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MADE, BMW 420i 컨버터블

  • 기사입력 2021.08.20 09:3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극적인 것은 없다. 그렇지만 거슬리는 게 전혀 없다. 오래 타도 질리지 않을 컨버터블을 만났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컨버터블이 있다. 부드럽고 안락해야 한다. 무조건이다. 단단한 서스펜션에 민첩한 핸들링을 자랑하는 스포츠카를 좋아하지만 오픈톱 모델은 다르다. 드라이빙에 여유가 묻어나야 하기에 스포츠카처럼 예민한 것보단 세단처럼 자비로워야 한다. 이전 F 보디 4시리즈 컨버터블을 타면서 무척 탐이 났다. 오히려 M4 컨버터블보다 더 갖고 싶었다. 품고 있는 괴력을 써야 할 의무가 있는 M4 컨버터블보다 만만한 출력의 430i 컨버터블이 부담도 없고 오픈 에어링을 진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리웠던 4시리즈 컨버터블을 다시 타고 있다. 얼굴도, 루프도 하드에서 소프트로 바뀌었다.

차를 인도받고 놀랐다. 이렇게 정숙하다니. 4기통 가솔린 엔진인데 6기통 수준으로 조용하고 회전 질감도 매끈하다. 방음 처리도 꼼꼼하게 되어 있어 오픈톱임에도 고요하다. 저속에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데 최고급차를 타는 기분이다. 파워는 소박하다. 200마력도 되지 않는 힘이지만 부족하진 않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쉽게 추월할 수 있다. 고속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고 잘 달린다. 서스펜션은 BMW치고는 긴장감이 없다. 허나 컨버터블에는 이 세팅이 정답이다. 덕분에 섀시에서 잡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새 차라 그런 것도 있지만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서스펜션에 관해 이야기를 더 하자면 끝내주게 조율했다. 두꺼운 사이드 월의 18인치 타이어, 댐퍼스트로크는 길고 스프링레이트는 낮다. 덕분에 요철의 진동을 잘 걸러 승차감을 보장한다. 반면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돌리거나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보면 하체가 무너지지 않는다. 스포츠도 그렇지만 차 역시 하체가 중요하다. 탄탄하게 받쳐주는 힘이 있어야 상체가 평화롭다. 이 녀석이 그러하다. 언제 말랑했냐는 듯이 BMW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적극적인 가변 댐퍼가 적용되어 있지 않은데 이러한 긍정적인 이중성을 보여준다. 기특하다.

3일 정도 탔는데 장점이 넘쳐난다. 예상하지 못했다. 뒷좌석 공간이 생각보다 넉넉하다. 건장한 친구 두 녀석을 잠시 태웠다. 한 명은 키가 190cm로 피지컬은 줄리엔 강과 비슷하다. 그를 2열에 쑤셔 넣고 175cm 친구는 동승석에 앉았다. 서로 양보하며 착하게 1열 시트를 조절하니 두 명 모두 만족스러운 레그룸을 확보했다. 여기에 목을 꺾고 있던 뒷좌석 친구를 위해 루프를 열었다. 운전하는 내 뒤로는 못 앉는다 하더라도 시꺼먼 남자 3명이 함께 오픈 에어링을 만끽할 수 있었다. 체격이 작은 여성이라면 4명이 정말 편하게 탈 수 있을 것이다. 이전 세대보다 2열 공간이 유용해졌다.
소프트톱으로 넘어오면서 이득도 생겼다. 우선 클래식한 멋을 챙기면서 루프 라인도 유려해졌다. 대게 소프트톱은 프레임 때문에 라인이 깔끔하기 힘든데 4시리즈 컨버터블은 마무리를 잘했다. 또한 실내에서 루프를 만져 보면 상당히 견고하다. 여러 겹의 단열재와 캔버스를 포개어 놨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때는 노천카페에서나 들을 수 있는 낭만적인 소리가 귀를 속삭인다. 무게도 하드톱 대비 40%나 가벼워 무게 중심도 낮아졌다. BMW가 지향하는 움직임에는 앞뒤 무게 밸런스와 낮은 무게 중심이 중요하다. 개폐 작동 시간은 18초로 짧고 시속 50km에서도 가능하다.
가격 대비 구성도 알차다. BMW에 뚜껑도 열린다. 겨울에 따뜻하라고 시트에 넥 워머도 달려 있고 여름에 엉덩이 뽀송뽀송하라고 쿨링 기능도 빼놓지 않았다. 무선 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하며 하만카돈과 같은 오디오 시스템은 아니지만 음질도 좋고 오픈을 하고 달릴 때 음악 소리가 외부로 퍼지지 않고 운전자에게 잘 전달된다. 평소에는 세단처럼 타다가 놀고 싶을 때는 BMW답게 운전자의 장단을 잘 맞춰준다. 여기에 일상 속에 10분이라도 힐링을 보장해주는 오픈 에어링까지. 뚜껑이 열렸을 때 캐빈룸으로 바람이 휘몰아치지 않는 것에도 높은 점수를 준다. 정말 잘 만들어진 컨버터블이다. 420i 컨버터블, 진짜 만인의 드림카가 될 것이다. 
컨버터블 첫 경험
글 | 조현규
모든 일에는 ‘처음’이라는 것이 있다. 알 수 없던, 말로만 들었던 일들을 처음 접할 때의 짜릿함은 쉽게 표현하기 힘들다.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인식하기 어렵다. 420i 컨버터블을 타볼 기회가 생기고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기도했다. 야속한 일기예보는 그날 오후에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발 햇빛을 주소서. 첫 컨버터블 시승의 기회를 야속하게 보내지 않도록 하소서!

420i 컨버터블의 키를 받았다. 간절한 기도가 통한 모양이다. 햇살은 뜨겁도록 내리쬔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근교의 한 카페로 목적지를 정한다. 차에 적당히 적응했다고 싶을 때 지붕을 열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빠르게 열려 놀랍다. 이제 푸른 하늘이 이 차의 지붕이다. 시선을 조금만 위로 올려도 느껴지는 개방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짜릿하다.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 다시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쳤다.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 위해 자동차 전용 도로를 벗어나고 한적한 길로 접어든다. 이제야 컨버터블의 매력이 한층 더 진하게 느껴진다. 지붕의 색상이 시시각각 변하는 느낌이 새롭다. 때로는 푸른 나무였다가, 때로는 푸른 하늘에, 가끔은 회색 시멘트일 때도 있다. 꽃피는 봄과 낙엽이 지는 가을의 경치를 상상하며 그때도 이 차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빗방울이 내 얼굴을 간질이기 시작한다. 이제 톱을 닫을 시간이라고 알리는 것 같다. 톱을 닫기 시작하니 마침 옆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노란 버스가 서 있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다. ‘선생님 저 차 보세요!’, ‘선생님 저거 변신해요!’와 같은 대사는 듣지 않아도 들린다. 아이들뿐 아니라 시내버스에 타고 있는 어른들도 반은 부러운 눈, 반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에 다행이다. 신호가 바뀌었다. 얼른 이 관심에서 벗어나고자 도망쳤다. 이렇게 나의 컨버터블 첫 경험은 끝났다. 다음에도 또 기회가 있길!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70×1845×1385mm  |  휠베이스  2850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 1998cc  |  최고출력  ​​184ps  |  최대토크  30.6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11.4km/ℓ​  |  가격  6790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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