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GLB35 4MATIC, 새로운 취향을 찾아서

  • 기사입력 2021.08.19 09:46
  • 기자명 모터매거진

AMG가 GLB에 숨결을 불어넣어 35라는 숫자가 붙었다. 실용성과 고성능 영역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콤팩트 SUV다. 저먼 머슬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과격한 자동차를 만들던 AMG는 고성능 콤팩트 SUV를 세련되게 만드는 솜씨도 일품이다.  

#1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동차 기자를 꿈꾸던 학창 시절에 AMG를 정말 좋아했다. 오죽했으면 이메일 주소와 게임 닉네임에 AMG를 사용할 정도이니 말이다. 친구들이 도대체 AMG가 뭐냐고 물으면 멋쩍은 웃음과 함께 “그런 게 있어!”하고 넘길 정도였다.도대체 AMG가 왜 그렇게 좋았을까? 오랜만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한 명의 장인이 한 개의 엔진을 만든다는 ‘One Man One Engine’ 철학, 저먼 머슬이라 불릴 만큼 과격한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배기음, AMG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이 소년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좋아했던 AMG 모델은 3세대 C 클래스(W204/C204)의 63 AMG, 걸윙 도어가 특징이었던 SLS AMG였다.

자동차 기자가 된 지금, 드디어 소년의 꿈이었던 AMG를 손에 쥐게 됐다. 다만 장인이 만드는 8기통 엔진이 장착되지도 않고 어딘가 빈약해 보이는 35라는 숫자가 붙었다. GLB35에 탑재되는 엔진은 GLB250에서 사용하는 M260 엔진을 조금 매만져서 출력을 끌어 올린 것으로 AMG의 대중화에 앞장서기 위한 용도다. 하지만 걱정되지 않는다. AMG는 AMG일 것이다. GLB35의 키를 받아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세워진 GLB35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이전에 GLB250을 시승해본 터라 생김새가 낯설지는 않다. 우선 디자인을 확인해본다. 겉보기에 GLB250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세로로 그어진 라인이 포인트인 AMG 전용 파나메리카나 그릴을 장착했다. 여기에 크롬 프런트 스플리터와 에어 인테이크의 디자인도 조금씩 바뀌었다. 측면의 변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TURBO 4MATIC’ 레터링이 펜더에 장착됐고 독특한 모양의 휠이 장착됐다. 후면으로 시선을 옮겨도 마찬가지다. 머플러의 형태가 동그랗게 바뀌었고 루프 스포일러가 추가된 정도다.
AMG만의 차별점을 찾던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혹은 ‘이것은 진짜 AMG가 아니야!’라고 외치고 싶을지도. 하지만 고성능 모델에 이제 막 발을 들이고 싶거나, 고성능 모델임을 겉으로 뽐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의 마음에는 쏙 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입문형 AMG이기 때문이다.
#2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스마트폰이 울린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녀의 메시지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녀를 데리러 가는 것으로 정했다.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 이 자그마한 AMG는 조용히 잠에서 깬다. 얌전하게 깨어나 주어서 마음에 든다. 오히려 요란하게 깨어났으면 실망했을 것이다. 아이들링 사운드도 조용한 편이다. 삼각별을 품은 AMG 막내는 겸손함의 미덕을 갖췄다. 스티어링 칼럼에 붙어있는 기어 노브를 아래로 당겨 움직이기 시작한다.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파노라마 선루프를 활짝 연다. 개방감이 탁월한 파노라마 선루프는 때때로 고개를 들어 도심의 야경을 감상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인테리어를 감상하면서 차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새빨간 안전벨트의 추가를 제외하면 인테리어도 GLB250과 거의 같다. 두 대를 나란히 놓고 다른 점을 찾아야 차이를 겨우 알 것 같다. 특히 예쁜 부분은 시트의 디자인이다. 버킷 시트가 생각날 만큼 사이드 볼스터가 두툼하고 편안한 착좌감을 가지고 있다. 시트에 새겨진 빨간색 스티치는 새빨간 안전벨트와 조화를 이루어 스포츠 드라이빙의 감성을 한껏 자극한다. 비록 통풍 시트가 없긴 하지만 이는 고급스러운 알칸타라 가죽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요소라 용서할 수 있다.
어느새 그녀가 친구들과 함께 있는 카페 앞에 도착했다. 도착했다는 연락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서 나온다. 가볍게 손을 흔들고 이쪽으로 다가와 올라탄다. GLB35는 우리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다. 컴포트 모드에 놓고 달리면 나긋나긋한 녀석이다. 하체는 단단한 편이며 엔진음도 조용하고 외부 소음도 제법 잘 거른다. 딱딱한 하체에 웅장한 소리를 내는 차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도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덕분에 차에 있는 내내 즐거운 대화가 오간다. 어쩌면 그러한 모습이 이 차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편안한 차를 찾는 사람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고성능 차는 흔치 않다.
게다가 그녀는 이 차에 잔뜩 반한 눈빛을 하고 있다.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실내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의 한 부분을 빛내는 것이 아닌, 실내 공간 전체를 아름다운 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그녀는 제트엔진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은 송풍구를 만지작대면서 이곳에도 불이 켜지는 것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MBUX라 불리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보라고 건넨다. 섬섬옥수 같은 손가락으로 이런저런 색을 고르는 눈빛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르는 모습, 혹은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이런저런 가방을 고르는 모습처럼 진지하다.
 
#3
짧은 드라이브가 끝나고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도도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도로로 향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긴 아쉬우니 가벼운 와인딩 코스로 향한다. 이제 이 녀석의 본격적인 달리기 성능을 확인해볼 참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에 힘을 싣는다. 총 3단계로 조절 가능한 가변 댐퍼 버튼에 불이 켜진다. 하체는 더 단단해지며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진다. 무게중심은 바닥에 깔린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으며 롤링과 피칭을 잘 제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작은 차체에 즉각적인 스티어링 피드백을 통해 완전히 내 맘대로 차를 가지고 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솔직히 놀랐다. 콤팩트 SUV에서 흔하게 느낄 수 없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마치 스포츠 세단을 타고 있는 것처럼 탄탄하고 믿음직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콤팩트 SUV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 녀석의 심장은 직렬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이다. 8단 DCT와 궁합을 맞춰 최고출력은 306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를 내뿜으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5.2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출력에 있어서 아쉬움은 전혀 없다. 터보랙이 살짝 느껴지지만 터빈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때는 무시무시한 가속력을 뽐낸다. 변속기가 일하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며 엔진 회전수에 알맞은 기어를 물리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여기에 호쾌한 사운드는 덤이다. 비록 실린더 8개를 가진 AMG의 으르렁대는 소리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특정 RPM에서 가볍게 ‘부륵’하고 터지는 팝콘 사운드도 들을 수 있다.드라이브 모드를 한 단계 더 올린다. 이번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다. 스로틀 반응은 더욱 예민해지면서 가속 페달에 힘을 주는 즉시 몸이 시트에 파묻힌다. 패들 시프트를 손가락으로 튕겨가며 기어를 변속할 때마다 시트로 느껴지는 가벼운 변속 충격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제 댐퍼는 가장 단단한 상태, 운전자의 엉덩이와 노면의 상태에 대해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을 숨 가쁘게 돌려야 하는 연속되는 코너링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침착하게 자세를 유지한다.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두툼한 사이드 볼스터는 격한 코너링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단단하게 붙들어준다. 특히 시트 가운데 알칸타라 재질은 몸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장치다.

한바탕 신나는 드라이빙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드라이브 모드는 다시 컴포트 모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나긋나긋한 SUV로 돌아왔다. GLB35는 내가 꿈꾸던 AMG 모델과는 거리가 있다. 장인이 손수 만드는 엔진이 탑재되지도 않고, 특유의 으르렁대는 목소리를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녀석이 가진 매력은 여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취향으로 다가왔다.

출력? 사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400마력, 500마력이 넘어가는 고출력 자동차들이 더 짜릿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트랙이 아닌 공도에서는 그 출력을 다 사용할 일도 거의 없다. 게다가 고출력 차들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예민하게 굴기 때문에 운전의 피로도가 더 높기도 하다. 동승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이런저런 불만을 들을 일도 있을 것이다.
달리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고출력 차들의 힘을 억눌러가며 타는 것보다 GLB의 다루기 쉬운 306마력을 마음껏 사용하는 편이 더 즐겁다. 가속 페달을 마음껏 밟아도 부담스럽지 않고 일상적인 주행에선 편안함을 선사하는 콤팩트 SUV 본연의 장점이 어우러져 더욱 매력적이다. 만약 생애 첫 고성능 차를 고민한다면? GLB35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훌륭한 자동차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50×1845×1660mm  |  휠베이스  2830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1cc  |  최고출력  ​​306ps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8단 DCT  |  구동방식  ​​​​ AWD
복합연비  9.5km/ℓ  |  가격  694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