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티커뮤터를 찾아라! 혼다 슈퍼 커브 C 125 VS 베스파 GTS 125

  • 기사입력 2021.10.02 23:58
  • 기자명 모터매거진

도심은 자동차에게 있어 좋은 공간이 되지 못한다. 정체가 심한 도로, 부족한 주차장, 모든 것이 운전자를 짜증 나게 만든다. 그런데 발상을 바꿔보면, 모터사이클이 활약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작은 크기와 적절한 배기량으로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지만, 그 매력을 평소에 모르고 지나가게 되는 두 모델을 여기에 불렀다. 둘 다 오랜 역사를 지녔고,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었다. 이제는 한국의 복잡한 도심에서 매력을 뽐낼 차례다. 

HONDA SUPER CUB C125글 | 유일한슈퍼 커브. 제조사인 혼다의 발음대로라면 ‘수퍼 커브’가 맞는데, 국내 발음법에 따라 슈퍼 커브가 되었다. 어쨌든 이 녀석은 명기임이 분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1억 대 이상이 판매되었고, 지금도 누군가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흔히 ‘시티백’이라고 부르는 그 모터사이클도 베이스는 슈퍼 커브다. 간단한 구조로 고장이 적고 다루기가 쉬우며 연비도 좋은, 혼다 소이치로의 꿈이 그대로 담긴 만능에 가까운 이동 수단이다.

그중에서도 이번에는 아름다운 슈퍼 커브, C125를 골랐다. 슈퍼 커브가 처음 등장했던 1960년대의 아름다움을 현재로 갖고 와 재해석하고, 그간 개발한 기술들과 편의 사양을 아낌없이 넣었다. 그 결과 가격은 살짝 비싸졌지만, 뭐 어떤가. 자고로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법이라고 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숨겨진 매력을 드러내고, 도심에서 우아함과 실용성을 모두 챙기고 싶다면 C125는 탁월한 선택이 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파란색 차체에 붉은색 시트가 잘 어울린다. 슈퍼 커브가 처음 등장할 때 사용했던 색인데, 오랜 세월이 흘러 레트로를 떠올리는 색상이 되었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방향지시등도 형태는 고전적이지만 그 안에는 LED를 품고 있어 시인성이 좋다. 차체 측면에 있는 혼다 특유의 날개 엠블럼이 인상적이다. 그 옛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았던 ‘이카로스’의 날개이다. 옛날을 떠올리게 만드는 원형 크롬 사이드미러는 시인성이 꽤 좋다.
스타일은 정말 좋은데, 과연 성능도 좋을까? 슈퍼 커브의 매력이라고 하면 막강한 연비와 다루기 쉬운 출력, 그리고 밟기만 해도 변속되는 기어다. 이 세 가지를 조합해서 승용으로도 그리고 상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무적의 모터사이클이 될 수 있었다. C125의 경우에는 상용보다 승용 쪽에 조금 더 치우쳐진 모습을 갖고 있지만, 젊은이들이 도심에서 개성을 가지면서 경제적으로 이동하기에는 이쪽이 더 잘 어울린다.

일단 시동을 거는 것부터 너무나 쉽다. 스마트키를 사용하고 있으니 주머니에서 굳이 키를 찾아서 꺼낼 필요가 없다. 가볍게 다이얼을 한 번 터치한 후 돌리기만 하면 된다. 그 뒤 스타트 스위치를 누르면 끝. 준비는 다 됐다. 단기통 엔진이라서 진동이 제법 셀 거 같지만, 보기와는 달리 적은 진동으로 부드럽게 돌아가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토크도 제법 있어서 평지라면 기어를 2단으로 넣고 출발해도 된다.
클러치 레버를 조작할 필요 없이 기어를 변속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직접 겪어봐야 안다. 엔진 회전계가 없으니 변속 타이밍을 걱정할 수도 있을 텐데,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와 진동을 몇 번 경험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변속을 해야 하는 시점이 나온다. 엔진 회전을 상당히 높여도 소리가 크지 않다는 것은 도심에서 커다란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시속 50km까지 알게 모르게, 기분 좋게 주행 속도가 올라간다.

C125의 움직임은 직관적이다. 본래대로라면 그러면 안 되겠지만,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수 있을 정도라면 C125에도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고 돌고 멈추는 기본 성능이 꽤 좋다. 혼다가 모터사이클의 기본을 잘 다듬기는 하지만, C125는 그 움직임의 정점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라이더라도 C125의 매력에 금방 빠져들게 된다. 모토 GP에서 활약하는 레이서, ‘마크 마르케즈’가 능숙하게 슈퍼 커브를 운전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만약 자신이 모터사이클을 정지시키는 데 서툴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앞바퀴에 디스크 브레이크가 기본 적용되고 ABS도 추가되어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한계를 넘나드는 무모한 속도가 아니라면, 도심에서는 갑자기 앞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도 당황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C125의 진정한 매력은 내리고 나서 시작된다. 일반 자전거와 차이가 나지 않는 크기로 인해 어디라도 주차가 가능하다.

이것은 도심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도심에서 맛있는 식당 또는 특이한 가게를 찾을 때, 작은 규모에 주차장도 없는 곳이 꽤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라면 근처에서 주차장을 찾느라 고생하겠지만, 슈퍼 커브는 가게 앞에 세워도 된다. C125라면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카페 앞에 세워놓아도 그림이 된다. 게다가 기름 냄새만 맡으면 움직일 정도로 연비도 좋다! 일본에서는 평범하게 운전했는데도 리터당 70km를 기록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니 말이다.
이런 다재다능한 C125를 도심에서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SPECIFICATION _ HONDA SUPER CUB C125
길이×너비×높이  1915×705×1000mm  |  휠베이스 1245mm
엔진형식   1기통, 가솔린  |  배기량  125cc  |  최고출력  9.7ps
최대토크  1.1kg·m  |  변속기  4단 원심  |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  |  가격  465만원
VESPA GTS 125
글 | 안진욱
자동차 운전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왜 이렇게 맛집이나 예쁜 카페는 골목에 있는지. 심지어 주차할 곳을 찾기도 힘들 때가 많아 포기한 식생활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스쿠터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바이크에 대해서는 유치원생 수준인 내가 갖고 싶은 바이크는 딱 하나다. 125cc짜리 베스파다. 우선 바이크 면허가 없기에 125cc를 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베스파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자인 때문이다. 예쁘다. 프리미엄 스쿠터 상징이라는 딱지도 마음에 든다. 결정적으로 베스파를 타는 아름다운 여성 라이더들도 많다.

이번 기획은 사심으로 시작되었다. 예전에 베스파 프리마베라를 두 달 정도 탄 적이 있다. 당시 출퇴근도 하고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녔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무섭지 않은 속도로 다니는 베스파가 사랑스러웠다. 컬러는 레드였는데 페라리 옆에 세워도 밀리지 않을 만큼 외모가 빼어났다. 몇 달 전부터 베스파가 생각났고 베스파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결국 바이크 전문지 출신 동료 기자를 꼬시는데 성공했고 이 스쿠터 특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난 베스파를 탔다.
촬영에 나온 베스파의 정확한 모델명은 GTS 125다. 포르쉐에 GTS가 붙으면 고성능을 뜻하는데 이 녀석은 그냥 이름이 GTS다. 300cc 모델은 그나마 GTS 배지가 어울리는데 125cc와는 어색함이 느껴진다. 최고출력은 12.2마력이고 최대토크는 1.13kg·m다. 자동차 스펙만 쓰다 보니 소수점 뒤까지 신경 쓴 마력부터 귀엽다. 베스파는 이렇게 무엇이든 귀엽다. 더구나 시승차 색상이 연한 민트라 더욱 몽실몽실해 보인다. 디자인은 전통적인 베스파다. 클래식하면서 잡다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 질리지도 않는다. 모난 구석 없이 동글동글하게 다듬었다.

시트 포지션은 키 180cm 성인 남성에게 딱이다. 살짝 까치발이긴 하지만 편안하게 양발 착지가 가능하다. 보통 키의 여성이라도 다리 길이는 나와 비슷할 것이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핸들의 높이와 간격도 알맞아 어느 하나 거슬리지 않는다.
이제 사이드미러도 맞췄고 시동을 걸고 부릉부릉 달려보자. 앞서 얕잡아 봤던 출력에게 사과한다. 힘은 충분하다. 바이크를 타지 않는 나에게는 부족하지도, 더 필요하지도 않다. 동네 마실용으로는 최고다. 시속 60km까지는 가뿐하게 올려준다. 물론 영동대교나 큰 대로를 다닐 때는 우측 차선으로 다녀야 한다. 모든 차들이 규정 속도를 지킨다면 상관없겠지만 우리나라 도로는 레이싱 트랙을 방불케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바이크 타는 지인들이 왜 출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위험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몸소 느꼈다.

시승차는 베스파 오너들이 많이 장착하는 커다란 윈드실드가 달려있지 않았다. 그 윈드실드가 디자인을 해친다고 생각해 왜 다는지 의문이었는데 이번에 풀렸다. 주행풍이 장난 아니다. 혹서기에 탄 지라 통풍을 위해 헬멧의 실드를 가끔씩 올리려 했지만, 눈을 뜰 수가 없어 다시 내렸다. 엎드려 타는 슈퍼 바이크가 아니라 곧은 자세로 타는 스쿠터다 보니 바람을 온몸, 그리고 얼굴로 맞이했다. 시승차에 작은 윈드실드가 달려있었지만 그것은 무용지물이고 베스파를 산다면 앞서 말한 거대한 윈드 실드는 필수다.
내가 코너링 성능을 운운하는 것도 웃기지만 핸들링이 준수하다. 초보자인 내가 쉽게 컨트롤할 수 있으면 좋은 게 아닐까? 골목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다닌다. 브레이크 성능도 좋다. 다른 스쿠터를 안 타봐서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제동을 걸어도 움직임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역시 마음에 든다. 베스파라는 타이틀과 디자인 외 기본적인 주행 감각도 훌륭했다. 많은 바이크를 경험한 이들은 베스파의 가성비를 운운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와 같이 보여지는 게 중요한 이들에게는 최고의 장난감이자 액세서리다. 성능을 따지려면 두카티나 BMW를 타야지.
SPECIFICATION
VESPA GTS 125
길이×너비×높이  1950×750×1170mm
휠베이스 -  |  엔진형식   1기통, 가솔린
배기량  124cc  |  최고출력  12.2ps
최대토크 ​​1.15kg·m  |  변속기  CVT  |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  |  가격  581만원글 | 유일한, 안진욱  사진 | 최재혁  라이딩웨어 협찬 | 얼리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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