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을 가진 자동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P400

  • 기사입력 2021.09.26 08:5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여성스럽게 생기기도 했고 남성스럽게 생기기도 했다. 성격 역시 그러하다.

상류층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레인지로버가 자주 등장한다. PPL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세련된 이미지가 강하다. 랜드로버의 고급 디비전인 레인지로버 중에서 벨라를 만났다. 벨라는 몇 년 전 몇 번의 만남을 나와 가졌었다. 좋은 기억이다. 개인적으로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벨라 역시 그에 못지않게 마음에 드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마이너체인지가 되면서 완성형에 가까웠던 디자인을 한 번 더 만졌다.

사실 만질 게 별로 없던 터라 큰 차이는 없지만 분위기는 살짝 달라졌다. 조금 더 스포티해졌다.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눈빛은 강렬하고 형들에게는 없는 히든 도어 핸들은 여전히 신선하다. 필요할 때만 튀어나오는데 처음 타는 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5스포크 휠은 21인치로 차체 사이즈에 알맞고 블랙 페인트를 발라 멋있기도 하지만 관리도 편하다.
벨라뿐만 아니라 레인지로버의 하이라이트는 인테리어다. 대칭형 레이아웃 센터페시아는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주며 각종 버튼을 모조리 디스플레이 안에 담았다. 공조기를 자주 만져야 하는 여름과 겨울에는 번거로운 게 사실이지만 그것을 감수할 만큼 눈이 즐겁다. 이 정도로 정갈하게 만들어 준 대가라 생각하면 된다.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크고 굵기가 가늘어 고속 크루징 시에 편안하고 기어노브는 다이얼에서 레버 타입으로 바뀌었다.
시트는 최고급 가죽으로 두툼하게 감싸 촉감이 좋고 내구성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뒷좌석은 키 180cm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어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40 : 20 : 40으로 폴딩을 할 수 있어 필요한 만큼 적재 가능하다. 리어 시트를 전부 접으면 558ℓ의 적재공간을 1731ℓ로 확장할 수 있다. 만약 3명이 벨라로 라운딩을 한다면 리어 시트 하나는 접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트렁크 공간이 작은 것처럼 들리겠지만 대부분 유럽산 SUV들이 이러하다.
편의 장비도 짱짱하다. 랜드로버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PIVI Pro를 넣었다.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와 유사해 사용하기 쉽고 주요 기능들을 더 단순화시켜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SOTA(Soft Over The Air) 기능도 포함되어 서비스 센터 방문 없이도 최신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 할 수 있다. 이는 두 개의 LTE 모뎀이 포함된 듀얼 eSIM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또한 가장 환영할 것은 내비게이션이다. 익숙한 T맵 내비게이션이 들어가 굳이 스마트 폰으로 길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애플 카플레이까지 지원해 시승하는 동안 내장된 T맵을 사용한 적은 없지만 스마트폰 없이도 T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 밖에도 3D 서라운드 카메라 및 도강 수심 감지 기능(Wade Sensing), 그리고 요즘과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이오나이저 기능과 PM 2.5 필터가 장착된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제 달려 볼 시간이다. 후드 안에는 V형이 아닌 직렬 6기통 3.0ℓ 터보 엔진이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까지 달렸다. 최고 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56.1kg·m의 파워를 생산하고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5초이며 최고시속은 250km다. 이 정도 스펙이면 고성능 SUV라 불러도 좋다. 실제로 밟아봐도 잘 나간다. 결코 가벼운 차가 아님에도 경쾌하게 전진한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원할 때 시원하게 선행 차를 추월할 수 있다.
이 가속력은 고속도로에서도 유지된다. 잘 빚어진 차체 덕분에 공기를 잘 뚫고 나가고 차체가 붕 뜨지 않아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댐퍼에 에어스프링을 껴 놓은 서스펜션의 세팅은 형 격인 레인지로버나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살짝 단단해 높은 속도에서도 불안하지 않다. 그렇다고 승차감에서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니 만족스럽다. 2열에 타봐도 전혀 멀미 나지 않고 고급 세단 수준의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벨라로 코너링을 즐기는 이는 없겠지만 의외로 코너에서 재미있게 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지만 벗어나는 정도가 크지 않다. 진입 속도만 잘 맞추면 깔끔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프런트 액슬은 더블 위시본, 리어 액슬은 멀티 링크로 차체에 연결해 무게 중심이 높은 핸디캡을 잘 숨겨 준다. 스티어링 기어비는 넉넉하지만 반응이 답답하지 않아 복합코너에서도 여유 있게 탈출할 수 있다. 촬영을 빌미로 타이어 스키드음을 감상하며 신나게 와인딩을 탔다. 이렇게 무거운 SUV로 이렇게 놀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무모할 수도 있는 이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차답게 오버 스펙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달렸다. 출력을 다스리기에 충분한 제동 성능을 보여주며 노즈다이브와 브레이크스티어를 잘 억제한다. 또한,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속적으로 들어가도 페이드나 베이퍼록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코너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아 든든하다.
임프레션은 여기까지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여전히 좋은 기억을 남겨줬다. 우아한 외모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승차감, 여기에 때로는 적극적으로 달려도 이 장단에 맞춰 줄 수 있는 실력까지 겸했다. 단순히 상위 모델보다 저렴해서가 아니라 벨라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앞으로도 이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97×1930×1678mm
휠베이스  2874mm  |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배기량 ​​​2995cc  |  최고출력  ​​400ps
최대토크  56.1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연비  8.9km/ℓ​
가격  1억14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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