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 ACE, 메르세데스-벤츠 EQA

  • 기사입력 2021.10.11 13: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대형차가 주특기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이 녀석으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날이 오고 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엔진의 진동과 배기 사운드를 즐기는 순간이 머지않아 추억이 된다.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내연기관의 비중은 줄이고 전기차에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왕관을 쓰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그러하다. 그 때문에 삼각별을 달고 있는 전기차를 만나는 일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도 않다. 벌써 두 번째 만남이다. 처음은 EQC, 이번엔 동생 격인 EQA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모델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EQC보다 작고 GLA의 베이스를 이용해 만든 전기차다. EQ 디비전 론칭 당시 이 네이밍이 입에 잘 붙지 않았는데 어느덧 익숙해졌다. EQ 하면 파란색의 뭔가와 친환경스러운(?) 뭔가가 눈앞에 떠오르는 것을 보니 성공적인 작명이다.

잡설은 그만하고 다시 앞에 세워진 EQA에 집중하자. 일단 생김새를 훑어보자. 조약돌처럼 생겼다. 모난 구석 없이 매끈하고 단단하게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GLA를 가지고 만들었지만 GLA와 향은 확실히 다르다. 여러 파츠를 콘셉트카의 것처럼 꾸며 전체적인 이미지가 전기차답게 완성되었다. 이 점은 메르세데스 디자인팀의 수준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같은 재료에 토핑으로만 약간의 차이를 줘 전혀 다른 음식을 선보이는 초일류 쉐프다. 개인적으로 EQA 익스테리어의 하이라이트는 리어램프다. 하나로 이어진 형상이 트렌드이긴 하지만 메르세데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기교다. 특히 밤에 빛을 내면 최신형 차만의 선선함이 느껴진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 보자. 역시 벤츠는 벤츠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분간 메르세데스의 인테리어를 따라올 브랜드는 없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보다 더 상위 클래스 브랜드의 인테리어도 배지 떼고 붙는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이어 붙여 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고 원형 송풍구 클래식한 멋까지 챙겼다. 스티어링 휠은 바텀 플랫 타입이며 크기와 두께 모두 적당해 손에 잘 감긴다. 시트는 쿠션감이 좋고 사이드 볼스터도 적당히 나와 있어 코너에서 운전자를 잡아준다. 뒷좌석은 키 180cm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하다. 레그룸과 헤드룸에 여유가 있으며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하다. 트렁크는 딱 이 사이즈 수준이며 거창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수입차지만 국산차처럼 편의사양이 가득 담겨 있다. 여러 옵션이 들어가 있는데 그중에서 실제 예비 오너들이 반길만한 몇 가지만 읊어 보겠다. 최근 들어 반드시 필요한 옵션이 되어 버린 애플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를 지원한다. 이것만 되어도 수입차의 엉터리 내비게이션으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졌다. 주행보조 시스템도 달려 있어 막히는 길에 잠깐 딴짓을 할 수 있다. 맹신하면 안 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거나 커피 뚜껑을 여는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
시동 아니 전원을 켜고 도로로 나가보자. EQA에는 66.5kWh 리튬 이온 배터리가 박혀 있고 한번 충전으로 306km 이동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아본다. 가속력은 전기차답게 쭉쭉 잘도 치고 나간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시원하게 치고 나갈 수 있다. 본격적인 퍼포먼스 모델이 아니기에 유튜브에 나오는 헉하는 전기차 특유의 펀치력은 없지만 고성능 내연기관 정도의 가속력은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전기차들은 초반 가속에 감탄하다가 후반 가면 실망을 하기 마련인데 어찌 된 것인지 EQA는 후반 가속에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최고시속은 160km지만 그 선까지 매콤하게 속도를 올린다.
고속안정감도 훌륭하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노면으로부터 붕 뜨지 않아 캐빈룸이 평화롭다. 왼손은 스티어링 휠, 오른팔은 센터 콘솔에 걸치고 마음 놓고 고속 크루징을 할 수 있다. 방음에도 신경을 많이 써 오래된 고속도로 노면에서도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덕분에 음악 감상하기 아주 좋다. 오디오 시스템은 부메스터가 책임졌다. 과거에는 중저음이 약해 젊은 층에게는 인기가 없었지만 요즘 들어 베이스를 강하게 세팅해 놓은 게 참 마음에 든다. 팝을 가장 잘 해석하고 힙합과 록도 소화를 잘한다.  
코너링 실력은 어떨까? EQA가 산길에 닿았다. 무겁지만 무게 중심이 낮고 밸런스가 좋아 꽤 재미있게 코너를 탈 수 있다. 스포츠 타이어가 아닌지라 일찍 비명을 지르지만 슬립의 방향이 예측 가능해 바로 잡는 맛도 있다. 또한 언더스티어의 농도도 옅어 진입 속도만 적절하게 맞추면 이상적인 라인으로 수정하기도 쉽다. 복합코너에서도 섀시가 엉키지 않고 잘 빠져나온다. 댐퍼 스트로크가 길고 스프링 레이트가 약하다 보니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이 둔하지만 차체 강성이 단단해 웬만해서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과 섀시를 채찍질하기에 충분하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인 연거푸 들어가도 쉽사리 지치지 않는다. 또한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가장 궁금해할 브레이킹 감각은 내연기관차와 거의 동일하다. 인상적인 것은 전기차임에도 스티어링 휠에 패들 시프트가 달려 있는데 이것으로 회생제동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는 설정 화면으로 들어가서 선택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간단하게 패들로만 즉흥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정말 편리하다.

시승은 끝났다. 역시 메르세데스가 만들면 전기차도 메르세데스다. 우리가 메르세데스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지켰다. 차 크기만 작을 뿐이지 고급스럽고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도 탄탄하다. 게다가 펀 드라이빙도 가능하다. 엄청난 출력으로 흥분시키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줘 입꼬리가 올라간다.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어서 테슬라 볼륨 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오너들은 테슬라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어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브랜드 벨류로 보면 메르세데스를 이길 수 없으니까.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465×1835×1625mm  |  휠베이스  2729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  최고출력  ​​190ps
최대토크  38.3kg·m​​​  |  구동방식  ​​FWD​​​  |  1회 충전 주행거리  306km​​  |  가격  ​​​​​​​​​ 67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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