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의 그 매력을 다시 알아볼 수 있다면, 르노 캡쳐

  • 기사입력 2021.08.31 14:3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어느 새 소형 SUV가 많아진 국내 시장에서 르노 캡쳐는 조금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매력은 충분하다. 그래서 그 힘겨움이

더 안타깝다.

꽤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2020년 5월에 잠깐 탑승해 본 게 전부다. 그 때는 QM3의 흥행을 잇겠다면서 자신감이 넘쳐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고 있으니 그 당당함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경쟁과

편중이 심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힘겨웠던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잊혀진 채로

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르노의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달고 판매되는 몇 안 되는 모델이기도

하고 말이다.

르노 캡쳐. 이전에도 지금도 캡쳐라는 이름은 유지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QM3로 말이다. 아직 소형 SUV라는 장르가 생소하던 시절, QM3는 들어오자마자 모든 물량이 판매되는 기록을 달성했고 본격적인 소형

SUV 시대를 열었다. 그 뒤에 국내에서 잇달아 경쟁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그 위상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그 독특한 디자인과 경제적인 연비로 사람들을 계속 끌어당겼다.

그렇다면 왜 그 캡쳐의 인기가 다음 모델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XM3와

비슷한 모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확실히 XM3가

캡쳐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쿠페 형태로 다듬어진 뒷모습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캡쳐가 나은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저번의 짧은 드라이브로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조금 긴 거리를 달려보기로 했다.

강원도가 그리 먼 길은 아니라고 해도, 산길을 이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편의장비를 더해서 좋아졌다고!

캡쳐는 풀 체인지를 단행하면서 최신 르노의 디자인을 받아들였다. 이전 QM3를 기억한다면, 럭비공과도 같은 느낌의 헤드램프에서 ‘ㄷ’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받아들인 지금의 헤드램프로 변한 것이 눈에

띌 것이다. 이렇게 보면 크게 변한 것 같지만, 사실 앞

모습의 변화는 적은 편이다. 대신 뒷모습은 많이 변했다. 테일램프가

‘ㄷ’자로 변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전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 한 모습, 그것이 지금의 캡쳐이다.

실내는 많이 바뀌었고, 한 눈에 세련미가 느껴진다. XM3하고 똑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센터콘솔에 있는 전자식 변속기가

그 느낌을 한 번에 지워준다. 그리고 곳곳에 수납공간이 있으니 앞 자리에 여러 가지 물품을 던져놓기가

편하다. QM3에 비해 몇 단계는 올라간 것 같은 대시보드의 질감도 압권. 이제 소형 SUV라고 해도 ‘저렴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손이 베일 것 같은’ 느낌은 없는 셈이다. 스티어링을

잡는 감각도 꽤 좋다.

아마도 키가 190cm를 넘지 않는 이상, 공간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즉, 평범한 성인이라면 1열도 2열도

모두 편안하게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약점이 될 수도 있었던 직물 시트는 이제 모두 가죽으로

바뀌었으니, ‘음료수로 시트를 적실 것 같아서 불안해서 탈 수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뒤를 잘라낸 모델이지만, 트렁크

용량이 제법 크기 때문에 소규모 캠핑 정도는 가볍게 소화할 것이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궁금하긴 하지만 가솔린 엔진이 꽤 경쾌하게 회전하기 때문에

그 궁금증이 금방 날아가 버린다. 최고출력 152마력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들을 추월하기에는 충분하다. 여기에 7단 DCT를

조합하고 있는데, 패들시프트를 곁들이면 꽤 즐거운 주행이 만들어진다.

만약 거친 주행이 싫다면, 그냥 평범하게 조작해도 좋다.

고회전 영역으로 가지 않으면 조용한 엔진이니 말이다.

DCT인 것은 좋은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시내에서 엔진 시동을 자동으로 끄고 오토홀드까지 걸렸을 때가 문제다. 캡쳐의 DCT는 아직까지 발진 시 주춤거리는 현상이 남아있는데,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는 부드러운 발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는

오른발에 조금 강하게 힘을 줘야 하는데, 앞 차가 고작 몇 cm 움직이고

멈춘다면 자연스럽게 운전자의 몸 안에서 헐크가 깨어난다. 이것만큼은 르노가 반드시 개선을 해 주었으면

한다.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기존 르노 브랜드의 약점이었던 ADAS 시스템이 꽤 충실하게 갖춰졌기 때문이다. 닛산의 기술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부품 자체는 같아도 르노 특유의 리듬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반응 자체가 다르다. 앞 차와의 거리를 제법 잘 맞춰주며, 가속과 감속이 꽤 자연스럽다. 아직 옆에서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는 차에 대한 반응은 조금 느리지만, 이

정도라면 고속도로에서 피로는 많이 덜 수 있겠다.

그리고 또 인상적인 것이 바로 도로에 대한 처리 감각이다. 깊게 들어가는

코너를 만났을 때는 차체가 잠시 흔들리기는 하지만, 꽤 세련되게 자세를 잡아간다. 독일차에 가까워지는 정도의 단단함이지만 딱딱함은 아니고, 아직까지는

유연성이 살아있다. 여기에 측면을 잘 잡아주는 시트가 더해지니 장거리를 주행해도 피로는 크게 없다. 차체 크기라는 약점이 있으니 대형 세단과 피로감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캡쳐를 타고 장거리를 주행해 본 결과, 꽤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해치백에 더 마음이 가는 성향이라 이 차가 ‘클리오’ 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캡쳐도 인기는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캡쳐의 선택을 막는 것은 가격이겠지만, 보스

오디오와 스마트키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면 무턱대고 비싼 가격도 아니다. 만약 독일차의 감각을 조금

느끼고 싶은데 너무 딱딱한 게 싫다면, 캡쳐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단, 시기가 너무 안 좋다는 생각은 든다. QM3가 휩쓸던 그 때와는 달리 지금은 쓸 만한 소형 SUV가 꽤

많다. 그러니, 캡쳐는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다가오고

있는 고객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세련된 디자인과 부드러운 주행 감각 등 자동차의 기본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완벽한 끌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캡쳐를 잘

살펴본다면,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사진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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