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로켓,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2021-09-13 09:36

어떤 연료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누가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급 휘발유 대신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고 모터를 돌려도 포르쉐는 포르쉐다아주 살짝 다르긴 하지만 여전히 포르쉐다.
# INTRO
포르쉐 타이칸에 터보 배지를 달았다내연기관도터빈도 없는 전기차에 터보라니. 911 GT3를 제외하면 모두 터보 엔진이지만 911 터보는 따로 둔다카이엔과 파나메라 역시 모두 터보 엔진이 후드 안에 박혀 있지만 터보 모델이 따로 있다이처럼 포르쉐에서 터보는 단순히 터보 엔진을 넘어 플래그십을 의미한다또한 모델명 끝에 터보가 붙으면 그 장르의 최고를 뜻하기도 한다타이칸 대장에게도 터보 배지를 부여했다타이칸 터보거기에 S까지 붙었으니 타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최고의 전기차는 이 녀석임을 짐작할 수 있다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고 소문이 난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이하 타이칸)를 만났다.
# EXTERIOR
식상하겠지만 포르쉐는 외계인이 만든다고 한다드디어 그들의 취향대로 디자인했다차가 아니라 완전 우주선이다공개한 지 꽤 시간이 흘러 이제 눈에 익을 법도 한데 여전히 신선하고 모터쇼에서 뛰쳐나온 콘셉트카 같다게다가 911의 실루엣도 잊지 않았다색상도 프로즌 블루 메탈릭 컬러가 입혀져 분위기가 근사하다프런트 펜더에는 충전 단자가 숨어 있는데 운전석 쪽은 완속동승석 쪽은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커버는 터치 타입으로 손으로 살짝 문지르면 자동으로 열린다별거 아닌 것 같지만 미래차를 소유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차체 크기는 실제로 보면 그리 작지 않다파나메라보다 아주 조금 작아 보이는 정도다.
# INTERIOR
인테리어는 보통의 포르쉐와 크게 다르지 않다다른 점이라면 동승석 앞에 디스플레이가 있는 정도전원 버튼은 포르쉐 전통대로 왼쪽에 위치하고 스티어링 휠은 다른 모델과 공유한다양산차 스티어링 휠 중에서 디자인과 사이즈 모든 면에서 최고라 생각한다시트는 편하면서 코너에서 운전자를 잡아주는 세미 버킷이다뒷좌석은 어떨까 180cm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헤드룸이 부족하다바른 자세는 힘들고 건방진 자세를 취해야 머리가 천정과 리어 글라스에 닿지 않는다레그룸은 괜찮으니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아이들은 편하게 앉을 수 있다리어 시트는 폴딩이 안 되게 생겼는데 접힌다타이칸 타고 골프 치러 갈 수 있다 2명만.
# PERFORMANCE
무려 625마력이다론치컨트롤을 사용하면 761마력, 107.1kg∙m의 토크까지 쏟아 낸다당연히 빠르고 역시 빠르다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8시속 200km까지는 9.6초이며 최고시속은 260km에 달한다 911 중 가장 센 911 터보 S보다 제원상으로 보면 살짝 느리지만 가속력의 결이 다르다. 911 터보 S가 아스팔트를 찢으며 튀어 나가고 타이칸은 아스팔트가 긁힐까 어루만지며 ‘순간이동한다그리고 독자들이 궁금할 테슬라 모델 S P100D와의 차이는테슬라가 날것이라면 타이칸이 잘 다듬어진 느낌이다테슬라가 거칠고 더 자극적이지만 타이칸이 조금 더 빠른 것 같다기억을 더듬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비현실적으로 빨라 가속만으로도 즐겁다불안하지 않고 이렇게 빠르게 전진하니 게임하는 기분이다타이칸이 다른 전기차보다 월등한 것이 딱 두 가지가 있다먼저 출력을 쏟아내는 느낌이 내연기관에 가깝다내연기관과 완전히 흡사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양산형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덜 전기차스럽게 출력을 쏟아낸다한 번에 몰아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차를 움직이고 리니어하게 마력으로 차의 속도를 올리는 느낌이다아무래도 후륜에 2단 변속기가 들어가서 후반까지 치고 달릴 수 있다조금 달린다는 전기차를 고속도로에 올려보면 저속에서의 박력을 찾아볼 수 없지만 타이칸은 고속에서도 강하다.
두 번째는 지구력이다전기차를 처음 타보면 내연기관과 차원이 다른 순발력 때문에 계속 가속 페달을 밟게 된다차에 적응이 될 때 본격적으로 신나게 달릴까 하면 이미 전기차의 파워는 떨어져 있다이미 지쳐버린 것이다모터와 배터리가 열에 민감하기에 보통 전기차는 저질 체력이다반면 포르쉐 타이칸은 운전자가 지치면 지쳤지 먼저 지치지는 않는다나름 혹사해봤는데 가속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쉬지 않고 달렸음에도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과거 트랙에서 타이칸을 타 봤는데 그때도 이 녀석의 퍼진나약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결론적으로 공도에서 타이칸은 최고의 컨디션만을 보여준다.

이 엄청난 괴력을 다룰 브레이크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 로터의 사이즈는 앞 420mm,  410mm이며 각각 10피스톤, 4피스톤 캘리퍼와 맞물린다출력을 쉽게 제어하며 브레이크스티어나 노즈다이브 현상을 잘 잡았다인상적인 것은 노즈다이브 부분이다차가 무겁고 댐퍼와 에어 스프링이 강하지 않고 차가 무거움에도 제동과 가속을 반복 시 피칭이 적다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속적으로 들어가도 브레이크 퍼포먼스는 유지되며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줄여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감동이다또한회생제동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굳이 회생제동을 끄지 않아도 브레이킹 이질감은 들지 않아 마음에 든다.

전기차지만 이것은 포르쉐다핸들링에도 기대가 된다타이칸은 무겁다하지만 후드 아래 내연기관이 담겨 있지 않아 앞뒤 무게 배분이 좋고 배터리로 인해 무게 중심이 낮다가벼운 차가 무조건 스포티한 핸들링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밸런스가 괜찮고 파워가 뒷받침되며그리고 트랙이 아니라면 무거운 게 그리 큰 핸디캡은 아니다그것을 타이칸이 증명하고 있다우선 스티어링 피드백이 솔직하고 빠르다기어비도 촘촘하게 세팅되어 있어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 보면 이 차가 2t이 넘는 사실을 잊게 된다조미료 살짝 뿌리면 911 혹은 718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는 민첩한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이는 후륜조향 시스템 덕이기도 하다댐퍼와 에어 스프링 세팅이 그리 단단하지 않지만 뒷바퀴가 함께 움직이니 좌우 롤링도 거의 없고 운전자 명령에 빠릿빠릿하게 응답한다순간적으로 휠베이스를 짧게 혹은 안정적으로 길게 만들어주는 기특한 시스템이다종종 후륜조향 시스템이 장착되면 핸들링에서 어색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나 포르쉐는 자연스럽다여기에 토크벡터링까지 달려 공도의 모든 코너를 정복한다브레이킹과 가속이 비현실적이다 보니 보통 차의 리듬으로 코너를 대시할필요가 없다지나치다 싶을 정도에서 제동을 걸고 이르다 싶을 정도에서 가속해도 이상적인 라인을 그린다.

코너링 성향은 뉴트럴 스티어라고 할 수 있다살짝 언더스티어가 나지만 나는 순간 가속을 하면 라인 안쪽으로 다시 차가 말려 들어온다신기하다보통 언더스티어가 날 때 가속을 하면 언더스티어가 심해지는데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움직임을 보여준다와인딩을 타다 운전하는 내가 멀미가 난 것은 처음이다아쉬운 것은 타이어가 받쳐주질 못한다차가 무겁다 보니 타이어 열이 금새 오르고 적정 온도 이상으로 넘어가다 보니 프런트 그립이 나오지 않았다이 정도 성능이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정도의 세미 슬릭은 끼워줘야 제대로 달릴 수 있겠지만 일상주행이 주가 되는 이 장르를 고려하면 지금 이 타이어가 맞긴 하다. # CONCLUSION
역시는 역시다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전기차를 빠르게 만들긴 쉬워도 이런 느낌으로 빠르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완벽한 트랙션에 지치지 않는 성능타이칸 터보 S를 타면서 앞으로 등장할 911 전기차가 벌써 911 전기차가 기대됐다무게 배분의 핸디캡을 가지고 있던 911에게 그 핸디캡이 없어진다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타이칸에서 조금이나마 맛본 것 같다타이칸은 포르쉐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델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 내연기관 없이도 펀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모델이다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타는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모터로 포르쉐답게 달리는 경험을 전하는 타이칸 터보 S였다.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65×1965×1380mm  |  휠베이스  2900mm
엔진형식  전기모터​​​  |  최고출력  ​​625ps(론치컨트롤 726ps)  |  최대토크  107.1kg·m
변속기  2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주행가능거리  289km​  |  가격  26130만원(시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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