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 LOVELY, 미니 JCW 컨버터블

  • 기사입력 2021.10.17 09:0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귀여운 눈망울로 운전석에 앉게 하고 매콤한 성능으로 내릴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달리면 한동안 잊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차를 경험할수록 기호가 바뀐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과거의 나는 무조건 빠르고 가벼운 차를 좋아했다. 직선 구간이든 코너든 간에 빨라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딱 하나의 조건만 필요하다. 바로 뚜껑이 열려야 한다. 스피드를 즐기는 것보다 바람을 음악과 함께 맞는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오픈에어링만 가능하다면 느려도 상관없다. 디자인이나 브랜드도 따지지 않는다. 내 지갑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만 있으면 된다. 얼마 전에 탔던 BMW 420i 컨버터블이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절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구성을 놓고 보면 합리적인 가격이고 무리하면 손에 닿을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들었다.

4시리즈 컨버터블을 짝사랑 중인데 또 다른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앞에 있다. 화장을 새로 고친 미니, 뚜껑도 열리고 JCW 배지까지 붙었다. 본디 미니는 알록달록한 원색이 잘 어울리는데 은색도 잘 소화한다. 크롬 장식을 모조리 블랙으로 바꿨고 공격적인 JCW 에어로파츠가 달려 귀여우면서도 제법 한 성격 할 것 같다. 루프는 유니언잭이 은은하게 그려진 캔버스다. 컨버터블임에도 일반 모델의 실루엣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해치백 타입을 컨버터블로 만들었기에 루프를 담아 놓을 공간이 없다. 그 때문에 예쁘게 포개어 놓는 법을 배워놨다.    

운전자를 반겨주는 날개 로고 조명을 보며 실내로 들어간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며 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우선 스티어링 휠이 더 두툼해졌고 최고급 가죽으로 마무리되어 손맛이 좋다. 클러스터는 LCD로 바뀌고 메인 디스플레이는 커졌다. 거기에 터치를 지원하고 무선으로 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한다. 차를 살 때 옵션을 전혀 따지지 않는 편인데 이제 이거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고야 말았다. 그 밖에 편의사양도 많이 추가되었다. 하이빔 어시스트, 보행자 경고 및 제동 기능, 그리고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가 들어갔으며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추가되었다.
JCW인 만큼 파워를 알아보자. 후드 안에는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이 숨어 있다.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로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5초이며 최고시속은 241km에 달한다. 실제로 밟아 보면 브로셔의 수치보다 더 매콤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대단한 파워는 아니지만 차가 작고 가볍다 보니 잘 나간다. 트윈스크롤 터빈이라 리스폰스도 빠릿빠릿하다. 300마력 이상의 차들과 달려도 밀리지 않는 가속력을 보여준다. 충분히 300마력을 낼 수 있는 엔진이지만 토크 스티어를 염려해 이 정도 출력에서 선을 그었다. 정지 상태에서 스로틀을 한 번에 활짝 열면 토크 스티어가 살짝 느껴지는데 출력이 더 셌다면 불편했을 것이다. 딱 이 정도 파워가 알맞다.
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없기에 일상 주행에서 불만이 전혀 없다. 이전에 아이신 6단 변속기는 저단에서 꿀렁거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8단 변속기로 오면서 이 약점이 사라졌다. 다만 스포티한 농도가 옅어졌다. 8단 변속기는 이전에 사용하던 6단 유닛보다 소프트한 로직으로 작동한다. 변속 속도가 보통 수준이다. 원래 BMW는 같은 유닛으로도 훨씬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데 미니 컨버터블 JCW는 그렇지 않다. 다운시프트에는 소극적이다. 아마 빡빡해진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러한 세팅이 적용된 듯한데 조금만 더 이전의 성향을 띠었으면 한다.
코너링 실력은 어떨까? 명불허전이다. 크고 작은 코너 모두 쉽게 정복해버린다. 고속도로 램프와 같은 큰 코너를 돌아도 안정적이다. 타이어 스키드 음이 앞뒤 바퀴 모두 고르게 나는 것도 인상적이다. 보통은 프런트 그립이 약해지면서 리어 그립만 살아 언더스티어가 나타나는데 한곗값 이상에서 각도는 유지한 채 차체 전체가 바깥으로 밀려 컨트롤하기 쉽다. 일부러 트랙션을 잃게 한 후 자세를 바로잡는 재미도 있다. 물론 어린이들은 따라 하면 안 된다. 차체 강성이 걱정되는 컨버터블 모델이지만 복합코너에서도 섀시가 엉키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이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하다. 스티어링 피드백은 빠르면서 솔직하다. 역시 미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해 줄 브레이크 퍼포먼스도 준수하다. 앞이 무겁지만 노즈다이브가 심하지 않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또한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 페이스리프트되기 전 거슬렸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드디어 잡았다. 속도가 조금만 높거나 조향이 살짝이라도 들어간 상태에서 감속이 되면 리어 트랙션이 불안해졌는데 확실하게 개선했다.  
퍼포먼스니 뭐니 해도 이 차는 루프를 걷어 내고 낭만을 즐겨야 한다. 다행히 날씨까지 선선해져 공기마저 맛있다.  A필러가 운전자로부터 한참 앞에 있어 개방감은 최고다. 규정 속도 범위 내에서는 고속도로에서도 캐빈룸으로 유입되는 바람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남성의 헤어스타일은 유지되고 여성의 머리카락은 부드러울수록 신나게 날리는 수준이다. 이것도 오픈톱을 타는 재미다. 루프를 다 열지 않고 반만 열면 바람이 얼굴로 달려든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맑은 공기 속에 이렇게 움직이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오직 미니 컨버터블에서만 만끽할 수 있다.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 성능도 좋아 오픈에어링의 질을 올려준다.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도 운전자 귀에 음악을 잘 전달한다.
며칠간의 데이트는 끝났다. 보내기가 아쉽다.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정말 고맙다. 이 녀석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미니가 귀여워서인지 날씨도 도와줬다. TMI지만 난 미니 오너다. 내가 살 당시에는 컨버터블이 없었다. 만약 지금 다시 미니를 산다면 이 녀석을 가져올 테다. 차체가 작아 루프가 없어도 차체 강성에 큰 손해를 보지 않았고 코너에서 우리의 기대에 부응한다. 가장 큰 매력은 자존감이다. 신호 대기 중 옆에 페라리 오픈카와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다. 더 빠르고 비싸지만 미니는 미니니까. 말똥말똥한 눈망울에 나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3870×1725×1415mm휠베이스  2495mm  |  엔진형식  ​​I4T, 가솔린배기량 ​​​1998cc  |  최고출력  ​​231ps최대토크  32.6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1.4km/ℓ​ ​가격  50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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