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키드, BMW M135i

  • 기사입력 2021.10.12 09:33
  • 기자명 모터매거진

BMW 라인업 중에서 재미있는 녀석들만을 모은 후 그중에서 가장 몰기 쉬운 한 대를 뽑아보자. 무조건 M135i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국내 자동차 시장에 핫해치 열풍이 분 적이 있다. 폭스바겐 5세대 골프 GTI가 주역이었다. 작은 차체에 유럽산 특유의 단단한 서스펜션, 거기에 200마력의 파워와 듀얼 클러치 유닛으로 젊은 소비층에 큰 인기를 얻었다. 고출력 재래식 튜닝카를 순정 상태로 무찌르는 모습에 팬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폭스바겐 집안 사정으로 골프를 찾는 이들은 줄어들었고 이어 해치백 장르 자체가 시들해졌다. 그런데도 핫해치에 갈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분명 있었고 제대로 된 독일산 해치백이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바로 BMW M135i다.

사실 해치백은 BMW의 전문 분야는 아니다. 본대 해치백은 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해 작은 차체지만 최대한으로 캐빈룸을 확보해야 한다. 허나 BMW는 후륜구동에 익숙하기에 해치백마저 후륜구동으로 만들었었다. 뒷자리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유일한 후륜구동 해치백이 BMW 1시리즈였으며 6기통까지 품을 수 있는 해치백 역시 1시리즈였다. 국내에는 없지만 아마도 F20 M140i 수동변속기 모델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올라갈 것이다. 여하튼 BMW 해치백 1시리즈는 드리프트가 되는 돌연변이였다. 아쉬운 것인지 다행인 건지, 세대 변경이 되면서 이제 정통(?) 해치백이 되었다.

시승하게 된 모델은 BMW M135i다. M 배지가 붙은 만큼 노멀 1시리즈에 과격한 에어로파츠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리어 스포일러는 기능도 기능이지만 정말 멋있다. 프런트 오버행이 전륜구동치고 그리 길지 않아 다행이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를 향해 있고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다. 그물 같은 패턴의 앰비언트 라이트가 들어가 있어 컬러도 분위기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시트는 헤드레스트와 일체형이고 사이드 볼스터도 적극적이라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쿠션감도 괜찮아 장거리 주행에도 엉덩이가 쑤시지 않는다. 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한 덕으로 2열 공간이 이전보다 여유로워졌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타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부족하지 않다. 등받이 각도도 살짝 누워 있어 만족스럽다.

후드 안에 담겨 있는 파워 유닛은 4기통 2.0ℓ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힘을 생산한다. 토크 컨버터 타입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리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7초다. 무려 4초대다. 300마력 남짓한 출력으로 로켓 스타트가 가능한 진짜 핫해치다. 이러한 숫자라면 브로셔는 뒷좌석에 그냥 던져 버리고 무조건 달려야 한다. 이 녀석은 신나게 달리라고 만든 녀석이다.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아 본다. 역시 가속력은 역시 수치를 배신하지 않는다. 쭉쭉 잘 치고 나가는데 재미있는 것은 세팅이다. 일반적인 터보 차와 결이 다른 가속감이다. 이 정도 배기량에 터빈을 달 때 엔지니어는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작은 터빈을 달아 리스폰스를 극대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대형 터빈을 달아 마력을 끌어올려 후반 영역을 점령할 것인지를∙∙∙. M135i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우선 300마력 이상 뽑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터빈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리스폰스를 포기할 수 없기에 트윈 스크롤 방식을 택했다. 이는 주행 감각에 모든 것을 거는 BMW의 주특기이긴 하지만 M135i는 진짜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같은 느낌이다.
고속도로에서 속도가 붙어 있는 상태에서 가속해도 매콤하게 전진한다. 반면 터보 차 특유의 펀치력을 크게 느껴지지 않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깔끔한 토크 밴드를 선호하는 이들이 환영할 세팅이다. 분명 이전 세대 135i가 직렬 6기통 엔진을 달고 있었고 이제는 같은 모델명이지만 4기통을 사용하기에 최대한 과거의 향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물론 실린더 수의 차이가 있기에 똑같을 수는 없지만 보통의 4기통 엔진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회전 질감을 보여준다.
코너링 퍼포먼스는 어떨까? 전륜구동의 움직임은 이미 미니 브랜드에서 연마했기에 걱정되지 않는다. 게다가 작년에 탔던 118d의 코너링 실력이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운 좋게 산길이 아닌 레이싱 트랙에서 M135i를 탔다. 짧은 코스이지만 코너가 많아 M135i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프런트가 무겁지만 언더스티어가 심하지 않다. 한계치 이상에서 앞뒤, 좌우 타이어가 거의 동시에 그립을 잃기에 자세를 바로잡는 것도 어렵지 않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는데 후륜구동에 가까운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고, 그렇다고 전륜구동스럽지도 않은 딱 사륜구동처럼 돌아나간다. 테크니컬 코너에서도 어려움은 없다. 스티어링 피드백이 솔직하고 빨라 차를 다루기 편하다. 공차중량이 1490kg으로 그리 가벼운 몸무게는 아니지만 경쾌하게 빠져나간다. 좌우 롤링의 정도가 적어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자연스럽게 넘기며 이때 진동을 섀시가 오랫동안 머금고 있지 않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즐겁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준수하다. 거슬리는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잡았고 열에도 강해 트랙에서도 잘 버텨줬다. 별다른 튜닝을 하지 않아도 트랙데이에서 2세션 정도는 무난하게 탈 수 있을 듯하다.
기분 좋은 시승이 끝났다. 촬영 날 비가 억수 같이 퍼부어 이 녀석을 제대로 가지고 놀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BMW 팬들이 좋아하는 후륜구동은 아니지만 휠베이스가 짧아 정말 재미있다. 뒤를 날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타는 이는 거의 없으니 눈 감아 줄 수 있다. BMW M135i의 경쟁 모델은 메르세데스-AMG A35다. 국내에는 A35 세단만이 들어오고 해치백 타입은 A45로 들어오기에 직접적으로 붙을 일은 없다. BMW에는 M2가 있어 족보 때문에 M135i 출력을 메르세데스 A45만큼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A45의 파워가 신경 쓰이지만 형 격인 M2 덕분에(?) 보통의 운전자가 안전하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완벽한 핫해치가 탄생했다. 운전 경험이 많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장난감이다.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320×1800×1435mm
휠베이스  267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2995cc  |  최고출력  ​​306ps
최대토크  45.9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0.0km/ℓ
가격  60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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