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랭글러 4xe와 함께한 모험

  • 기사입력 2021.10.08 11:13
  • 최종수정 2021.10.08 11: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정통 오프로더 엔진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 대신 음향 발생기의 가상 사운드만 주변을 맴돈다. 지프 랭글러가 맥아리 없이 너무 조용하니 이상할 지경이다. 이 차로 강원도 태백의 거친 산악지대 오프로드를 넘나들 수 있을지 미심쩍었다. 산행을 나서자마자 알았다. 괜히 의심하고 지레 겁을 먹었다는 걸. PHEV 랭글러 역시 단연코 최강의 오프로더다. 

지난 9월 9일부터 1박 2일간 강원도 태백에서 지프 와일드 트레일에 참여하기 위해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4xe의 운전석에 올랐다. 서울부터 태백까지 장거리를 랭글러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브랜드인 4xe와 함께해야 한다. 솔직히 지프 랭글러는 편안하고 안락한 차는 아니다.길이 없더라도 길을 만들며 험로를 뚫고 나가기 위해 제작된 정통 오프로더는 무쇠 팔, 무쇠 다리의 로봇처럼 견고한 앞, 뒤 차축과 강력한 보디 프레임 차체를 타고났다. 언제나 탈부착 가능한 도어와 루프 때문에 외부 소음은 여과되지 않고 고스란히 실내로 유입된다. 실내는 바람 소리와 노면 마찰음으로 시끄럽고, 지상고가 높아 피칭과 롤링으로 안락한 승차감은 아니다.

도심에서 자연을 향해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빠른 가속 성능보다 천천히 여유롭게 주변 경치를 만끽하고 산과 들, 계곡에 닿으면 거침없이 바위를 타고 시골길의 진창을 훑고 나간다. 지프 랭글러의 본연의 모습이다. 지프 랭글러를 타는 이유이기도 하다.거친 바윗길을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다. 앞서 말한 대로 강인한 차체는 기본일뿐더러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관절과 영리하고 재빠른 사륜구동 장치, 거기에 더해 강력한 파워트레인이 필수다. 과연 직렬 4기통 2.0ℓ 엔진과 2개의 모터, 배터리팩이 장착된 랭글러 4xe로 백두대간 산길의 비포장도로와 계곡 사잇길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어찌 됐든 갈 길을 나섰다.

너무 조용해서 시동을 걸었다는 걸 깜빡했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엔진이 고요하다. 가속 페달을 슬쩍 밟자 모깃소리처럼 ‘웽’하는 전자음이 들린다. 보행자에게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외부 스피커에서 들리는 가상 사운드다. 용맹스러운 모습의 랭글러에서 이런 소리가 나다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출발할 때의 운전 느낌은 아주 부드럽다.

지프 랭글러 4xe는 2.0ℓ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과 엔진의 크랭크축에 장착된 한 개의 전기모터, ZF 8단 하이브리드 자동변속기와 통합된 또 다른 전기모터, 프런트 프로펠러 샤프트와 트랜스퍼 케이스, 리어 프로펠러 샤프트, 배터리팩으로 파워트레인과 드라이브트레인을 구성했다.
2.0ℓ 터보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만드는 출력은 고스란히 앞바퀴 축으로만 전달된다. 2개의 전기모터가 만들어낸 전기 에너지는 뒷바퀴만을 구동하는 운동 에너지로 변환된다.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맡은 영역이 다른 셈이다.

첫 번째 전기모터는 엔진 앞쪽에 벨트 타입으로 엔진의 크랭크 샤프트와 연결된 고전압, 수랭식 모터 제너레이터 장치다. 기존의 알터네이터를 대신해 부드러운 엔진 스타트앤스톱 기능과 발전기 역할을 한다. FCA의 e-토크 시스템과 같은 기술로 2.3kg·m의 토크와 약 44마력의 출력을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전기모터는 8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변속기 앞쪽에 토크 컨버터 대신 장착된 전기모터다. 2개의 바이너리 클러치를 통해 2.5kg·m의 토크와 약 135마력의 출력을 리어 액슬로 전달한다.온-오프 기능의 바이너리 클러치는 엔진과 전기모터 사이에 장착된다. 이 클러치가 열리면 엔진과 전기모터 간에 기계적 연결이 없는 일렉트릭 모드로 차체를 움직일 수 있다. 바이너리 클러치가 닫히면 엔진과 전기모터가 자동변속기를 통해 연결된다. 이런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E-세이브 등 3가지 모드로 선택이 가능하다. 일렉트릭 모드는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이지만, 배터리 충전량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하이브리드 모드로 변경된다. E-세이브 모드는 오로지 가솔린 엔진의 힘만으로 차체를 이끈다.
자료에는 뒷좌석 밑에 장착된 삼성 SDI 400V, 17kWh, 96셀 리튬이온, 니켈 망간 코발트 배터리팩이 충분히 충전되었을 때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움직여 32km 거리까지 전기모터만으로 이동할 수 있다지만, 실주행에서 이 거리를 완전히 도달하진 못했다. 물론 여러 변수로 인해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뒷좌석 방석을 들치면 배터리팩이 보인다.

온로드 주행은 매끄럽고 조용했다. 내연기관 모델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 고속도로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특히 터널을 지날 때 불쾌한 외부 소음이 문틈과 지붕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실내 여기저기서 들리는 바람 소리와 외부 소음 때문에 귀가 불편하다.
태백에 도착해 스텔란티스 코리아와 강원도관광공사가 함께 준비한 지프 와일드 트레일 코스로 이동했다. 수풀이 우거진 깊은 산속 비포장도로에 진입했다. 셀렉-트랙(Selec-Trac) 기어를 4×4 오토와 저속 기어로 바꿔 가며 지프 랭글러의 우수한 사륜구동 성능을 경험해본다. 프런트 및 리어 액슬에 차세대 Dana 44 액슬이 장착되었고 2.72:1의 저속 기어비로 세팅된 셀렉-트랙 2단 트랜스퍼 케이스가 장착되었다. 풀타임 4×4 시스템 덕분에 어지간한 비포장도로를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었다. 트랙-록 리미티드 슬립 리어 디퍼렌셜은 모래, 자갈, 눈 또는 얼음 위에서 네 바퀴의 그립을 잘 유지해준다. 울퉁불퉁한 자갈들과 뾰족한 바위 위를 지날 때마다 잘 다듬어진 서스펜션이 날카로운 충격을 부드럽게 완화해주었다. 물론 흔들림 때문에 좌우로 헤드뱅잉을 하게 되지만, 엉덩이 밑으로 전해지는 충격은 부드러운 편이다.

30도 경사의 내리막 계곡 길이 길을 막았다. 셀렉-스피드 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기어 레버로 하강 속도를 시속 2~8km로 조절해가며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아찔한 경사길을 안전하게 내려갔다. 이것이 지프 랭글러의 진가다. 탁월한 오프로더의 우월한 DNA다.
도강할 기회는 없었지만, 지프 랭글러 4xe의 파워트레인 전체가 알루미늄 하우징에 쌓여 있다. 배터리팩 온도를 제어하기 위해 전용 히터와 에어컨 냉매를 사용하는 냉각기가 설치되어 있고 배터리 팩과 전기 모터 사이의 배선을 포함한 모든 고전압 전자 장치는 밀봉되어 있고 방수 처리되어 있어 최대 수심 76cm 깊이까지 도강할 수 있다. 물을 건너기 위해 왼쪽 앞 펜더의 충전 포트도 최대한 높은 곳에 달았다.

짧은 시간 백두대간 이곳저곳 고갯길과 계곡 사이사이를 훑고 지났다. 자연 속에서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과 생태계를 연구하는 이들을 위한 극강의 오프로더를 만드는 지프 브랜드가 전동화를 통해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글 | 이승용  사진 | 스텔란티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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