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조용히 다가오는 하이브리드의 매력

  • 기사입력 2021.08.17 23:02
  • 기자명 모터매거진

기아의 준중형 SUV 스포티지가 하이브리드를 품었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안락하다. 패밀리 SUV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이다. SUV는 디젤이라는 관념을 완전히 부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가솔린 하이브리드라 파워트레인이 SUV에 탑재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국내시장에서는 중형 SUV인 싼타페와 쏘렌토 판매량의 절반이 하이브리드 모델로 집계되고 있으니 시장의 인기도 검증했다. 심지어 쏘나타, K5,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판매량도 하이브리드 SUV가 적게나마 앞질렀다.현대차와 기아가 하이브리드 SUV에서 약진한 배경에는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꼽힌다. 과거에는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세단 혹은 소형 SUV에나 적용 가능한 수준이었다면, 터보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덩치가 큰 SUV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출력은 물론 높은 연료 효율성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기존 디젤 SUV의 소음과 진동이 불편했지만 가솔린 엔진을 타기에는 연비가 부담되어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게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가 꽤 매력적인 제품이 됐다.

이는 오늘 살펴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모터 합산 출력이 230마력, 합산토크는 35.7kg∙m의 패밀리 SUV로 쓰기에는 넉넉한 출력을 갖추고 있다. 2.0 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186마력에 최대토크 42.5kg∙m를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출력은 더 높고, 토크는 조금 모자란 수준이다.
연비는 어떨까? 먼저 하이브리드 모델의 공인연비는 16.7km/ℓ다. 이에 비해 디젤 모델의 공인연비는 14.6km/ℓ로 하이브리드 모델보다는 연료 효율성이 조금 나쁘다. 여기에 진동과 소음부분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우수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물론, 시작 가격이 하이브리드 모델이 약 500만원 정도 비싼 것을 생각해도 소비자 입장에선 충분히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어쨌든 하이브리드 예찬론은 잠시 미뤄두고 새로운 스포티지를 살펴보자. 일단 ‘파격적인’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신선한 앞모습이다. 길다란 부메랑 모양으로 이어진 주간 주행등이 가장 먼저 눈에 띌 것이다. 사진으로 먼저 만났을 때는 약간 거부감이 들 만큼 강한 존재감을 내뿜었는데, 실제로 보니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전면 디자인의 볼륨감을 한껏 살리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상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제법 달라진다. 완전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램프 디자인 특유의 형태가 마치 영화 캐릭터인 ‘프레데터’를 보는 것만 같다. 그러나 시선을 살짝 측면으로 옮기면 특유의 날렵함이 돋보이고 손이 베일 것 같은 아찔한 각을 자랑한다. 기아의 트레이드 마크인 호랑이코가 묻힐 만큼 임팩트 있는 램프 디자인을 만든 디자인 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선명한 캐릭터 라인이 눈에 띈다. 프런트 펜더의 끝자락부터 시작되는 캐릭터 라인은 리어 도어에서 끝나는데, 그 보다 한 단 위에 리어 도어에서 시작해 리어 펜더에서 끝나는 라인으로 근육질 몸매를 한층 부각시켰다. 정신없이 라인을 그어 놓은 투싼보다 이쪽이 더 정갈해서 마음에 든다. 여기에 루프라인은 뒤로 갈수록 떨어지고, 벨트라인은 뒤로 갈수록 올라가 한 점에서 만나는 형태로 마치 쿠페형 SUV가 가진 라인을 연상케 만든 점도 인상적이다.
후면 디자인은 비교적 정갈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 정도 디자인도 제법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앞모습이 워낙 강렬했으니 뒷모습은 조금 심심함이 느껴진다. 수평으로 연결된 테일램프를 적용해 군더더기를 걷어내 깔끔한 맛을 더했다.
운전석에 앉아보자. 먼저 탁 트인 시야가 훌륭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유리창 자체의 크기가 특별히 큰 것은 아니지만 대시보드의 높이가 낮아진 것이 큰 몫을 한다. 여기에 사이드 미러의 접합부는 A필러가 아닌 도어로 자리를 옮겼다. 덕분에 A필러에 작은 유리가 생겨서 앞서 느낀 개방감에 조금 더 도움이 된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각각 12.3인치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여기에 국산 준중형 SUV 최초로 디스플레이가 살짝 휘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UI 디자인 자체가 특별한 것은 없지만 디스플레이의 크기 덕분에 시원한 느낌이 든다. 또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기능을 통합하여 터치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마감의 수준 또한 높아 보기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우나 적응하는데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볼륨을 키우기 위해 다이얼을 돌렸는데 공조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2열 공간 역시 합격이다. 더 이상 큰 차가 필요할까 싶을 만큼 넉넉하고 안락한 공간을 제공한다. 시트의 착좌감은 푹신하며 등받이의 각도 조절도 꽤 큰 폭으로 할 수 있어 휴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재미있는 부분은 1열 시트 뒷부분에 지퍼가 달린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잡다한 짐이 굴러다니지 않도록 보관하는데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1열 시트 측면에 USB C타입 포트를 각각 한 개씩 마련한 점도 확장성을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칭찬할 점이다.
이제 움직여볼 시간이다. 앞서 말했듯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180마력의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230마력을 내뿜으며 자동 6단 변속기가 궁합을 이룬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엔진이 켜졌는지 꺼졌는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엔진음 억제에 특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해도 이러한 정숙성은 유지된다.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창문을 살짝 내려 유리를 만져봤다. 특별히 이중접합 유리를 사용한 것이 아닌데도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해서 놀라울 뿐이다. 다만 사이드미러와 A필러의 사이에서 약간의 바람소리가 거슬리는데 차가 조용하니 그러한 소리가 유독 잘 들리는 것 같다.
동력 성능은 평범한 편이다. 아마 이 차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강렬한 주행 성능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을 것이다. 힘이 부족하지 않고, 추월가속도 넉넉하게 해낸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꾸준한 가속력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도 엔진음이 신경질적이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주행 모드가 에코, 스포츠, 스마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모드의 차이가 크지는 않다. 에코 모드에 맞추고 천천히 달리면서 연비를 확인해보자. 일단 시내 구간과 고속 구간이 복합된 63.3km의 도로에서 18.5km/ℓ의 연비를 달성했다. 성인 1명이 탑승하고 에어컨을 내내 작동했으며 급가속, 급제동은 하지 않고 제한속도 이내로 주행한 결과다. 짧은 시승 시간과 제한적인 코스 때문에 명확한 기준이 되진 않겠지만 연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이정도의 연비를 보여준다면 제법 만족스러울 수준이다.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효율성과 부드러움이 미덕인 하이브리드 SUV에 기대하던 수준의 편안합이다. 스티어링 휠도 가벼워 여성 운전자들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다만 너무 부드러움에 치중한 탓인지 약간은 헐렁한 느낌이다. 독일차에서 느끼는 탄탄하고 꽉 조인 느낌을 원한다면 이쪽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조금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면 한계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고속 코너링시 자그마한 요철에도 자세가 쉽게 무너지는 편이고 앞서 말했듯 부드러운 세팅 탓에 그 요동이 크게 느껴져 불안함이 쉽게 다가온다. 물론, 그러라고 만든 차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단점은 아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는 조향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라이드(E-Ride)와 이핸들링(E-Handling)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기술이다. 국내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이라이드는 과속 방지턱을 통과할 때 차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의 관성력을 발생하도록 모터를 제어해 쏠림을 완화시킨다. 또한 이핸들링은 모터의 가감속으로 전후륜의 하중을 조절해 조향 시작시 주행 민첩성을, 조향 복원 시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다만 이 기능들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진 않는다. 체감하기도 쉽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일상 생활 속에서는 종종 불편함으로 다가올 것 같다. 주차장 진입시 운전대를 돌린 상황에서 과속방지턱을 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는 차체로 불편한 진동과 함께 허둥대는 몸짓이 느껴진다. 이 점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가족을 위한 자동차라는 결론을 내리게 만들었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안락하면서 높은 효율까지 갖춘 SUV를 찾는다면 이만한 대안이 또 없을 것이다. 달리기 성능을 포기하는 대신 얻은 전리품으로는 훌륭한 면모다. 가족을 위한 SUV라는 명제에 딱 알맞은 자동차다.
글 | 조현규
SPECIFICATION _ KIA SPORTAGE HYBRID
길이×너비×높이  4660×1865×1665mm  |  휠베이스 2755mm
엔진형식  I4 터보 + 전기모터, 가솔린  | 배기량  1598cc  |  최고출력  180ps
최대토크  27.0kg·m  |  모터출력  60ps  |  모터토크  26.9kg·m  |  변속기  6단 자동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6.7km/ℓ  |  가격  369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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