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대형 세단의 장르를 바꾼다! 기아 K9

  • 기사입력 2021.09.22 12:05
  • 기자명 모터매거진

기아의 기함 K9이 달라졌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대체로 칭찬 일색이다. 이웃사촌인 제네시스 G80와 많이들 비교하지만, 사실 G90와 견주어도 덩치 빼곤 그리 뒤질 데가 없어 기아의 영향력 있는 플래그십 카로 발전했다. 모든 면에서 수입차 브랜드가 내놓은 기함들의 코앞까지 다가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래그십 모델에 많은 걸 집어넣고 싶었으나 이번 기회는 부분변경에 머물러야 하기에 성형수술로 미모를 가꾸고 일부 편의 사양 추가 정도로 마무리했다. 영향력 있는 기함이 필요한 시기에 기아의 디자인 언어를 한걸음 발전시킨 특별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성원을 받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K9은 지난 7월에만 850대가 등록되었다. G90가 397대 팔렸다. 2019년 말 부분 변경된 G90보다 신차 효과 덕이지만, 150대를 판 BMW 7시리즈와 아우디 A8보다 많이 팔았다. 신차 시너지를 톡톡히 보며 1379대를 판매해 지존 자리를 굳건히 지킨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S클래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선전을 펼쳤다(카이즈유 2021년 7월 자동차등록 데이터 기준).

돋보이는 상품성
한국형 플래그십 카의 표상이 될 정도로 완성도 면에서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작아진 헤드램프와 대담하게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 간결한 라인의 앞 범퍼 등 프런트 아일랜드 전체의 변화만큼 좌우 리어램프를 한 줄로 이어준 독특한 LED 램프 디자인에 새로운 기아 엠블럼이 보태진 뒤태의 변화도 상당히 크다. 안정감 있는 디자인은 기함의 고급스러운 면모를 한층 드높였다. 빼어난 면모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시보드 위 크래시 패드 상단과 도어 어퍼 트림은 천연가죽으로, 나머지 부분은 최고급 나파 가죽으로 감쌌고, 천장은 스웨이드로 덮였다. 부드러운 가죽, 따스한 리얼 우드, 차가운 크롬 등 엄선된 고급스러운 소재들로 꾸며졌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아날로그 시계 장식도 고급 차 다운 디테일이다. 싸구려 플라스틱이 그대로 드러난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마감했다.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의 웅장한 사운드 스테이지도 매력적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렉시콘 사운드를 처음 도입할 때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남양연구소에 완벽한 방음 테스트 랩을 구축하고, 지구촌 방방곡곡 유명한 음향기기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아 주파수 대역을 조율한 사운드 스테이지다.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음악 소리에 대한 감응이 다르고, 특히나 변덕스러운 감각기능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선을 다한 세심한 배려가 담겨있어서인지 잘 조율된 소리는 듣기에 좋다.

아쉽게도 부분 변경 모델이라 K8처럼 고급스러운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수 없었지만, 12.3인치 풀 사이즈 TFT LCD 슈퍼 비전 클러스터와 14.5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그리 부족해 보이진 않았다. 아마도 다음 세대 변경 때나 커브드 스크린으로 바뀔 거다. 12.3인치 클러스터 안의 깔끔한 그래픽은 차량 정보를 보기 좋게 전달하고 14.5인치 모니터를 통해 구현되는 3D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길을 자주 잃는 길치들에겐 희소식이다.
지문 인증 시스템으로 차후에 ‘기아 페이’를 사용해 결제할 수 있고 차량의 운전자 정보를 개인화하기에 편리해졌다. 필기 인식 통합컨트롤러도 사용하기 편하다.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 트림의 자수 스티치 퀼팅 모양도 고급스럽다. 시트의 쿠션은 적당히 단단한 편이다. 안마 기능도 운전석에 적용했다. 시트 백 볼스터 전동 조절 장치도 넣었다. 그래도 기아나 현대차의 시트 포지션은 항상 맘에 안 든다. 엉덩이 방석 높이가 너무 높다. 운전석이 높아서 시야는 넓지만, 등받이를 세우고 시트를 끌어당겨 운전대와 팔의 간격,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다리의 무릎 각도를 가깝게 조절하면 머리 위 공간이 좁아진다. 신체적 결함이라고 치부하기엔 독일차 시트 포지션은 너무 훌륭하다. 척추 건강을 위해 준비한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는 편한 자세일 뿐이지 운전에 바른 자세는 아닌 것 같다.

뒷좌석에 듀얼 터치 스크린 모니터를 장착해 편의성을 높였다. 헤드레스트에 푹신한 베개도 갖췄다. 열선과 통풍 시트는 물론이고 뒷좌석 우측은 파워 틸팅 시트로 등받이를 눕혀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어 안락하다.
그 외에도 전방 레이더와 카메라로 수신된 정보와 내비게이션의 지도 정보를 활용해 스마트하게 스스로 최적의 기어로 변속하는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은 K9만의 특화된 기술이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후방 주차 충돌 보조, 지능형 헤드램프 등 기아가 가진 모든 신기술을 가져다 꼼꼼하게 채웠다. 전방 카메라로 앞길을 미리 스캔한 후 노면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의 댐핑 압력을 적절히 조절해 드라마틱한 승차감을 전해주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지능형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인 ADAS, 운전자 무릎 보호 에어백을 포함한 9개의 에어백 등 안전 및 편의 사양 등 모든 옵션이 포함된 가격이 착하디착하다. 가격표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기아가 상품성 개선을 준비하면서 가격 변동의 마지노선에 대해 많이 고민한 점이 보인다. 물론 기존 모델보다 판매가격은 300여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올해 말까지 개별소비세가 인하된 가격으로 구입하면 전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며 아래 세그먼트의 수입차를 기웃거리는 것보다 한국형 기함 급 모델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우아한 주행 감각
배기량 3778cc V6 람다 2 GDI와 배기량 3342cc V6 람다 2 터보 GDI 등 2가지 휘발유 엔진 라인업은 그대로다. 시승 차는 3.8ℓ 엔진에 AWD, 풀 옵션인 베스트 셀렉션 2 트림이었다.

국산 고급 대형 세단은 최고급 내장재를 여기저기 욱여넣고, 아무리 멋지게 꾸며도 수입 경쟁 모델보다 부족한 주행 감각 때문에 코앞까지 쫓아갔다가 덜미를 잡히기 일쑤였다. 상품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개인의 취향만큼 생명을 담보하는 성능을 무시할 수 없다. 국산 차가 높은 배기량의 V6 GDI 엔진으로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썩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국산 자동차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인식, 수입차들이 경쾌한 가속 성능이나 견고한 핸들링, 재빠른 브레이크 응답 성능 등 주행 감각 면에서 국산차를 능가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트려야 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신차를 선보일 때 주행과 승차감, 조향 감각 등 기본기 잡기에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좀처럼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란 없다. 파워트레인 개발 기술에 수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고 점진적으로 견줄 만큼 발전해왔다. 기아 K9의 파워트레인도 개선을 거치며 나아졌고 매끈한 회전력을 자랑한다. K9 3.8 가솔린 모델의 최고출력은 315마력, 최대토크는 40.5kg·m이다.
이제 차를 움직여 볼 차례다. 공회전 상태에서 몸에 느껴지는 진동은 거의 없다. 과장이 섞인 표현이지만, 실내에서 들리는 엔진음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할 지경이다.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R-MDPS) 휠의 담력은 가벼운 편이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보니 스르륵 부드럽게 출발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매끄럽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저·중속에서 차체의 움직임은 평균 수준이다. 교통 체증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서울 시내에서 운전할 때 스트레스가 덜하다. 시속 60km에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8단 자동변속기는 재빠르게 반응하며 변속을 이어갔고 2t이 훌쩍 넘는 덩치를 가뿐하게 밀어내며 달려 나갔다. 고회전 구간에서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한다. 배기량이 넉넉해 최고시속까지 꾸준하고 힘차게 힘을 분배한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매우 훌륭한 승차감을 전해준다. 요철을 넘어갈 때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진동을 방석 아래에서 걸러 낸다. 코너링 구간에서도 차체 자세를 안정되게 유지해준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은 운전자 모드에 따라 댐핑의 감쇠력을 부드럽거나 단단하게 세팅한다. 고속 주행에서 차체 지상고를 낮춰 고속 안정성을 높여준다. 아주 만족스러운 옵션이다. 일반적으로 풀타임 사륜구동계가 뛰어난 코너링을 보장한다. 네 바퀴에 전해지는 힘을 잘 조절해서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지 않을 확률이 높다. K9을 몰고 강원도 정선으로 향했다. 꼬불거리는 와인딩 도로에서 흐느적거리지 않고 큰 차체를 곧추세우고 흐트러짐 없이 코너를 빠져나왔다. 유연하고 우아한 승차감은 K9의 장점이다. 기아 K9은 국산 프레스티지 대형 세단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글 | 이승용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KIA K9 3.8 GDI
길이×너비×높이  5140×1915×1490mm
1휠베이스  3105mm  |  엔진형식  V6, 휘발유
배기량 ​​​3778cc  |  최고출력  ​​315ps
최대토크  40.5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8.2km/ℓ(시승차)
가격  5800만~8070만원
(2021년 12월까지 개소세 인하 가격
5694만~792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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