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SUV, 볼보 XC60 T8

  • 기사입력 2021.10.21 09:55
  • 기자명 모터매거진

뭐 하나 빠지지 않는다. 이 급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안전하다. 가장 빠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 부럽지 않을 만큼 빠르다. XC60은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지금으로부터 딱 4년 전이 기억난다. 2017년 10월호 본지 커버를 장식했던 모델이 볼보 XC60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처럼 4년 만에 마이너체인지를 거친 XC60이 다시 표지 모델이 되었다.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아무튼 2017년이면 볼보의 디자인이 자동차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때다. 형 격인 XC90으로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제시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어 플래그십 세단인 S90 역시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SUV 라인업의 볼륨 모델이 될 XC60이 세상에 나왔다. 볼보 디자인이 물이 오를 때로 오른 터라 흠잡을 곳 없이 아름다웠다. 콤플렉스가 없는 완벽한 미인.

건드릴 게 없어서일까? 페이스리프트가 이루어졌지만 외모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프런트 범퍼의 인테이크 쪽 크롬 장식과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리어 범퍼 하단이 살짝 바뀌었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괘씸하지 않다. 여전히 예쁘니까. 볼보의 시그니처인 토르 망치를 품은 헤드램프는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패널에 거창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비율만으로 근사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내가 자격은 없지만 XC60뿐만 아니라 볼보의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부분은 바로 프런트 오버행이다. 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함에도 프런트 오버행이 후륜구동처럼 짧다. 그것도 극단적으로 짧다. 다른 브랜드도 이렇게 짧게는 만들 수 있지만 안전도 테스트에서 통과는 되지 못할 것이다. 지겹도록 들은 ‘안전의 대명사’ 볼보의 세이프티 관련 노하우는 이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두툼하고 묵직한 도어를 열고 화사한 실내로 들어간다. 볼보 특유의 정갈한 인테리어가 밝은 톤의 가죽으로 더욱 빛을 낸다. 운전자를 향한 센터페시아에 큼지막한 디스플레이에 여러 버튼을 담았다. 덕분에 군더더기가 없어 오랜 시간을 함께해도 질리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작은 편이며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기어노브는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트는 부드러운 최고급 나파 가죽으로 감싸졌다. 내구성을 위해 저임팩트 염색 기법을 사용했고 광택제를 최소한으로 뿌려 자연스럽게 노화되는 미를 의도했다. 착좌감도 훌륭하다. 인체공학에 가장 신경 쓴 시트가 바로 볼보의 것이다. 장거리 주행에도 운전자의 몸을 괴롭히지 않는다. 2열 공간은 덩치에 비해 여유롭다. 키 180cm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은 물론 레그룸도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만족스럽다. 트렁크 사이즈는 경쟁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이며 거창한 취미 생활을 해도 괜찮다. 유행은 지났지만 평평하게 리어 시트가 폴딩까지 되니 차박도 가능하다.
편의사양도 빵빵하다. 볼보를 시승할 때면 막혀도 기분이 좋다. 환상적인 오디오 시스템이 있으니까. XC60에는 1100W짜리 바워스 앤 윌킨스 제품이 달려 있다. 신기한 게 있다. 이 바워스 앤 윌킨스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사용하지만 볼보만큼의 성능은 내지 못한다. 오디오라는 게 기호에 갈려 장담할 순 없지만 볼보 내부에 음악 전공자들이 많은 것 같다. 여하튼 XC60에는 내가 주로 듣는 록과 힙합은 물론 보컬의 가사 전달이 중요한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손쉽게 소화한다. 게다가 FLO를 통해 간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장점이다.
옵션의 하이라이트는 티맵이다. 그렇다. 우리가 아는 티맵이 XC60 안에 들어있다. 별도로 스마트폰을 연결할 필요 없이 바로 티맵을 사용할 수 있다. 자고로 수입차의 내비게이션은 어리숙하고 멍청해 운전자를 화나게 만들었는데 XC60을 타면서 그럴 일은 없다. 항상 차를 타면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 과정 하나가 생략되니 낯설기도 하면서 그 전에 무척 거추장스러운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NUGU AUTO 시스템도 탑재되어 스티어링 휠에 버튼 하나를 누르고 원하는 기능을 요청하면 재빨리 응답한다. 구색 맞추기 용으로 단 것이 아니라 정말 똑똑하다. 특히 목적지를 말하거나 날씨를 물어볼 때 용이하다.
그밖에 24시간 긴급출동서비스도 추가되었다. 룸미러 상단에 두 개의 버튼이 있다. 하나는 ON CALL, 나머지 하나는 SOS 긴급지원 버튼이다. 먼저 배터리가 없거나 타이어 펑크가 났을 시, 혹은 연료가 모자랄 때 등과 같은 상황에서는 ON CALL 버튼을 누르면 된다. 만약 차와 탑승자가 직접적인 위협을 받아 긴급의료지원이 필요할 때는 SOS 긴급지원 버튼을 누르면 된다. 보험사가 해 줄 수 있는 범위이긴 하지만 너무 급할 때 정신없이 보험사 전화를 번호를 찾을 여유가 없다면 간단하게 버튼 하나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이제 그만 파헤치고 본격적으로 달려볼 시간이다. 점잖게 생겼지만 시승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T8이기에 최고출력이 405마력에 달한다. 어지간한 스포츠카도 추월 할 수 있는 파워를 지녔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부드럽게 움직이고 무자비하게 밟으면 차가 튀어 나간다. 굼뜨지 않다. 4기통 2.0ℓ 엔진에 터빈과 컴프레서를 동시에 달아 터보랙이 없다. 터빈이 스풀업되기 전에는 컴프레서로 출력을 보태고 후반에는 터빈으로 가속에 가속을 더한다. 더구나 65kW 전기모터까지 더해져 있으니 반응속도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고속도로에 올려봐도 파워는 남아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노면에 가까워져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승차감이 유럽차치고는 말랑한 편인데 고속에서는 살포시 단단해지는 기특함을 보인다.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거동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코너링 성능은? 참고로 볼보는 예상외로 화끈한 세팅을 한다. 과거 인제스피디움에서 S90이 오버스티어가 나는 것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다. 전륜구동이지만 리어 액슬이 바깥으로 빠지며 카운터 스티어를 작렬하며 거동을 바로 잡는 데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 현대 아반떼 N의 세팅이 그러하다. 아반떼 N이야 달리는데 포커스를 둔 모델이라 그렇게 세팅했다고 하지만 S90은 럭셔리 기함이다. 그만큼 안락함을 우선으로 하지만 스포티한 농도를 절대 옅게 섞지 않는 게 볼보다.
S90과 마찬가지로 XC60의 코너링 퍼포먼스도 얕보면 큰일 난다.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이지만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다. 진입속도만 적절하게 맞추면 이상적인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앞바퀴 조향에 맞춰 뒷바퀴도 잘 따라와 코너 타는 맛이 난다. 타이어 스키드 음이 들리고 한곗값을 벗어나면 네 바퀴가 동시다발적으로 슬립이 난다. 보통 전륜구동 기반의 차는 프런트 쪽은 그립이 사라지고 뒤쪽만 남아있어 불쾌한데 XC60은 전혀 그렇지 않다. 복합코너에서도 섀시가 횡 진동을 머금지 않아 스티어링 휠을 털어줄 필요도 없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도 깔끔하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 성능을 알아보자. 중량과 출력을 다루기에 부족하지 않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트랙이 아니라면 페이드와 베이퍼록 현상을 볼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 점. 어느 순간에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다. 한편 이 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기에 회생 제동 시스템이 달려 있다. 브레이킹에 이질감이 없어 다행이다. 여느 차와 비슷한 수준이며 페달의 답력은 가볍고 스트로크는 긴 편이다.

재미있게 타라고 만든 차가 아님에도 신나게 탔다. 기존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볼보는 잘 달리는 차다. 단순히 직진 성능이 강해서가 아니라 운전자 명령을 잘 따르기에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젓고 싶다. 그렇다고 스포츠카처럼 노면을 읽으며 예민하게 반응하진 않는다. 운전자를 안심하게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놀게끔 허락한다. 믿는 구석이 있는 상태에서 놀기에 긴장이 풀리고, 긴장이 풀리니 오래 놀 수 있다. 여기에 똑똑한 파워트레인으로 운전자의 지갑을 지켜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전기모터로만 33km 주행할 수 있다. 주행 중 충전되는 효율이 좋아 별도로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 결론을 내자면 XC60은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잘 생기기까지 한, 어느 학교의 어느 놈과 같은 녀석이다. 
손에 잡히는 개선, 그리고 즐거움글|유일한사실 처음에 XC60을 받았을 때는 큰 기대가 없었다. 연식 변경 정도를 진행했을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전석에 앉아 보니, 좀 더 알아보기 쉽게 변한 계기판의 그래픽과 다루기 쉬워진 내비게이션 화면이 바로 들어온다. 이것만으로도 감동적인데, 똑똑해지기까지 했다. 스티어링에 있는 버튼을 눌러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잘 알아듣고 기능을 조작해준다. 이만큼 진보적인 음성 관련 시스템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변하지 않아서 더 좋은 것은 여전히 편안한 시트와 손에 잘 감기는 형태의 스티어링 휠. 이만큼 단정하면서도 안락한 공간을 만들기는 힘들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출력은 꽤 있지만, 느긋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볼보의 큰 장점이다. 스티어링이 스포츠카처럼 정밀하거나 날카로운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유격으로 느긋함을 가져다주고 불안감은 확실히 지워준다. 이전과는 달리 전기모터만을 구동시키기 위해 오른발에 힘을 풀 필요가 없다.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동력이 이동하는 순간을 인식하기가 꽤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력 전환도, 변속도, 그리고 브레이크를 거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촉촉함을 보장하는 승차감은 혼자서 운전할 때도 큰 만족을 줄 것이다. SUV임에도 불구하고 꽤 낮게 느껴지는 차체는 안정감을 극대화한다. 가족을 위한 차로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부드러운 매력

글|조현규

가족이 타는 자동차라면 편안하고 안락함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볼보 XC60은 그러한 점에서 훌륭한 면모를 보여준다. 복잡한 시내 도로를 달리면서 예민한 구석은 단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출력을 나긋하게 쏟아내며 마치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가속감이 느껴진다. 오른발에 힘을 더 주어도 마찬가지다. 땅을 박차고 힘껏 달려 나가는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코너링 솜씨도 매력적이다. 스티어링 휠을 가볍게 돌리면 사뿐하고 부드러운 발놀림을 보여주면서 요철을 만나더라도 실내에는 별다른 충격이 전해지지 않는다.
포근한 인테리어는 편안한 시트와 귀가 즐거운 스피커로 매력을 더한다. 시트는 맞춤복을 입은 듯 몸에 잘 맞았고 제법 본격적인 안마 기능은 몸에 피로가 쌓일 틈도 없이 풀어버린다.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데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는 어떤 장르의 음악도 가리지 않고 실내를 풍요롭게 채운다. 짧은 시승에도 볼보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직 가정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위한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생각했을 때 XC60은 가장 먼저 고민할 자동차가 될 것 같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10×1900×1645mm  |  휠베이스  2865mm
엔진형식 ​​I4 터보 & 슈퍼차저+전기모터, 가솔린
배기량  1969cc  |  최고출력  405ps  |  최대토크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가격  837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