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VERSUS M BMW M4 컴페티션 VS M 1000 RR (1)

  • 기사입력 2021.08.26 23:20
  • 기자명 모터매거진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포스터가 떠오른다. 같은 어벤져스였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서로 마주 보며 으르렁거린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누가 이길지 궁금증을 낳는 그림이었다. 여기 그 정도 포스의 대결이 준비되어있다. 스포츠카의 상징 M4와 최초의 M 바이크, M 1000 RR이 한 판 붙는다. 같은 BMW M끼리의 대결에 두 바퀴와 네 바퀴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본지 창간 33주년을 맞아 3대3 슈퍼 매치를 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리적인 3대3은 아니다. 3가지 다른 조건을 가진 2명이 한 판 붙은 것이다. 남자와 여자, 아마추어와 프로, 그리고 자동차와 바이크의 대결. 이실직고하면 그냥 끼워 맞췄다. 난 유튜버 엘리로 알려진 바이크 선수 김인혜의 팬이다. 사심으로 그녀와 재미있는 기획을 하고 싶었다. 창간호 특집을 빌미로 그녀와 접촉했고 고맙게도 흔쾌히 이 프로젝트에 응했다. 주제는 미리 정해 놨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차와 바이크 대결이다. 2021년 7월 12일, 결투 장소는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다.  먼저 남측 진영 소개다. 드라이버는 나다. 운전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많은 프로들과의 만남으로 겸손해졌고 반성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그냥 평범한 아마추어 드라이버다. 이 게임에 가지고 나갈 차를 고를 때, 고민은 길지 않았다. 트랙에 강한 스프린터면 된다. 나의 선택은 알파인 화이트 페인트가 발린 BMW M4 컴페티션이다. M2는 휠베이스가 짧아 예민해 내가 까불기에는 힘들고 M3보다는 M4가 무게 중심이 조금이나마 낮을 거 같았다. 최신형 진짜 M 스포츠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이제 북측, 아니 여성 쪽 진영이다. 앞서 말한 프로인 엘리가 출전하고 M 1000 RR에 올라탄다. BMW 최초의 M 바이크다. 네 바퀴에만 관심이 있어 바이크를 잘 모르지만 모델명만 들어도 엄청 빠를 것 같다. S 1000 RR도 이미 슈퍼 바이크 세계를 평정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여기에 M 배지까지 달렸다니∙∙∙. 엘리와 M 바이크, 그리고 트랙이라 벌써 가슴이 웅장해진다. 내가 운전 실력이 출중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불리하지만 딱 하나 유리한 게 있다. 난 이곳에서 진짜배기 드라이빙 교육을 많이 받았기에 익숙하다. 홈그라운드다.

신형 M4를 트랙에서는 처음 타긴 하지만 걱정은 없다. 늘 M카의 향은 같고 익숙하니까. 몸풀기로 레이싱 라인으로도 타보고 개념 없이 달려 보기도 한다. 역시 M은 M이다. 공도에서 탈 때도 반했지만 역시 이 녀석은 이곳이 놀이터다. 트랙션이 필요할 때는 안정적으로 잘 잡아주고 뒤를 날려 드리프트를 하고 싶을 때는 리어 타이어로 아름다운 선을 그려준다. 드리프트를 하고 나면 점수도 매겨 주는 M4다. 세상에 이런 장난감이 또 어디에 있을까! 게다가 쿨링 시스템이 파워트레인을 압도하기에 트랙에서 격하게 가지고 놀아도 된다. 실제로 촬영 당일 체온에 육박하는 무더위였고 온종일 쉴 새 없이 달렸는데 지치지 않았다. 보통 트랙데이에서 열 때문에 많은 세션을 소화할 수 없는데 M4는 금강불괴다.  

나와 M4의 웜업은 끝났으니 이제 그녀와 바이크를 위해 가이드 주행을 했다. 그녀는 코스를 숙지해야 하니까. 알아서 잘 따라올 거 같으니 신나게 달려 본다. 룸미러에는 코너에서 옆으로 누워버린 그녀가 담겨 있다. 난생처음 보는 그림이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몇 바퀴 돌고 엘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랩타임으로 승부를 내려 했지만 자동차 전용 트랙이라 바이크가 공격적으로 타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아무래도 노면에 연석을 탄 자동차 때문에 약간의 모래가, 그리고 옆으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BMW 오너들 특성상 타이어 찌꺼기도 있었다.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스파링 정도로 붙어 봤다.  

M4가 선두로 달리고 바이크가 추월할 수 있는지를 보기로 했다. 둘 다 마진을 남겨 놓고 달리기로 약속했다. 출발선에 두 레이싱 머신이 놓였다. 두 대가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고조된다. M4가 먼저 론치 컨트롤을 사용하며 스타트한다. 후륜구동이지만 트랙션을 완벽하게 잡으며 튀어 나간다. 이내 M 1000 RR도 출발하는데 금세 M4 엉덩이를 물어버린다. 확실히 가속력은 M4보다 바이크가 월등하다. M4가 510마력으로 212마력의 M 1000 RR보다 2배 이상의 출력을 자랑하지만 무게가 9배 이상 무겁다. 따라서 직선 구간에서는 로켓처럼 날아가는 M 1000 RR에 당할 수밖에 없다.
허나 코너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 전까지, 라이더가 무릎이 노면에 닿을 정도로 바이크를 기울여 코너를 타기에 횡중력을 무시하는 줄 알았다. 당연히 자동차 보다 바이크의 코너링 퍼포먼스가 높을 거라 예상했지만 반대였다. 네 바퀴의 트랙션을 무기로 코너에서는 M4의 기세가 무서웠다. 언더스티어가 거의 나지 않으며 스티어링 피드백도 빨라 코너를 빠르고 쉽게 정복할 수 있다. 특히 테크니컬 코너에서는 그 간격을 더욱 벌렸다. 앞서 말했듯이 노면의 컨디션이 자동차에 유리해 M4가 라인을 더욱 과감하게 탈 수 있었고 BMW 트랙은 숏코너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M4는 M 1000 RR을 추월할 수 있을까? 직선 구간에서 안 보일 정도로 멀어졌던 바이크를, 헤어핀을 지나 급코너가 나올 때쯤 뒤에 바짝 붙을 수 있었다. M4 브레이크 시스템이 워낙 좋아 레이트 브레이킹으로 코너 진입 시 추월을 할 수 있지만 바이크가 라인을 막아 버리면 어쩔 수 없다. 비집고 파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게스트에 대한 매너가 아니기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만 했다. 이후 코너 탈출 때는 M 1000 RR이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도망간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승점에 M 1000 RR이 먼저 들어온다.    

가벼운 스파링이 종료되었다. 치열하게 싸우진 않았지만 서로의 전투력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만약 랩타임을 측정했으면 근소하게 M4가 앞섰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진정한 승자는 엘리와 M 1000 RR이다. 폭염에 장시간 동안 레이싱 슈트를 입고 촬영에 임하는 그녀는 이미 탈진 상태였을 것이다. 촬영 중간중간 홍일점인 그녀에게 시꺼먼 아저씨들 네 명이 달라붙어 컨디션을 확인했다. 씩씩하게 괜찮다고 했지만 실제 경기 시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면 그나마 낫지만 아스팔트 한복판에 서서 촬영하는 장면도 많았다. 반면 난 빵빵한 에어컨으로 뽀송뽀송하게 달렸다. 이렇게 다른 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
여하튼 게임은 끝났고 궁금증도 해결되었다. 유투브에는 자동차와 바이크 직선 구간 대결 영상만 많아 트랙 풀코스 대결이 궁금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골수 M 팬이지만 M4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글을 쓰는 순간 해외 자료를 찾아보니 바이크보다 코너를 잘 타는 차가 흔하지 않다. 슈퍼카 혹은 레이스카 정도는 돼야 슈퍼 바이크를 넘어서는데 M4가 거기에 해당된다. 정리하자면 자동차가 무조건 바이크보다 코너링 퍼포먼스가 높은 게 아니라 M4가 슈퍼 바이크 M 1000 RR보다 코너에서 빠른 것이다. BMW M4는 대단한 스포츠카다.

상대편이었던 M 1000 RR의 공연도 근사했다. 하이톤 음색과 풍부한 볼륨의 배기 사운드는 촬영 내내 전율이 흘렀다. M 배지와 시그니처 스트라이프를 허락한 외모와 직선 구간에서의 퍼포먼스, 그리고 곡선 구간에서의 자세는 감동이었다. 끝으로 이번 촬영에서 느낀 점 하나. BMW M은 사나이만이 아닌 남자와 여자 모두의 피를 끓게 한다. 뜨거운 태양만큼 뜨거웠던 엘리와 M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언젠가 이런 근사한 촬영을 기약하며 이 글을 마친다.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BMW M 1000 RR
길이×너비×높이  2073×848×1197mm
휠베이스 1457mm  |  엔진형식  I4, 가솔린
배기량  999cc  |  최고출력  212ps
최대토크  11.5kg·m  |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
가격  4580만원

SPECIFICATION
BMW M4 COMPETITION
길이×너비×높이  4795×1885×1400mm
휠베이스 2855mm  |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배기량  2993cc  |  최고출력  510ps
최대토크  66.3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8.3km/ℓ
가격  1억22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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