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M, BMW M2 CS

  • 기사입력 2021.09.19 09: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무협 영화에서 봤다.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전설의 검이다.

BMW에서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 E46 M3 CSL이다. 당시 독일차 특유의 기교 없는 깔끔한 외모에 은근히 풍기는 기세가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에 M3와 살짝 다른 에어로 파츠까지∙∙∙. 잡지를 뜯어 교실 캐비닛에 손예진 사진과 함께 붙여놨었다. 노멀 E46 M3는 많이 봤지만 CSL은 여태껏 본 적 없다. 그래서 더욱 로망으로 품고 있다. 언제가 E46 M3 수동 모델을 사서 변속기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CSL의 것으로 바꾸는 게 꿈이다. SMG 자체가 수동 기반이기에 CSL을 사서 매뉴얼로 스왑하는 게 더 쉽겠지만, CSL을 구할 수가 없다. 여하튼 내가 E46 M3 CSL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는 이 정도면 설명이 될 것이다.

왜 서론이 길었냐고? E46 M3 CSL을 타보지는 않았지만 E46 M3 CSL이 느껴졌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드라이빙 필링이었을 것 같다. 현존하는 M카 중에서 가장 예민한 M2 CS를 탔다. E46 M3 CSL과 사이즈가 비슷하며 공차중량은 살짝 무겁고 파워는 더 높다. 대부분의 M카를 경험했고 팬이 되었다. M카는 경쟁사의 고성능 모델과 달리 보통의 드라이버가 소화하기 어렵고 까다롭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못 느끼지만 적극적으로 달리면 운전자의 실력에 따라 차의 움직임 수준이 달라진다. 보통의 M도 이러한데 더 한 녀석이 바로 M2 CS다. 우선 M2는 M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M3(M4)보다 출력은 살짝 모자라지만 휠베이스가 짧다.
휠베이스가 길고 짧음은 장단점이 있다. 길면 고속 안정감에서 유리하고, 짧으면 빠릿빠릿한 스티어링으로 테크니컬 코너를 민첩하게 돌파한다. 트랙에서 M4를 타다가 바로 M2로 옮기면 손과 등에 땀이 맺힌다. 확실히 예민해서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이 M2에 컴페티션 배지를 넘어 CS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태 타본 M이 아니라 슈퍼카, 그리고 가장 순수하다는 로터스까지 통틀어 가장 어려운 차였다. 날카로운 칼이다. 잘 다루면 명기지만 자칫 잘못하면 내가 다칠 수 있다. 프로 드라이버라면 이 차의 성능 100% 이끌어내겠지만 난 30%도 쓸 수 없었다. 마니아들이 좋아할 것은 다 갖췄다. 카본 파이버 루프를 넣어 무게 중심을 낮추고 경량 휠로 발걸음까지 가볍다. 컴페티션 모델까지는 백프레셔가 나지만 CS는 아무리 기다려도 백프레셔가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오직 달리기 효율만을 생각한 차다. BMW가 작정하고 만든 트랙 포커스 차가 이렇게 나를 겸손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그럼 지금부터 운전에 자신 있던 내가 M2 CS 때문에 쭈굴이가 된 썰을 풀겠다.
이 차를 받기 전부터 무조건 와인딩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랜만에 등산이다. 타이어는 세미 슬릭 수준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가 끼워져 있다. 경험으로 돌이켜 보면 이 타이어는 열이 조금 올라야 본격 그립이 나왔다. 타이어 웜업도 끝나고 달려본다. 가속력은 M2 컴페티션과 큰 차이가 없지만 리스폰스가 더 빠르다. 랙이 거의 없다. 여기에 변속 속도도 더 빠르다. 동일한 변속기로 레이스카 수준의 로직을 넣어놨다. 변속 속도는 무시무시하게 빠르고 변속 충격도 상당하다. 변속기가 너무 예민하니깐 오히려 변속 감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보통 스포츠카를 타면 드라이빙 모드와 변속기, 서스펜션까지 모두 가장 스포티하게, 때로는 주행안정화장치까지 비활성화한 상태로 타는데 이 녀석은 가장 얌전한 상태로 만들어야 안심이 되었다.  
이제 코너가 보인다. 역시 코너링은 예술이다. 한곗값 근처에 가지고 못했지만 그려지는 라인이 기가 막힌다. 코너링 성향은 완벽한 뉴트럴이다.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진입 시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오갈 때가 있었지만 이는 내 볼품 없는 운전실력 때문이다. 뒤가 흐른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만약 M2 CS로 공도에서 이 느낌을 받았고 살아있다면 하늘에 감사해야 한다. 과연 공도에서 이 그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완벽한 섀시 밸런스에 세미 슬릭 타이어가 끼워져 있으니 트랙션이 환상적이다. 용기 내어 몰아쳐 봐도 타이어 스키드음 조차 들을 수 없다. 오히려 그립이 너무 강하니 일반인들이 타기 힘들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부터는 적당한 슬립으로 운전자를 진정시키며 여기까지만 놀라고 해줘야 하는데 이 녀석은 진짜로 노는 게 무엇인지 본때를 보여주려 한다. 중간이 없다.
복합 코너에서 가장 재미있게 탈 수 있다. 감속 없이 레이싱 게임처럼 스티어링 휠만 이리저리 휘저어 주면 된다. 스티어링 기어비가 촘촘해 원하는 대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방향 전환이 된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길 때 리듬이 자연스럽고 빠르다. 섀시가 엉켜 스티어링 휠을 털어 주지 않아도 된다. 좌우 롤링과 피칭이 거의 없어 하중 이동을 고려하며 코너를 탈 필요도 없다. 댐퍼 스트로크가 짧고 강한 스프링이 끼워져 있으며 노면이 고르지 않아 댐퍼 감쇄력을 다 풀어놓고 탔는데 조여놓고 트랙에서 타 보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애프터마켓의 코일오버 서스펜션으로 튜닝할 필요가 없는 최강의 코너링 머신이다.
만약 이 브레이크 시스템이 없었더라면 이 정도도 달리지 못했을 것이다. 브레이킹 퍼포먼스는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압도한다. 노즈다이브가 일어나지 않고 휠베이스가 짧음에도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잡았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페달의 답력은 브레이킹 컨트롤을 쉽게 하려고 강하게 세팅되었다. 미세하게 나눠서 밟는 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작한다니 아무튼 좋은 거다. 앞은 6피스톤, 뒤는 4피스톤 캘리퍼다. 해외에서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옵션도 있지만 메인터넌스 쪽에서는 이 스틸 브레이크가 낫다. 물론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의 금빛 캘리퍼가 정말 근사하긴 하다.
온종일 긴장하며 차를 탔더니 녹초가 되었다. 타기 전에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차가 어려워 마음 놓고 놀질 못했다. M2 CS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드라이빙 스킬도 키워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이렇게 예민한 차가 익숙하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과거 포르쉐 911 GT3 RS를 공도에서 탈 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노면의 모든 정보를 전달하고 비현실적으로 끈적한 그립이 운전자를 주눅 들게 만든다.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차에 익숙한 우리 몸이 레이스카 수준의 퍼포먼스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강해도 너무 강하고 세도 너무 세다. 분명 E46 M3 CSL의 영혼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M2 CS는 자신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운전자, 아니 도전자를 기다린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460×1855×1425mm  |  휠베이스  2695mm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79cc  |  최고출력  ​​450ps  |  최대토크  56.1kg·m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8.7km/ℓ  |  가격  1억115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