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7, 무엇이 변할까?

  • 기사입력 2021.09.14 11:27
  • 기자명 모터매거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7에 대해 알아보자. 내연기관의 시대가 끝나가는 시대에 볼 수 있는 마지막 배출가스 규제다. 

법과 제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력하다. 특히 그것이 우리 사회와 밀접한 부분에 연관되어 있을수록 강력함은 배가 된다. 주거공간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바뀔수록 자동차 제조사는 더욱 골머리를 앓는다. 유럽연합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오는 2025년까지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30mg/km로 줄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2030년까지 모든 신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65%로 낮추고, 2035년에는 0%로 낮추어야 한다.자동차 배기가스가 발생시키는 대기오염물질 중 ‘질소산화물(NOx)’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혀왔다. 질소산화물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 중 78%나 차지하고 있는 질소가 고온 연소를 통해 산소와 결합하게 되면 변화되는 물질이다. 질소산화물은 기관지염, 폐렴, 천식과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1992년 유럽연합은 ‘유로1’으로 불리는 배기가스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1996년, 2001년에 차례로 유로2, 3 규제가 시작됐다. 유로 2는 유로 1에 비해 30% 이상의 배출가스 절감을 목표로, 유로3는 이와 같은 규제를 상용차에서 승용차로 범위를 확대한 규제였다. 2000년대 중후반에 걸쳐 시행된 유로4, 5 규제는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장치를 본격적으로 장착하게 된 규제다. 유로4는 DPF+EGR 방식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규제이며 유로5는 SCR+요소수 방식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해야 했다.

EU가 지금의 계획대로 환경규제를 진행할 경우 2035년에는 내연기관의 완전한 퇴출이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는 내연기관 관련 연구와 투자는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기존 자동차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EU는 유럽 전체 CO2 배출량 가운데 12%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점을 생각하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로7에 대한 상용차 업계의 반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유로7 제정을 앞두고 세 가지 개정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이다. 첫 번째는 다양한 주행 환경에 맞게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다양화하고 밴, 트럭, 버스 등 각 차종에 걸맞은 배출가스 기준을 개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시행되는 배출가스 테스트를 간편하게 바꾸고 실제 주행에 중점을 두어 기준을 강화하게 한다.

두 번째는 모든 차량에 엄격한 대기오염 제한 기준을 두고 현재는 규제되지 않는 대기오염 물질인 아산화질소(N2O) 등에도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안이며, 세 번째는 차량이 운행하는 내내 배출가스를 측정하며 배출가스 자가진단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기오염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 차량 운행 적합성 테스트를 실시하고 배출가스 단속지역에선 자동으로 ‘배출가스 제로’ 모드가 활성화되도록 시스템화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배출가스 규제 자문 위원회(AGVES, Advisory Group on Vehicle Emission standards)는 총 중량 3.5t 이상의 중대형 상용차에 관한 유로7 예비 기준을 발표했다.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두고 두 가지 예비안(유로7 A, B)을 발표했으며 예비안에는 이전보다 강력해진 기준과 새로운 규제물질이 추가됐다.

3.5t 이상의 상용차를 기준으로 A안의 경우 kWh당 질소산화물(NOx) 120mg, 일산화탄소(CO) 1500mg, 메테인(CH4) 100mg, 아산화질소(N2O) 50mg, 비메탄탄화수소(NMHC) 50mg, 암모니아(NH3) 50mg 이하로 배출해야 한다. 또한 유로7 B안은 이보다 더 강화된 규제로 질소산화물(NOx) 40mg, 일산화탄소(CO) 400mg, 메테인(CH4) 50mg, 아산화질소(N2O) 25mg, 비메탄탄화수소(NMHC) 25mg, 암모니아(NH3) 10mg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방식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0°C에서 30°C에서 측정한 반면 새로운 기준에서는 -10°C에서 40°C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한다. 또한 현재 측정고도는 700m인 반면 1300m의 고도에서도 기준 이내의 배출가스를 발생시켜야 한다.

이러한 유로7 기준에 대해 특히 상용차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상용차 업계는 발표된 기준이 너무 엄격하고 현재 내연기관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AGVES가 제시하는 측정방식은 주행 조건에서 평균 속도를 정하지 않았고 지형에 따른 기준도 없이 배출가스 통과 기준만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위원회가 제시한 유로7 기준은 현재 상용차 업계가 구현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현재 유로6를 대응하기 위한 엔진 및 후처리 장치 기술로는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다.

승용차와는 달리 대체 연료 기술이 명확하지 않고, 수소 혹은 전기 트럭이 있다고 해도 이제야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 운전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상용화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셈이다. 대체할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강제되는 제도적인 규제에 대한 상용차 업계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는 전동화로 눈을 돌렸다
유로7에 대응하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전략은 어떨까? 이미 익숙하게 들린 소식이겠지만 대부분은 전동화로 방향을 전환했다. 먼저 BMW는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50%를 전기차로 채울 예정이다. 그러한 역할을 담당할 i시리즈가 순차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9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30년까진 전 라인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EQ 시리즈를 통해 전동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재규어랜드로버 그룹은 ‘REIMAGINE’ 전략을 발표하면서 2025년부터 재규어는 전체 모델을 EV로 만드는 고급 브랜드가 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랜드로버 역시 향후 5년간 순수 전기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힘과 동시에 전기차에 대응하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도 예고했다. 볼보, 스텔란티스 등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비슷한 일정으로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토요타는 이에 더해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로7도 내연기관으로 대응 가능한 폭스바겐
이러한 강력한 규제가 예정된 환경에서 폭스바겐은 기존 내연기관의 개선을 통해 가까운 미래의 내연기관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더욱 먼 미래에 대응할 전동화 전략까지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48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전동화에 투자한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시작되기 전까진 결국 내연기관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이에 폭스바겐은 유로7에 대응할 수 있는 내연기관 기술력을 선보였다. 바로 트윈 도징 기술을 적용한 EA 288evo 엔진이다. 2012년 최초로 선보였던 EA288 4기통 TDI 디젤 엔진은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EA288evo 엔진으로 거듭났다. 연비 절감, 배출가스 감소, 소음 저감, 응답성 향상뿐 아니라 출력과 토크의 대폭 향상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한층 강력해졌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내부 연소과정의 최적화를 통해 기본적인 배출가스양을 줄였으며 트윈 도징 시스템을 도입해 질소산화물 대부분을 무해한 물질로 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저압 배기가스 재순환 시스템의 라디에이터 성능을 25% 향상시켰으며 고부하 상태에서 연소실 내로 유입되는 질소산화물의 양을 절감시킬 수 있었다. 또한 모니터링 센서를 활용한 직분사 인젝터의 정밀도를 개선해 연소 주기 당 최대 9번까지 분사가 가능하다.

트윈 도징 시스템은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폭스바겐이 새롭게 개발한 기술이다. 2개의 SCR 촉매 변환기가 함께 작동하여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리하는 것이다. 첫 번째 SCR 촉매변환기는 엔진 하단에 설치되어 있으며 질소 산화물의 90% 이상을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SCR 촉매 변환기는 엔진과 거리가 먼 차량 바닥에 설치되어 있어 높은 배기가스 온도에서도 질소산화물 전환의 주요 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어찌 됐든, 전 세계의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내연기관에 대한 기술을 쌓아온 제조사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전동화로 변화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각 제조사의 입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다.글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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