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수소의 시대 미리보기, 수소모빌리티+쇼

  • 기사입력 2021.09.30 14:26
  • 기자명 모터매거진

수소 산업과 관련된 신기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9월 8일부터 11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펼쳐진 ‘수소모빌리티+쇼’다. 탄소중립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많은 대기업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미래를 엿보자.   

한국은 수소에 진심이다

전 세계의 산업 시장이 탄소중립을 부르짖고 있다. 환경 파괴를 더 이상 괄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전기가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빠르게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전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되는 방법들 역시 완벽하게 환경친화적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서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 발전은 말할 것도 없고 원자력 발전은 원자력 폐기물의 처리 문제가 있다. 또한 태양광 혹은 태양열 발전과 풍력 발전 역시 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해야 하니 완전히 환경 친화적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또한 배터리 충전에 걸리는 시간으로 인해 큰 에너지 사용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단순히 현재의 충전식 배터리 사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늘어나는 전기 사용량에 대비하여 발전소를 마냥 늘리는 것에도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한 과정에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소 에너지다.

한국은 수소 부가가치 사슬 전반이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다. 수소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앞서 말한 전기활용의 한계를 수소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전 시간으로 인해 전기 사용은 엄두를 내지 못하던 분야도 수소를 향해 눈길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 역시 서로 협력하여 수소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은 수소 생산에서 저장, 운송, 활용까지의 과정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구축해 가고 있다.
수소는 육∙해∙공을 가리지 않아

앞서 말한 것처럼 수소는 기존 배터리로는 한계가 있던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 종류는 하늘과 땅과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SK E&S는 액화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한 드론을 전시했다. 기존 드론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체의 상단 혹은 하단에 수소 탱크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액화수소를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를 사용하면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드론보다 최대 10배 이상 오래 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SK E&S는 수소 드론 전문 기업 엑센스와 함께 13시간의 비행시간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시간 체공을 통해 이러한 기능이 필요했던 산업에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서는 어떨까? 선박은 군사용 원자력 추진 장치가 아닌 이상 대부분 연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탄소 배출의 주범 중 하나다. 친환경 소형 선박을 만드는 ‘빈센’은 대우조선해양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소형 선박을 개발했다. 현대자동차, 삼성 SDI의 파트너사로 수소연료전지, 배터리를 공급받아 전기 추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레저 보트인 ‘VHL-032’는 현재 테스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최고 속도는 10노트, 운항 시간은 약 3시간으로 24kW 수소연료전지와 92kWh 배터리 두 개를 탑재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95kW급으로 교체해 성능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건설 장비를 전시했다. 물론, 중장비 분야는 이전부터 배터리를 활용하여 전동화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지게차와 같은 한정적인 분야에 지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충전 및 출력에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러한 양상이 달라질 것 같다. 현대건설기계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지게차, 굴착기 등을 전시했다.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모델과 크기도 같은데 출력 면에서도 모자람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소 경제 가치사슬은 더욱 촘촘하게

국내 수소 산업을 대표하는 그룹들은 가치사슬을 첫째로 꼽았다. 이들은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활용 등으로 분야를 나눠 그룹 계열사들이 진행하는 사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 먼저 포스코 그룹은 수소를 사용해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소개했다.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 용광로에 석탄을 이용하여 열을 가하는 기존의 공법과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비교하는 모형을 전시했다. 포스코는 10년에서 20년 안에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의 설비를 단계적으로 전환해 205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 그룹은 액화수소 유통에 나선다.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약 100개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보다 부피가 작아 저장 및 유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소를 액화하기 위해 영하 263°C까지 온도를 낮추어야 하는데, SK E&S는 영하 161°C까지 온도를 내려야 하는 천연가스 기술을 바탕으로 액화수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산 퓨얼셀은 내년 초 실증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트라이젠’을 소개했다. 트라이젠은 수소,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연료전지다. 이를 통해 수소와 전기를 함께 충전하는 복합 충전소, 온수 공급 및 지역난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사실상 수소 모빌리티쇼의 주인공이다

이번 수소 모빌리티쇼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맡았다고 볼 수 있다. 전시 공간 중 3분의 1을 차지하여 독자적인 공간을 꾸몄을 만큼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전시물을 공개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 사회 비전은 수소 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서나’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힐 만큼 수소 에너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트레일러 드론이다. 15.3m 길이의 트레일러 드론은 2대의 ‘e-Bogie(이-보기)’가 앞뒤에서 구동을 하는 형태다. 자율주행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네 개의 바퀴가 모두 조향이 가능한 이-보기 덕분에 일반 트레일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좁은 반경으로 회전할 수 있다. 특히 그러한 기술을 시연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했는데, 거대한 트레일러가 좁은 공간을 회전하는 영상은 꼭 찾아보길 권한다. 또한 운전자의 탑승공간이 필요 없어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통신기술을 활용한 군집 주행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움직이는 동력은 당연히 수소연료전지다. 현대차그룹은 트레일러 드론을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이-보기는 따로 분리하여 활용도 가능하다. 소방, 항만, 공항, 건설 현장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한데 이날 함께 선보인 ‘레스큐 드론’도 그중 하나다. 화재진압과 인명구조가 가능한 수소연료전지 기반 모빌리티인 레스큐 드론은 상단 루프에 드론을 탑재하고 소방용 방수 총을 결합한 형태다. 바퀴 사이의 적재공간은 환자를 수송하기 위한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어 높은 활용도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역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2세대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를 30% 줄이고 출력은 2배, 내구성 역시 2~3배 강화된 3세대 시스템이다.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km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가격은 지금보다 50% 이상 낮출 계획인데, 2030년에는 수소전기차가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도 전시됐다. 스팅어를 닮은 비전 FK는 연료전지와 고성능 PE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이 결합되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600km에 달한다. 출력은 500kW 이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 미만으로 고성능 차에 대한 가능성 역시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동형 수소충전소인 ‘H 무빙 스테이션’도 볼 수 있었다. 수소차 고객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 중인 이것은 수소충전소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나 충전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 투입되어 수소 인프라 확충에 기여할 예정이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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