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의 향기를,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 기사입력 2021.10.15 10:0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전기차는 일반 자동차와 운전 방식이 달라야 할까 아니면 같아야 할까. 만약 일반 자동차의 운전 감각을 포기할 수 없다면, 아우디 e-트론을 경험하고 새 시대를 열어보자. 전기차에 대한 저항감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쓴 대 바이러스의 시대를 겪으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이제 꼭 현장을 둘러봐야만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면 집에서 회사 업무를 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 회의를 진행한다.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으며, 어느 바다에서 자취를 감췄던 고래들이 다시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동안 인간이 많이 잘못하긴 했나 보다.

인간의 활동 제약으로 인해 환경 문제가 주목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시대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 이들은 환경 보호에 가속을 걸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래 약속되어 있던 탄소 중립 실현 시기를 앞당기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지 않는 기업에는 대출조차 잘 승인해주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자동차도 예외가 될 순 없다. 본래 약속되어 있던 전기차의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 변화가 반가운 이들도 있을 것이고, 내연기관이 전기모터로 바뀌는 것에 대해 별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연기관 특유의 맛을 잊지 못해 전기모터가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그 마음이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가속이 걸려버린 변화를 인제 와서 뒤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내연기관의 맛을 지닌 전기차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배출가스 없이 운전의 재미를 살릴 수 있는 자동차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기대에 응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아우디의 전기 SUV, e-트론이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있는 차는 그 e-트론을 다듬은 쿠페형 SUV, e-트론 스포트백이다. 과연 아우디가 다듬은 전기차의 맛은 어떨까? 그리고 최신 기술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궁금한 것들은 참 많지만, 그보다 먼저 새로운 탈 것에 대한 호기심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배터리도 가득 차 있으니 주행거리를 믿고 조금 먼 길을 떠나보도록 하자.
전기차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모습

만약 이 차에 멋을 부리는 형상이라고 해도 머플러가 달려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보는 것만으로 전기차임을 구분해 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e-트론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면, 외형만 보고서 아우디의 일반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다. 특히 전면에 거대한 싱글 프레임 그릴이 제대로 자리 잡고 있으니 더 그렇다. 가까이에서 보면 공기역학을 고려해 대부분의 영역이 막혀 있는데, 환기가 되는 영역도 생각보다 넓다. 여기서 그나마 전기차임을 짐작할 수 있다.

SUV임에도 불구하고 곡선을 그리며 완만하게 내려오는 형태의 루프 라인을 갖고 있다. 그래서 쿠페 형태의 차체가 무척 강조되며, 세련됨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충전 포트가 열리는 방식이 독특한데, 포트 바로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커버가 자동으로 아래로 내려간다. 국가에 따라 충전 포트가 양쪽으로 나뉘기도 하는데, 대한민국은 DC 콤보 방식을 사용하기에 포트도 한쪽에만 마련됐다. 초고속 충전은 지원하지 않지만, 충전 속도는 꽤 빠르다.

실내는 아우디 A6를 통해 익숙한 형태다. 완만한 지그재그를 그리는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2개의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것, 그 화면이 운전석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도 그렇다. 그 와중에 극적인 변화를 찾자면, 도어 트림 일부를 장식하고 있는 OLED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형태의 사이드미러일까. 시선을 조작하는 범위가 생각보다 작지만, 후방을 확인하는 데 있어 큰 불편함은 없다. 밤에는 오히려 일반 거울보다 더 시인성이 좋은 듯하다.

실내 구성 중에서 e-트론 특유의 맛을 살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변속 레버다. 후진 또는 전진을 고르기 위해서 손바닥을 받침대에 놓고 은색의 슬라이더를 엄지와 검지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앞뒤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회전축을 중심으로 포물선을 그린다. 그래서 의외로 기어 조작이 손가락에 착착 감긴다. 수동 변속을 하는 맛까지는 아니지만, 밋밋하게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는 기어 조작에 있어 즐거움이 몇 배는 더 살아난다.
평온한 주행 속에서 느끼는 재미

시승차는 50 콰트로 모델이다. 55 모델과는 달리 배터리 용량도 적고, 최고 출력도 낮다. 그래도 313마력에 달하니, 2400kg을 넘는 무거운 차체를 가속시키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1회 충전 시 22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만약 가을의 정취를 빌어 에어컨을 껐다면 주행거리는 훨씬 더 나왔을 것이다. 장거리 주행이 잦지 않다면, 일상적으로 주행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구간이다. 다루기도 더 쉬울 것이고 말이다.

시동을 걸고 오른발에 슬그머니 힘을 주면 ‘구우우우~’하면서 작동하는 음색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것을 제외하면, ‘전기차에서 느껴지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극복해야 하는 신기한 경험’은 더 이상 없다. 엔진음이 들리지 않는다는 등 아주 소소한 것들이야 있지만, 일반적인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를 운전하는 감각을 그대로 가져오면 된다. 필요할 때는 오른발에 강하게 힘을 주고, 회생 제동에 굳이 신경을 기울일 필요 없이 평범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

무게가 꽤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가속이 꽤 가볍다. 게다가 승차감은 꽤 좋다. 그런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촉촉한 승차감’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사륜구동이지만, 평소에는 뒷바퀴를 밀어준다는 감각이 더 강하다. 오른발을 끝까지 밟지 않는다면, 그것을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주행 속도 영역에서 토크만큼은 꽤 잘 느껴지는데, 그로 인해 평온한 주행이 깨질 일은 잘 없다. 굳이 힘을 과시하는 모델은 아닌 셈이다.고속도로를 벗어나 일부러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봐도, 자세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좌우로 연속되는 코너에 맞춰 계속 차체를 흔들어 봐도, 못 견디겠다고 외치지를 않는다. 브레이크 역시 꽤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전기차라고 하면 회생 제동에서 물리 제동으로 전환될 때 이질감이 드는 것이 보통이고 그 범위와 반응을 다듬는 것이 핵심인데, 물리적 조작이 아니라 전기 신호로 회생 제동을 제어해서 그런지 전환되는 시점을 느끼기 어렵다.

단 하나, 중요하지는 않지만 아쉬운 것은 회생 제동의 단계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계기판을 잘 보면 왼쪽 미터기에서 극히 작은 점으로 표시되기는 하는데, 한눈에 알아보기는 힘들기에 적어도 바늘 또는 조금 큰 영역으로 표시해줬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브레이크 반응이 꽤 자연스럽기에 회생 제동의 단계가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인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감각을 가진 전기차라는 이야기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나니, 그동안 느껴왔던 엔진만큼 움직임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재미가 있고, 배출가스가 없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자동차라는 느낌이 한 번에 다가온다. 그래서 전기 시대가 되어도, 아우디는 아우디인 채로 전기모터를 통해 그동안 추구했던 운전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서 미국 어딘가에서 수많은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아우디의 감각으로 만들어졌으니 이 정도면 훌륭하다 하겠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SUV보다는 세단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형태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좋아할 법하다. 그러고 보니 초기에 수입된 e-트론 일반 모델은 순식간에 다 팔렸다고 한다. 스포트백은 그 인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그것이 기대된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 _ AUDI e-TRON SPORTBACK 50 QUATTRO
길이×너비×높이  4900×1935×1675mm  |  휠베이스  2928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배터리 용량 ​​​ 71kWh  |  최고출력  ​​313ps  |  최대토크  55.1kg·m  |  변속기  1단 감속기어
구동방식 ​​AWD  |  복합전비  -  |  가격  1억198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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