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의 인기, 자동차 산업이 가라앉을 수도 있다?

  • 기사입력 2021.08.24 16:35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 시장에서 중고차의 인기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 2021년 7월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서 총 중고차 거래량은 287,803 건으로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신차 판매량은 123,512 대보다

많다. 신차 판매 시장에서 현대 포터가 8,804 대를 판매해 1위를 기록했는데, 중고차 시장에서는 기아 모닝이 18,727 건의 거래를 기록해 이를 한참 앞서나가고 있다. 제법

높은 성적을 기록하는 현대 그랜저도 신차는 5,247 대를 판매했는데,

중고차로는 18,358 건이나 거래됐다.

이쯤 되면 신차 판매 사업보다 중고차 거래 사업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영향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지금까지 자동차를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구매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탑승해 감염 위험이

있는 대중교통보다는 온전히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가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무가 끝난 후 자동차를 이용해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도 반영되어 있다. 문제는 신차를 구입하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코로나 19가 종식된다면(현재로써는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좀 더 저렴한 대중교통을 다시 이용할 텐데, 신차를 구입하기에는

망설임이 커진다. 자연스럽게 신차보다는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중고차에 눈길이 더 가게 된다. 후에 실용성이 사라지면, 다시 판매해도 큰 손해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신차의 고객 인도가 지연되는 현실도 중고차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인도 지연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부품 공장의 대부분이 중국 또는 동남아 쪽에 있는

현실에서, 감염자 발생으로 공장을 며칠간 폐쇄하고 전수 조사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베트남의 경우, 현재 강력한 락다운을 걸고 있기에 공장

출근도 힘들다.

요약하자면, 신차는 빠르게 그리고 많이 만들 수 없는 상황인데 자동차를

찾는 사람은 많아진 것이다. 자동차를 금방 손에 넣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출고가 지연되면 아무래도 신차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중고차 거래가 늘어나는 현실도 있다. 기아에서 인기가 높은 쏘렌토의 경우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고까지 7개월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대 아이오닉 5의 경우, 4륜 구동 등 일부 기능을 제거하면 출고가 빨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신차가 인기가 있어도 출고가 늦어지는 현상이 과연

자동차 회사에 좋은 일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고객의 심리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과는 달리

고객들은 신차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신차가 등장한 그 때는 “당장 갖고 싶다!”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출고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자동차 구매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다. 결론적으로는 신차

구매를 포기하게 되어 버린다.

자동차 제조사는 사실 변명을 하면 안 된다. 반도체가 부족해서 생산을

할 수 없다느니, 감염자가 발생해서 공장 가동이 줄어들었느니 그런 것들을 소비자가 이해해줘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해해주고 신차를 기다려주는 소비자가 있다면 좋겠지만, 고객의

‘신차를 당장 사고 싶은 그 기분’을 존중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수요를 맞추고 신차가 인기를 얻고 있을 때 바로 판매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차의 판매 대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제조사에게도, 자동차 산업 전체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판매가 줄었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앞으로 양산될 중고차의 대수도 줄어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비 등 연계된 자동차 산업들 전체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기 전에 신차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부품 교체

또는 오버홀을 통해 제대로 된 중고차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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