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마력 페라리, 페라리 SF 90 스트라달레

  • 기사입력 2021.09.12 12:25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탈리아에서 온 1000마리 말들이 이끄는 마차다. 훈련을 제대로 받은 엘리트 말이다.

네 자리는 이야기가 다르다. 500마력만 넘어도 긴장되고 800마력을 넘으면 섬뜩하다. 그런데 무려 1000마력이다. 1000이라는 숫자에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억지로 끌어올린 1000마력짜리 튜닝카는 많이 봤다. 그 튜닝카들을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분명 양산차의 1000마력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1000마력을 목표로 뼈대부터 설계된 차와 섀시를 보강하면서 출력을 끌어올린 튜닝카의 완성도는 비교할 수 없으니까. 여기 1000마력을 목표로 차 하나를 완성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페리리다. 페라리의 손끝에서 탄생한 1000마력, SF90 스트라달레다.공도에서 이 출력을 쏟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니 레이싱 트랙에서 만났다. 이번에 정확히 4번째 만남이다. 론칭쇼에서 처음 보고, 새로 오픈한 반포 전시장에서 감상했고,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아주 잠깐 타 봤다. 드디어 오늘 본격적으로 SF90 스트라달레를 탈 수 있다. 눈에 익을 법도 한데 여전히 콘셉트카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슈퍼카를 넘은 하이퍼카 포스가 환상적이다. 도어만 라페라리처럼 버터플라이 타입이면 더 바랄 게 없다. 성능은 라페라리 정도라 보면 된다. 1000마력이니까. SF90 스트라달레에 관한 설명을 듣고 콕핏에 앉았다.

커다란 헬멧을 쓰고 탔지만 헤드룸이 넉넉하다. 역시 페라리다. 트랙 주행을 위한 기본이 잘 지켜졌다. 기타 조건도 완벽하다. 비도 안 오고 노면 온도도 뜨겁다. 무서운 출력이지만 국내 톱클레스 레이싱 드라이버 김종겸 선수가 옆에서 날 지도해준다. 완벽한 상황에서 놀아보자. SF90 스트라달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25km 정도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페라리 오너가 기름을 아낄 일은 없겠지만 이웃 주민들을 배려하면서 집을 나가고, 집에 들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이곳에서는 눈치 볼 이웃들이 없기에 내연기관을 깨우고 호쾌한 배기 사운드와 함께 달린다. 출력이 출력인지라 순간 이동한다. 거듭 말하지만 1000마력이다. V8 4.0ℓ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780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힘을 생산하고 여기에 220마력 모터가 추가되었다. 변속기는 새로 개발된 8단 듀얼 클러치가 장착되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 시속 200km까지는 6.7초, 최고시속은 340km에 달한다. 이 수치에 과장은 없다. 가속력에 진땀이 난다. 동승자야 운전자의 가속 타이밍을 모르기에 무섭다고 하지만 이 녀석은 운전자까지 공포에 떨게 만든다. 무서운데 가속 페달을 놓지 않는 게 신기하다.
SF90 스트라달레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다루기 힘든 출력이지만 차가 슬슬 만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운전 실력이 비루하지만 차가 알아서 잘 달린다.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스로틀을 한 번에 열어도 트랙션을 잃지 않는다. 전기차처럼 전혀 손해 보지 않고 출력을 노면에 전달한다. 이게 기술력이다. 1000마력을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게 세팅했다. 물론 주행안정화장치를 끄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비활성화시키면 분명 야생마로 돌변할 것이다.  

트랙이니 마음껏 코너를 탔다. 먼저 코너링 성향은 뉴트럴스티어다. 일반적인 뉴트럴스티어와는 결이 살짝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순 없지만 뭔가 다르다. 프로 드라이버가 아니라 정확히 느끼지도, 확실하게 전달하지도 못하지만 앞으로의 슈퍼카 움직임은 이러할 것이다. 토크벡터링과 똑똑한 전자식 디퍼렌셜이 달려 있다고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그립으로 코너를 파고든다. 마음속으로 원했던 라인을 그대로 그린다. 레이싱 게임처럼 말이다. 오히려 게임보다 쉽다. 웬만해서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느낄 수 없어 무아지경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재미가 있다. 테크니컬 코너를 만나도 섀시가 엉키지 않고 자연스레 돌파한다.  
출력도 출력이고 코너링도 코너링인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출력과 섀시를 컨트롤하기에 넘친다. 감속 시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 없이 주저 앉아버리고 트랙에서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코너를 돌면서 혹은 하중이동을 생각하지 않고 브레이킹이 걸려도 움직임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회생제동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만 브레이킹 감도의 이질감이 없는 것도 인상적이다. 브레이크 페달 스트로크는 보통 차보다 약간 짧고 답력도 살짝 강하다. 트랙에서 브레이킹 컨트롤에 용이하면서도 일상주행에 무리 없는 아주 최적의 점으로 조율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탔다. 비현실적인 차를 현실 속에서 타서 그런지 몸도 지쳤다. 탈 때는 몰랐는데 온몸으로 출력을 받았나 보다. SF90 스트라달레는 그 어떤 페라리보다 운전 하기 쉽다. 언제든지 앞바퀴를 굴려준다는 것만으로도 일반적인 페라리보다 부담이 적다. 뒷바퀴로만 1000마력을 보냈다면 이렇게 만만하진 않았겠지. 사륜구동에 인색한 페라리가 1000마력이라는 숫자 앞에 고민을 많이 했다. 보통 운전 실력으로 1000마력으로 공도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미션을 페라리 엔지니어들은 언제나 그랬듯, 완벽하게 마쳤다.   
SF90 스트라달레를 탄 후,페라리 테크니션 팀에게 이것 저것 물어봤다. Q. 토크벡터링 작동 시 순수하게 좌우 전기모터의 회전량 차이만 주는지 아니면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개입하는지?프런트 액슬에 달린 두 개의 전기모터는 양쪽 앞바퀴에 전달되는 토크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기존 토크벡터링의 개념을 확장했다. 발산할 수 있는 출력의 100%를 각각 우측 혹은 좌측 바퀴로 개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SF90 스트라달레에는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FDE 2.0)’가 탑재돼 각 브레이크 캘리퍼의 제동압력을 조절해 좌우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 Stefano Varisco, Head of Vehicle Dynamics(스테파노 바리스코, 차량동역학 책임자) Q. 에어로다이내믹에 신경을 많이 쓴 프런트 범퍼 형상인데 번호판 장착으로 공력 성능에서 손해 보는 것은 없는지? 혹은 번호판까지 고려했는지?번호판까지 고려했다. 차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풍동 시험을 거치기 전에 전산유체역학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개발된다. 페라리는 SF90 스트라달레의 전면부 공기역학 성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번호판을 부착했을 때도 최적의 공기항력과 다운포스, 그리고 냉각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전면 번호판에 대한 경우의 수를 체크했다. - Matteo Biancalana, Aerodynamics Department(마테오 비앙칼라나, 공기역학 부문 퍼포먼스 매니저) Q. 온도에 민감한 배터리와 모터를 넣었다. 다른 내연기관 페라리와 달리 더 혹독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했는지.페라리의 전 라인업은 극한의 온도변화를 견디도록 고온 및 저온 테스트를 거친다. 배터리 냉각을 위한 기준 온도인 20°C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체 에어컨 장치가 탑재된 전용 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다. - Matteo Biancalana, Aerodynamics Department(마테오 비앙칼라나, 공기역학 부문 퍼포먼스 매니저) Q. 언젠가는 순수 전기 페라리가 등장할 것이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페라리 엔진 특유의 하이톤을 구현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우주선 사운드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페라리 고유의 사운드트랙은 페라리라는 브랜드를 매력적이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에 2025년 선보일 예정인 순수 전기차는 페라리에게 있어 큰 도전과제다.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에 대해 답변하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 다만, 페라리의 순수 전기차를 운전할 고객에게 브랜드만의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Michael Leiters, Chief Technology Officer(마이클 라이터스, 최고 기술 책임자)
1ST PLACE

인디애나폴리스 500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스포츠다. 이 경기가 열리는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아세토 피오라노가 일을 저질렀다. 지난 7월 15일 2.439 마일(약 4km)의 로드 코스에서 1분 29초 625의 랩타임을 끊었다. 이는 양산차 중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다. 모델명 끝에 붙은 아세토 피오라노는 트림이라 생각하면 된다. 노멀 버전보다 조금 더 트랙에 포커스를 뒀다. 카본 파이버로 만든 도어 패널과 언더 커버로 교체하고, 티타늄 스프링과 배기 시스템으로 무게를 30kg 줄였다. 또한 카본 파이어 리어 스포일러로 시속 250km에서 390kg의 다운포스도 일으키고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R로 트랙션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글 | 안진욱  사진 | F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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