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7 M50i VS 메르세데스-벤츠 GLS580 4MATIC, 기함급 SUV 전쟁

  • 기사입력 2021.08.24 17:05
  • 기자명 모터매거진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아마 며칠 밤을 새우며 토론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 거대하고 강력한 두 녀석이 만났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 급 SUV가 8기통 가솔린 엔진의 거친 소리를 내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BMW X7 M50i와 메르세데스-벤츠 GLS580이다. 

JO’s EXTERIOR TALK먼저 BMW X7 M50i를 살펴보자. 시승차는 다크쉐도우 에디션 모델이다. 무광 컬러와 검게 칠해진 크롬 장식은 그 무게감이 압권이다. 이 녀석, 언제라도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듯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다.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압도적인 크기의 키드니 그릴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거의 성인 남성의 상체 크기와 비슷하다. 실물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 싶었지만 직접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오히려 광활한 그릴의 크기가 X7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존재감에는 헤드램프도 한 몫을 보탠다. 가로로 길쭉한 헤드램프는 키드니 그릴 때문에 비교적 작아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큰 편이다. 게다가 레이저 라이트가 적용되어 헤드램프 내부에 파란색 X 모양의 디자인 요소를 적용했다. 그윽한 눈빛에 파란 색상이 더해지니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을 보는 것만 같다. 앞 범퍼의 형상도 공격적이다. M 퍼포먼스 전용 디자인이 적용된 M50i는 M 배지가 붙은 모델답다. 크롬 장식의 형상 덕에 먹이를 앞에 두고 입을 활짝 벌려 날카로운 송곳니를 자랑하는 모습이다.옆모습은 오히려 차분해서 그토록 공격적인 얼굴과 대비된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았고 거대한 윈도 크기와 어우러져 특유의 덩치를 자랑하는 모습이다. 거대한 22인치 휠을 적용해 휠 하우스를 가득 채웠으며 휠 하우스와 도어 사이에 에어 브리더를 적용했다. 사이드 스커트와 이어지는 에어 브리더는 일체감을 주어 자칫 허전했을 옆모습을 채웠다. 캐릭터 라인은 날카롭게 다듬어 선명한 근육을 자랑한다. D필러는 두툼하게 만들어져 후면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한다.

후면의 디자인은 수평을 강조하여 전면과 일체감을 형성했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리어램프를 가늘고 길게 배치했으며 그 사이를 크롬으로 연결했다. 시선을 아래로 옮기면 층을 이루면서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듬직한 듀얼 머플러가 얌전히 자리 잡고 있다.다음은 SUV계의 S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GLS580이다. X7을 먼저 바라보다 GLS를 보면 디자인에서부터 여유가 느껴진다. X7이 잔뜩 힘을 주고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 GLS는 한결 여유로운 자세로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한 인상은 GLS의 전면부에서 먼저 느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거대한 삼각별이 빛나고 있는 8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위풍당당한 인상을 먼저 전달한다. 112개의 LED가 빛나는 멀티빔 LED 헤드램프와 두 개의 파워돔이 적용된 보닛은 그러한 인상에 힘을 보탠다. 굳이 인상을 쓰고 바라보지 않아도 특유의 강인함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다.측면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딱히 기교를 부리지 않았으며 모든 부분이 큼직하고 시원하다. 거대한 윈도, 거대한 도어, 22인치 휠 등 모든 부분이 풀 사이즈 SUV임을 과시한다. 기자의 키와 덩치가 결코 작은 편이 아닌데 GLS의 옆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트렁크 라인은 반듯하게 떨어지며 클래식한 SUV의 라인을 가지고 있다. 마치 GLB의 크기를 키워 놓은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GLS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측면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덩치에 자칫 과한 장식을 넣거나, 기교를 잔뜩 부렸다면 오히려 어색했을 것이다. 라인을 최대한 덜어내고, 클래딩을 보디 컬러와 통일해 모던한 효과도 부여했다. 오버행도 꽤 짧은 편인데,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좋은 장치다. 뒷문에서 리어 램프까지 이어지는 숄더 부분은 근육을 잔뜩 키워서 든든한 이미지를 풍긴다.후면도 담백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이다. 가로형 테일램프는 눈이 살짝 처진 듯한 느낌도 주어 귀여운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양쪽의 테일램프를 이어주는 크롬 바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고급스럽다. 범퍼 하단으로 시선을 내리면 역시나 크롬이 자리 잡고 있고 두 개의 머플러가 좌우에 각각 배치되어 있다.

JO’s INTERIOR TALK
이번에는 GLS의 인테리어를 먼저 살펴보자. 묵직한 무게의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는다. 차체의 높이가 제법 높은 편인데, 사이드 스텝을 마련하여 불편을 해소했다. 푹신하고 커다란 시트는 온몸을 감싸는 듯한 훌륭한 착좌감을 가지고 있다. 손을 뻗어 스티어링 휠을 만진다. 위아래는 우드 재질로 마감되어 있어 손으로 쥐는 맛이 좋다. 마치 요트의 키를 잡고 있는 기분이랄까. 높고 탁 트인 시야와 함께 가장 기분을 좋게 만드는 요소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이어 붙이고 그 주위를 직선으로 가다듬은 형태를 통해 자동차가 아닌 최첨단의 무언가를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플래그십 모델다운 화려함도 눈에 띈다. 실내 곳곳에 64개의 컬러를 표현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심었다. 부메스터 스피커의 형상 역시 고급스러우며 실내에서 손에 닿는 대부분의 재질은 마감 품질이 우수하다. 1열에서 의외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센터 콘솔에 우직하게 솟아오른 팔걸이 부분이다. 위치와 형태가 팔을 걸쳐 놓기 딱 좋은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2열의 탑승감 역시 훌륭하다. 패밀리 SUV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최근 비즈니스 목적으로 사용하는 대형 세단의 수요를 풀사이즈 SUV가 제법 대체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목적으로 사용해도 GLS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2열의 공간은 키 183cm의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여유가 있다. 팔걸이에는 분리 가능한 삼성의 태블릿 PC가 장착되어 있고 벤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와 연동하여 차량 내부 온도 조절, 음향 설정 등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다. 또한 1열 시트 헤드에 풀 HD 터치스크린을 장착했으며 2열 탑승자가 각각 사용할 수 있다.
3열은 2개의 개별 좌석이 적용되어 있다. 사실 3열 공간의 존재 이유는 늘 사용하는 것이 아닌 가끔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한 목적에서 살펴보면 3열은 넉넉한 헤드룸과 성인 남성이 앉아도(2열이 조금은 양보를 해주어야 한다.) 크게 불편하진 않은 정도의 레그룸을 가지고 있다. 장거리 이동은 힘들어도 간혹 필요할 때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어마어마하다. 이 정도 크기면 냉장고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폴딩이 가능하며 완전히 눕혔을 때는 광활한 적재 공간을 만들어 낸다.
X7의 인테리어도 감상해보자. 우선 X7은 도어 스텝이 없어 차에 오르내릴 때 불편함을 느낀다. 운전석에 앉았다. 이미 다른 BMW에서 흔하게 보던 바로 그 디자인이다. 스티어링 휠의 촉감, 림의 굵기, 버튼의 배치 등 모든 것이 익숙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센터 콘솔에서 빛나고 있는 크리스털 기어 노브다. 자세히 살펴보면 기어 노브 안에서 ‘X’가 빛나고 있고, 스타트 버튼을 비롯한 여러 조작 버튼을 감각적으로 조각했다. 잘 가공된 보석은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와 함께 빛나고 있어 자꾸만 만지고 싶은 좋은 요소다.
1열 시트의 성향은 GLS보단 살짝 스포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교적 더 단단한 편이며 사이드 볼스터도 훨씬 도드라져 있다. 이번 시승차는 6인승 모델이라 2열 시트가 좌우 독립 형태로 되어 있다. 독립 시트는 2열이 일종의 개인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편이다. 다만 차의 장르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더 푹신한 시트를 적용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3열 공간 자체는 GLS보다 더 좁은 편이다. 소소하게 불만을 털어놓고 싶은 부분은 탑승을 위해 2열 시트를 조작하는 속도다. 2열 시트가 넘어가는 느긋한 움직임은 성격 급한 한국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지도…. 그래도 3열 탑승객을 위한 글라스 루프는 물론 공조 장치를 독립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버튼도 마련한 점은 칭찬하고 싶다.
6인승 모델은 2열 시트가 완전히 눕혀지지 않아 트렁크 공간의 자체의 활용성은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거대한 트렁크 공간을 가지고 있으니 아쉬움은 없다. 게다가 트렁크 사용 편의성은 X7이 조금 더 우세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위아래 2단으로 열리는 트렁크 도어 덕분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러한 점이 번거롭고 귀찮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짐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서 혹은 트렁크 뒤의 공간에 따라서는 이러한 점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 판단한다.

YU’S PERFORMANCE TALK
두 모델 모두 8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앞세운다. 풍족한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선택인데, 비록 엔진 형식은 같을지 몰라도 그 성격은 정말 판이하다. GLS는 ‘넉넉한 힘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주행’에 중점을 두고, X7은 ‘비록 차체는 커졌지만 역동성은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친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자동차의 스티어링을 잡는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완벽하게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GLS부터 느껴보자. 흔히 이야기하는 ‘미 대륙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오른발에 힘을 가해보면 즉시 알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덩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에서 부족함을 느낄 일은 전혀 없지만, 호쾌한 가속은 여기에서는 잠시 미뤄두는 것이 옳다. 8기통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오고 있으니 매력이 느껴지겠지만, 스포츠카와 맞먹는 짜릿한 느낌은 아니다. 애초에 메르세데스-벤츠라면(더군다나 AMG가 아니다) 그런 것보다는 편안함과 안심되는 감각이 우선 아니겠는가.
기왕 승차감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말해보자. 독일 출신 자동차 특유의 탄탄한 승차감은 GLS에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금은 남아 있지만 미국 특유의 승차감을 고려한 감각에 많이 희석되었다. 애초에 운전석에 앉는 순간 느껴지는 거대한 차체와 지름이 큰 스티어링 휠이 ‘스포츠 주행’을 마음으로부터 제어해 버린다. 그래서 브레이크 역시 날카롭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물론 급하게 제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믿음직스럽게 물려준다.

GLS는 독일보다는 미국에 더 가깝다. 먼 옛날 독일에서 건너온 선조들이 미국에서 몇 세대를 정착하면서 독일의 특성이 희석되고 완전히 미국인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독일의 성격은 좀 남아있고 벤츠의 특성도 어느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넉넉한 출력으로 도로를 우아하게 달리고 싶다면, GLS는 그 요구에 충실하게 따라준다. 그리고 지상고를 높일 수 있어,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제 X7의 차례다. 이 자동차도 미 대륙의 느낌이 남아 있지만, 그보다는 아직은 독일 자동차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왜 그렇게 되는가 하니,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역동성을 강조하는 스티어링 휠도, 크리스털 기어 노브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건 이 거대한 차체가 조금 작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폭이 좁은 도로도 좀 더 자신 있게 진입할 수 있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역동적인 주행을 추구하게 된다.

엔진 역시 그렇다. 조금 그르렁대는 엔진은 출력을 한 번에 크게 끌어낼 수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제원표를 살짝 살펴보니, 엔진 배기량이 높아서 그런지 GLS보다 최고출력이 더 높다. 그 성능을 믿고 오른발에 과감하게 힘을 주어도 보닛이 쉽사리 들리거나 하지 않는다. 마치 외형은 SUV이지만 속은 스포츠카인 ‘야누스’를 탑승한 느낌이다. 그렇게 가속하면서도 뒷자리에서의 편안함은 크게 희생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하다.
서스펜션은 GLS에 비하면 조금 단단한 편이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꽤 잘 달리고 코너에서 잘 돌아주는 만큼, 서스펜션도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역시 덩치가 커지고 SUV가 되어도 BMW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손쉽게 버리지 않았다. 아마 이 절묘한 영역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희생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 출신과 미국 출신들이 하루가 멀다고 싸웠을 것이다. 그런 치열함이 녹아있는 X7은 역동성을 아주 잘 품고 있다.
CONCLUSION
두 모델은 같은 독일 출신의 대형 SUV이지만, 성격은 판이하다. 넉넉함과 편안함에 중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짜릿함과 스포티에 중점을 둘 것인지. 선택은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몫이다. 아니, 이쯤 되면 운전자가 아니라 가족의 몫이 될지도 모르겠다. 과연 가족은 어떤 선택을 할까? 두 자동차의 엠블럼을 완벽하게 지우고 성격에 따라 고르라고 한다면, 정말 어려울 것이다. 만약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다면, 동전을 던져서 선택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글 | 유일한,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BMW X7 M50i
길이×너비×높이  5150×1990×1805mm  |  휠베이스 3105mm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530ps
최대토크  76.5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6.5km/ℓ  |  가격  1억6940만원SPECIFICATION
MERCEDES-BENZ GLS580 4MATIC
길이×너비×높이  5220×2030×1840mm  |  휠베이스 3135mm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982cc  |  최고출력  489ps
최대토크  71.3kg·m  |  변속기  9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7.3km/ℓ  |  가격  1억62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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