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레이서가 된다. 아우디 RS 6 아반트

  • 기사입력 2021.10.19 09:29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매일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데 실용적이고 편한 차가 있다면 어떨까? 여기에 그 해답이 있다.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회사에서 만든, 다용도로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가 말이다.

꼭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고성능을 원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멋지고 성능이 우수한 스포츠카를 갖고 싶어 한다. 날씨가 좋을 때, 꼭 지붕을 열지 않더라도 정체가 없는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나가고 싶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니,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스포츠카라는 것이 일상생활 속에서는 사용하기 불편하고, 사람들도 편안하게 탈 수 없고, 화물도 적재하기 힘든 것이 많으니 말이다.한마디로 말하자면, 스포츠카 또는 슈퍼카라는 것은 맹렬하게 달려 나갈 수 있는 스프린터, 100m 달리기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비슷한 달리기를 실현할 수 있으면서도 다방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면 어떨까? 선수로 치면 모든 종목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근대5종 선수에 가깝다고 할까? 그런 자동차가 드디어 국내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아우디의 고성능 중형 모델, RS 6 아반트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터프가이
아반트 모델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었던가. 곳곳을 들여다보면 RS 모델 전용의 디테일에 놀라고 만다. 일반 A6 아반트와 비교해 보면, 공유하는 차체 패널은 1열 도어와 지붕, 테일게이트밖에 없다. 그만큼 많은 곳이 돌출되었고 깔끔하면서도 우악스러움을 강조하게 다듬어져 있다. 그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전면에 있는 싱글 프레임 그릴이다. 그 안에는 3D 형태로 육각 패턴이 무수히 그려져 있는데, 도로에 있는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만 같다.

그릴과 함께 범퍼 쪽 에어로 파츠도 상당히 돌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일부는 탄소섬유 부품이 장식해준다. 고속으로 공기를 가르면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이로 인해 차체가 일반 모델보다 살짝 길어졌다. 고성능을 위해 폭이 넓은 타이어를 수용하는 만큼 펜더도 더 돌출되었는데, 그로 인해 폭도 살짝 넓어졌다. 그런데도 평균적인 크기의 주차 자리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실용성을 고려한 모델다운 선택이다.
차체도 그렇지만, 휠을 보면 크게 놀라게 된다. 인상적인 스포크 디자인을 가진 22인치 휠에 고성능 타이어인 피렐리 P 제로를 조합하는데, 285/30 ZR 22 사양이다. 거의 타이어가 끝에만 붙어 있는 수준인데, 이것만으로도 스포츠 성능을 가졌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그 안을 빈틈없이 채워주는 대구경 카본 세라믹 디스크와 앞바퀴에 있는 10 포드 캘리퍼가 있다. 외국에서는 모두 옵션으로 제공하는 사양인데, 국내에서는 기본이다.

실내 역시 RS만의 요소들을 정교하게 조합하고 있다. 그래서 카본과 알루미늄이 잘 조합되어 있다는 게 눈에 띈다. 일단 시트부터 다른데, 헤드레스트 일체형의 버킷 시트라는 것도 눈에 띄지만 등받이와 엉덩이가 닿는 부분을 장식하는 수 많은 육각 패턴도 인상적이다. 발코니 가죽을 사용했다고 언급하는데, 머리를 기대는 것도 좋고 상체가 딱 잡히니 격한 주행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2열은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불편함이 없고, 꽤 넓기까지 하다.
시트에 앉아 계기판을 보면, 처음에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RS 버튼을 누르면 그래픽이 변하는데, 이때가 바로 정점이다. 5500회전부터 7000회전까지는 노란색, 그 위로는 붉은색으로 표시하는데, 그래픽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형태가 되면서 변속 시점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만든다. 역시 달리는 모델다운 선택이다. 트렁크는 생각보다 넓고, 아반트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다양한 화물을 쉽게 적재할 수 있다.
중독과도 같은 성능
RS 6 아반트의 핵심인 8기통 엔진은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인제야 수입됐으니 알 수 없겠지만, 이전 엔진은 피스톤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길이가 꽤 길었다. 그에 비해 이번 엔진은 피스톤 지름 86mm, 길이 86mm로 꽤 경쾌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물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도 들어있고, 주행 중 4기통으로 전환되면서 연료도 절약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감성이 넘치는 경쾌한 회전을 위한 엔진이다.

아마도 처음에 출발하면 그 조용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엔진 회전도 부드럽지만, 소리도 생각만큼 나지 않는다. 게다가 도심에서는 3000회전 이상 올릴 일이 거의 없을 테니, 그냥 조금 힘이 센 조용한 중형 승용차를 운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성능 모델이니까 조금 딱딱한 느낌이 온다고 해도 이해해 줄 터였는데, 차체가 앞뒤 또는 좌우로 흔들리는 영역이 꽤 적고 충격도 꽤 유연하게 흡수하고 있어 놀랬다.
이렇게 얇은 타이어를 적용하게 되면 일반적으로는 승차감이 안 좋기 마련인데, 역시 DRC(다이내믹 라이드 컨트롤)를 적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쾌적한 승차감이 보장된다. 게다가 회전 반경도 예상외로 적다. 스티어링 회전과 속도에 따라 뒷바퀴가 반응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얌전하게 운전하면, RS라는 이름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마침 도심을 벗어나 조금 한적한 외곽 도로에 접어들었으니, 모드를 바꾸고 가속을 즐겨보자.

아마도 처음에는 그 가속을 느끼기 힘들 것이다. 3000회전을 조금 넘기는 정도로는 이 엔진의 진정한 면목을 볼 수 없다. 오른발에 좀 더 힘을 주고 4000회전을 넘기는 순간부터, 숨기고 있던 발톱이 드러난다. 이때부터 레드존에 이르기까지의 가속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이루어진다. 눈앞의 공간이 순식간에 압축된 뒤 바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 슈퍼카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가속 감각이다.
만약 앞을 가로막는 다른 자동차들이 없다면, 이 가속 감각은 운전자를 유혹하는 미약이 될 것이다. 마치 중독과도 같은 성능. 조용하게 성능을 숨기고 있지만, 진짜로 필요할 때는 가속할 줄 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게다가 공포에 떨지 않고 그 상황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더 놀랍다. 자동차의 성능과 운전자의 능력을 동일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럴 때는 조금은 자동차에 의존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의 신뢰가 있으니 말이다.

신뢰라고 하면 하나 더 언급해야 할 것이 바로 브레이크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일반도로에서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만약의 경우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야만 한다면 든든한 생명줄이 될 것이다. 그 제동 성능도 인상적이지만, 엔진이 상당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체 앞부분이 좀처럼 내려앉지 않는다. ‘원활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으면서도 필요할 때 달릴 수 있는 성능을 지닌’ 모순됨이 아주 반갑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 성능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도로는 독일의 아우토반, 그중에서도 일부 구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서킷 정도일까. 그렇다고 해도 그 성능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RS 6는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만약 이 차를 다른 초보 운전자에게 쥐여준다 해도, 그걸로도 좋다. 평상시에는 가족을 태우는 용도로 얌전하게 사용하고, 혼자서 한적한 도로를 만났을 때 잠시 신나게 달려도 좋다.

또 한 가지 모습이 있다. 레저를 중시하는 시대에 모든 레저 제품을 적재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이다. 시간은 없지만 한적한 곳에서 자전거를 즐기고 싶다면, 짐칸에 가볍게 자전거를 싣고 목적지까지 빠르게 달려가면 된다. 잠시간의 캠핑과 힐링도 마찬가지. 의자와 테이블, 간단한 먹거리와 책만 챙긴 채 한적한 호숫가로 빠르게 내달리면, 어느새 여유가 만들어진다. 비록 잠시뿐인 여유이지만, 마음을 추스르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 모든 움직임을 기민하게 받쳐준다. 연비도 꽤 좋다. 천천히 달린다면 기민하게 4개의 실린더만 쓰는 시스템이 연비를 아껴줄 것이니 말이다. 만능에 가까운 움직임과 실용성을 생각하면, 가격도 정말 납득할 수 있다. 정말 오랜 기간 기다렸던 아우디 RS 6 아반트는 밤에는 ‘슈퍼카를 따라잡는 아반트’로, 낮에는 ‘서 있는 슈퍼카들을 놔두고 취미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패밀리카’로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것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95×1950×1500mm
휠베이스  2930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3996cc  |  최고출력  ​​600ps
최대토크  81.6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연비  7.0km/ℓ
가격  1억580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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