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헤비급 디지털 맘모스!

  • 기사입력 2021.09.18 12:2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캐딜락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이전과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각 부분에서 조금씩 개선된 것들이 모여 자동차의 급을 한 단계 올려버렸다. 그리고 거대한 덩치이지만 꽤 다루기 편하다.

캐딜락은 과연 얌전해진 것일까? 나이가 있으신 분들에게 캐딜락에 관해 물어보면, 미국 특유의 출렁거리는 승차감이 너무나 좋았던 고급차라고 이야기하신다. 곧 중년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캐딜락은 미국의 이미지를 벗고 독일의 단단함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변화 속 프리미엄 모델이다. 젊은이들에게 캐딜락은 화려한 LED 조명과 각을 세운 형태로 다가오는, 사이버와 힙합을 즐길 줄 아는 ‘힙스터’에게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알고 보면 캐딜락은 절대 얌전하지 않다. 주기가 조금 길었을 수는 있지만, 확실하게 기술을 쌓고 변화를 단행했다. 그 뒤에는 오랜 기간 진심으로 캐딜락의 변화에 모든 것을 쏟은 카 가이, 밥 루츠(Bob Lutz)가 있다. 그는 유럽에서 한때 오펠을 이끌고 있었는데, 자동차가 절대 뒤집어지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던 엔지니어들 앞에서 실제로 자동차를 뒤집고 그 차에서 기어서 나온 뒤 담배 한 대를 피웠을 정도로 ‘집념이 강하고 심지가 굳은 사람’이다.

아무튼, 그는 이제 GM에 없지만 캐딜락은 그의 의지를 받아들여 계속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결과물이 드디어 우리 앞에도 나타났다. 거대함을 무기로 하는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 이전 모델은 사이버를 담아내면서 힙스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풀 체인지를 단행하면서 조금 다듬어진 고급스러움을 보여주려 한다. 그렇다면, 캐딜락은 신형 에스컬레이드에 어떤 변화를 넣어두고 있을까?
선명한 화면으로 느끼는 미래의 모습
세로로 길게 늘어선 헤드램프만 보다가 가로로 다듬어진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사진으로 볼 때는 차체 크기보다 헤드램프가 훨씬 작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보면 그런 느낌은 훨씬 덜하다. 캐딜락은 과거에는 수직 배열을 추구하다가 지금은 조금씩 수평 배열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러한 디자인 변화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방향지시등은 여전히 세로로 길게 빛나는데 아마도 앞차에서 눈에 잘 띄게 하는 방책이었던 것 같다.
대형 SUV이다 보니 측면이 심심할 것 같지만, 에스컬레이드는 주름과 라인으로 그 심심함을 꽤 많이 지웠다. 사각의 형태로 다듬은 휠하우스 내부는 거대한 휠이 꽉 채우고 있다. 일직선으로 뻗은 루프 라인과 벨트 라인이 반갑다. 시야 확보와 함께 동승객의 답답함을 없애는 데 일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가 많이 있지만, 리어를 장식하는 수직으로 긴 형태의 테일램프는 여전히 유지된다. 이것만큼은 이제 에스컬레이드의 정체성으로 굳어진 것 같다.
실내는 의외로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가죽 등 고급 소재를 쓴 것은 분명하지만, 아름다운 장식 같은 형태를 가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느낌을 반전시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스티어링 뒤에서 그 존재를 확실히 발산하는, 3개의 분할 화면으로 구성된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LG 전자에서 에스컬레이드 전용으로 만든 것인데, 14.2인치 계기판과 16.9인치 내비게이션 화면 그리고 7.2인치 트립 및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다.
이 디스플레이는 캐딜락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체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해준다. OLED를 사용해서 선명하게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고, 커다랗게 표시되는 아이콘은 누르기가 쉽다. 화면 밖으로 숨는 메뉴가 거의 없으니 직관적으로 모든 정보가 들어온다. 평소에는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곤 하는데, 에스컬레이드만큼은 그런 별도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실례에 가깝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그만큼 큰일을 한다.

실내는 여전히 광활하다. 성인 7명이 모두 탑승한다 해도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며, 그 상태에서도 꽤 많은 짐을 적재할 수 있다. 만약 소가족만 탑승한다면, 3열 좌석을 접고 넓은 화물칸을 이용해 거대한 텐트와 다양한 캠핑용품을 적재하고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오디오다. AKG에서 에스컬레이드만을 위해 만든 오디오인데,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고 꽤 맑은 소리를 내준다. 장거리를 주행해도 이것만으로도 심심할 일이 없다.
대배기량 8기통 엔진은 에스컬레이드를 빛나게 하는 보석이다. 강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유연하게 회전하며, 10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이 좋다. 8기통 특유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운전자를 조금 자극하지만, 그래도 동승한 가족들이 불안에 떨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소리가 자극적이지는 않은 데다가 회전을 굳이 높이지 않아도 토크가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배기량임을 고려하면 연비가 의외로 좋다. 가끔씩 조건이 맞으면, 8기통이 4기통 엔진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신형 에스컬레이드의 핵심은 엔진이 아니다. 대형 SUV임을 고려해도 꽤 경쾌하게 반응하고 무거운 차체를 제법 신나게 견인해주지만, 진짜 핵심은 변화된 서스펜션에 있다. 4세대로 진화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과 더불어 새롭게 추가된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Air Ride Adaptive Suspension)이 절묘한 조합으로 편안한 승차감을 이끌어낸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전에 캐딜락이 갖고 있었던 편안함이 부활했다고 할까.
이전 모델에서도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을 사용한 에스컬레이드이지만, 그때는 프레임 보디를 사용한 SUV 특유의 느낌이 남아 있었다. 도로를 달리다가 요철을 만나면, 앞바퀴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뒷바퀴가 아무래도 순간적으로 그립을 잃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다. 독립식 리어 서스펜션을 사용한 것이 가장 크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뒷바퀴의 그 느낌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에어 서스펜션이 결합하니, 승차감이 환상적이다. 자잘한 진동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려도 될 정도고, 바퀴가 땅에 붙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모든 자세를 알아서 조정해준다. 자동차를 세우면 알아서 차체가 낮아지는데, 테일게이트를 열고 화물을 적재할 때 굉장히 편하다. 여기에 믿을 수 있는 ADAS 시스템이 결합되어 있으니, 장거리 주행에서도 거대한 크기가 주는 여유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며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어느새 먼 길을 달려오고 말았다. 에스컬레이드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듬직한 모습으로 운전자와 탑승객을 지켜주고 있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기술은 최첨단이 되어 사람들이 자동차를 더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미래를 바라본다. 보닛의 높이가 신경 쓰이지 않는 선명한 카메라와 야간 운전도 겁나지 않게 만드는 나이트 비전, 그 모든 것이 선명한 화면을 통해 비춰지고 운전을 더 쉽게 만든다.
에스컬레이드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내연기관일 것 같지만, 만약 전기 시대가 도래한다면 더 좋으면서 편안한 차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캐딜락은 이미 다른 모델을 통해 전기 SUV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대로 이 거대한 덩치와 8기통 엔진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조금은 사이버틱으로 꾸며질 미래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380×2060×1945mm
휠베이스  3071mm  |  엔진형식  V8, 가솔린
배기량 ​​​6162cc  |  최고출력  ​​426ps
최대토크 ​​63.6kg·m  |  변속기  10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6.5km/ℓ
가격  1억5357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