일했다. 예상보다 넓다.

안에서 봐도 똑같다고? 돔 라이트가 다르다

드디어 심장을 볼 시간. 트렁크 아래에 있는 엔진룸을 개방하기 위해 플로어 커버를 제거하고, 나사를 8개나 풀어야 했다. 약 20km 운행했는데 둘 다 엔진룸이 달아올라 있어서 평정심을 찾을 시간을 주고 나서야 엔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투만 터보 엔진이라 그런지 얼핏 보아도 포포보다 포투의 엔진이 복잡해 보였다.

Open your door! 85°까지 열리는 포포의 리어도어

이번에는 문을 열었다. 돔 라이트 디자인을 제외하면 인테리어는 거의 동일했다. 전자식이 아닌 시계와 rpm 게이지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고 돔 라이트부터 시트 포지셔닝까지 모두 수동이다. 에어컨과 히터 온도 조절도 +, - 버튼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옛날 라디오의 주파수 조절기처럼 버튼을 좌우로 움직여 실내 온도를 맞추는 방식이다.

주차 상태인데 기어를 P에 놓지 않으면 경고 메시지를 준다

좌로 갈수록 찬 바람, 우로 갈수록 더운 바람이 나온다. 바람이 나오는 공조기 네 개의 모양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을 연상시킨다. 한편으론 유치원 때 갖고 놀던 교구 같아서 무심결에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했다. 왠지 가냘퍼 보이는 기어 노브는 조금은 키치한 매력이 있다.

놀랍게도 패들시프트가 있다. 너 좀 달릴 줄 아는 불독이구나?

그러다 패들시프트를 발견했을 때에는 아직 젖먹이인 줄 알았던 아기 불독의 발바닥에서 굳은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 좀 달릴 줄 아는 녀석이구나?’

몸집이 작아도 품을 것은 있다

Open your window!

포투 카브리오로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섀시를 손수 제거해야 하는데 딱히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다. 파노라믹 루프를 끝까지 개방한 뒤 트렁크 도어 안쪽 섀시 보관함을 열어서 섀시가 몸을 뉘일 곳을 마련해 준다.

오픈에어링을 즐기기 위해 포투 상단 섀시를 떼어낸다

뒤쪽으로 들어서 분리한 섀시를 이 자리에 넣고 고정시킨 뒤 트렁크를 닫으면 끝. 아직까지 찬 계절이라 오픈에어링을 만끽하기엔 이른 감이 있었지만, 8개의 스피커가 뿜어내는 음악이 바람소리와 함께 신나게 어우러져 계절을 잊게 만들었다. 물론 시선도 잊었다.

포투 트렁크 안쪽에 떼어낸 섀시를 고정한다

포포는 뚜껑이 다 열리진 않지만, 파노라믹 루프가 열리는 자태가 시원스럽다. 포포, 포투 모두 특이하게도 파노라믹 루프 개폐버튼이 기어노브 바로 오른쪽에 있다. 또한 포포는 포투에 없는 창문이 두 개나 더 있다. 리어 도어의 윈도 둘.

버튼을 눌러 파노라믹 루프를 연다

개방감이 큰 파노라믹 루프와는 다르게 리어 윈도는 위아래로 여닫지 못한다. 경첩이 도어와 창을 한 쪽씩 붙들고 있는 모양새다. 보기에 나쁘지는 않으나 개폐가 조금 불편했다. 그런데 창문을 열다 조삼모사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리어 도어가 활짝, 90° 가까이 열리는 것이었다.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 하나가 열린다더니 포포가 그랬다.

파노라믹 루프를 완전히 개방하는 데 약 12초가 걸린다

미안하지만 경차는 아냐

서울 근교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5000원을 내밀었더니 4000원과 동전 두 개를 돌려주기에 당연히 4200원이겠거니 했는데 동전 둘 중 하나는 500원짜리였다. 그 찰나의 순간 확인한 영수증에 ‘6종(경차)’이라고 적혀 있어 또 한 찰나를 망설이다 양심고백을 해야 했다. “저기, 이거 경차 아니에요.”

경차 부럽지 않은 연비 24.4km/ℓ의 주역, 스톱 앤 고 시스템

대한민국 경차 기준은 배기량 1000cc, 길이 3600mm, 너비 1600mm, 높이 2000mm다. 우리나라 대표 경차인 기아 모닝의 길이가 3595mm인데, 포투(2695mm)와 포포(3530mm)가 더 짧다.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와 포포 모두 너비가 경차 기준보다 딱 6cm 긴 1660mm라서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한다.

경차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도 당황하지 말고 낼 요금은 내자

연간 10만원 한도로 리터당 250원을 환급해주는 경차 유류세 환급 제도가 이 6cm 때문에 물 건너갔다. 경차 혜택 중 단연 으뜸인 취득세와 등록세 면제도 남의 일이다. 자동차세 역시도 cc당 8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공영주차장과 고속도로 통행료는 반값이지만 포투와 포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속이 쓰리다.

그래도 연비는 모닝을 훨씬 앞선다. 포투와 포포의 연비는 23.8km/ℓ로 모닝보다 9.1km/ℓ 좋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방지하는 ‘스톱 & 고’ 기능이 탑재돼 있고, 웜업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냉각수 온도가 80℃ 이하일 때 냉각 서킷 전자식 밸브가 열리지 않는다. 연료 효율이 좋고 도심을 민첩하게 누빌 수 있으며, 어딜 가도 주목 받는 패션카. 이정도면 경차가 아니라도 괜찮잖아?


Driving Impression

글 | 안진욱

보급형 로터스 911

포투 카브리오에는 3기통 898cc 엔진이 달린다. 주먹만한 터빈 하나를 달아 90마력의 파워를 낸다. 주행에 있어 두 자릿수 출력이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1t이 채 나가지 않는 무게이기에 가벼운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골목대장처럼 나름 박력 있다.

기어가 맞물릴 때 기분 좋은 충격이 전해진다. 차체 뒤에 엔진이 위치하고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911 스타일이다. 극단적인 짧은 휠베이스로 지하주차장 내에서 U턴을 하는 이색적인 경험도 가능하다.

급한 코너에서 옆으로 넘어질 것처럼 생겼지만 코너링 한계는 높다. 댐퍼 스트로크가 짧고 스프링 레이트가 높아 좌우 롤링이 심하지 않다. 다만 이 녀석이 오버스티어 성향인지 뉴트럴스티어 성향인지는 명백히 알 수가 없다. 군필자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차가 ‘좌향앞으로가’라면 포투는 ‘좌향좌’다. 다르다. 스티어링 휠로 명령을 내린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돈다. 처음에는 낯설어 당혹스럽지만 이 것은 포투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거짓말 같지만 고속안정감이 탁월하다. 차체 구조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중형 세단 정도의 안정감을 보여준다.

4명이 즐길 수 있을까?

포포는 포투를 길게 늘이고 터빈을 빼버렸다. 재미요소를 모두 빼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전히 포포의 휠베이스는 약 2.5m로 짧고 뒷좌석까지 생겼다. 성인 4명이 타려면 운전자의 인내력이 커야한다.

교통흐름에 따라 주행하다 추월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처럼 계산해야 한다. 엔진의 응답성이 느리고 출력이 부족해 하이빔을 받기 싫다면 화물 트럭만을 졸랑졸랑 따라가야 한다.

고속안정감은 포투 카브리오와 비슷한 수준이다. 풍절음은 포투보다 적은 편. 시승할 때 두 대 모두 비슷한 주행을 했는데 포포가 더 일찍 주유소를 찾아야만 했다. 출력이 부족해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아 더 높은 엔진회전수를 사용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앞은 디스크, 뒤는 드럼 방식이다. 리어휠 안에 캘리퍼가 없지만 제동력은 충분하다. 브레이크 스티어와 노즈다이브 현상을 보이지 않고 안정감 있게 속도를 줄여준다.


SPECIFICATION _ FORTWO CABRIO

길이×너비×높이 2695×1660×1560mm | 휠베이스 1870mm | 무게 995kg

엔진형식 직렬 3기통 터보, 가솔린 | 배기량 898cc | 최고출력 90ps/5500rpm

최대토크 13.8kg·m/2850rpm | 변속기 6DCT | 구동방식 RR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드 디온 | 타이어 165/65 R 15(앞), 185/60 R 15(뒤)

0→100km/h 11.7초 | 복합연비 23.8km/ℓ | CO₂ 배출량 97g/km | 가격 3190만원

SPECIFICATION _ FORFOUR

길이×너비×높이 3530×1660×1550mm | 휠베이스 2494mm | 무게 1020kg

엔진형식 직렬 3기통, 가솔린 | 배기량 999cc | 최고출력 71ps/6000rpm

최대토크 9.3kg·m/2850rpm | 변속기 6DCT | 구동방식 RR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드 디온 | 타이어 165/65 R 15(앞), 185/60 R 15(뒤)

0→100km/h 16.7초 | 복합연비 24.4km/ℓ | CO₂ 배출량 93g/km | 가격 299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