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터보 S VS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 기사입력 2021.08.17 09:3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만약 도로를 지배할 수 있는 자동차를 산다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대배기량 엔진을 차체 가운데 탑재하는 슈퍼카인가, 아니면 터보차저로 강력한 힘을 내고 도로를 움켜쥐며 달리는 스포츠카인가. 여기 엔진도 성격도 심지어 탑승 인원도 다른 두 대가 모였다. 어떤 차를 고르든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PROLOGUE엄청나게 어려운 문제다. 만약 진짜로 많은 돈을 갖고 있다면, 두 대 모두 사버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딱 한 대 사서 유지할 수 있는 돈만 갖고 있다. 게다가 두 대는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 한 대는 10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했고, 다른 한 대는 모자란 4개의 실린더를 터보차저로 보충한다. 엔진의 위치도 차체 한가운데와 맨 뒤로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큰 의미는 없는 것 같지만) 탑승 인원도 다르다.두 대를 두고 고민만 해 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직접 느껴보는 게 빠르고, 판단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일단 귀마개를 꺼내고 다른 이들의 조언은 잠시 듣지 않도록 하자. 자신이 번 돈을 사용하는 것인데, 기왕이면 자신에게 꼭 맞는 차를 선택해야 후회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어떤 차의 문을 먼저 열어야 할지 그것조차 문제다. 이럴 때는 동전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그 운명에 따라 먼저 아우디의 문을 열었다. 포르쉐는 조금 나중이다.

NATURAL ASPIRATED, AUDI R8 V10 PERFORMANCE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아우디의 슈퍼카, R8을 살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 등장한 이후 영화 속에 또 등장하면서 호평을 받았고, 그 결과 2세대 모델까지 나올 수 있었던 R8이지만, 전기모터의 시대에 휘말리면서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된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이 차를 그냥 보내주기 싫다. 전기모터의 효율 그리고 출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음색과 짜릿함도 아직은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R8은 2인승 모델이다. 엔진을 차체 중앙에 탑재하기 위해 객석이 꽤 앞으로 당겨졌고, 그래서 보닛이 상당히 짧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디자인의 진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엔진을 위해서 공간을 완벽히 희생시키지는 않았다. 아마도 실내 디자이너와 외형 디자이너가 ‘넓은 실내공간’과 ‘미드십 슈퍼카의 완벽한 자세’를 놔두고 엄청난 대결을 벌였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실용적인 슈퍼카’가 된 것이리라.
그래서 슈퍼카임에도 불구하고 타고 내리는 동작이 상대적으로 쉽다. 차체가 낮은 만큼 약간 힘은 주어야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발을 땅에 디딜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반갑게 느껴진 적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작지만 컵홀더도 두 개나 있고, 비록 터치스크린은 지원하지 않지만 애플 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좋기로 유명한 뱅엔올룹슨 오디오도 있다. 비록 수퍼카이지만 일상적인 출퇴근용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이제 이 빠른 엔진을 느껴볼 차례다. 등 뒤에 있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폭력을 느껴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10기통 엔진이 내는 소리는 8기통 엔진이 내는 묵직한 소리와 다르다. 8500 회전까지 도달했을 때 나는 이 소리를 단순히 고음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터보차저가 유행하는 시대에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이 소리는 이제 새롭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오른발에 강하게 힘을 주어 바닥까지 밀어붙이면, 계기판을 훑어볼 시간조차 없다.
그런데도 차 안은 평온하다. 가속할 때 머리가 살짝 헤드레스트에 묻히려 하는 정도일까. ‘매일 즐길 수 있는 자동차’를 지향하는 아우디다운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한다면, 시트와 앞 유리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의식하지 않으면 ‘아우디의 고성능 세단’을 탑승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지만 ‘매일 탑승하고 즐기는 자동차’라는 점에서는 장점으로 더 부각될 것이다.
미드십 슈퍼카의 큰 장점인 ‘코너에서의 안정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좌우로 이어지는 코너에서도 스티어링만 똑바로 조작하면 굳건하게 움직여 준다. 조금 좌우로 흔들리는 것 같다는 느낌조차 거의 없다. 그렇다고 강철 덩어리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데, 승차감이 꽤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철 등을 넘을 때 느껴지는 세련됨이 압권이다. 카본 세라믹을 적용한 브레이크는 페이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슈퍼카는 어딘가가 불편하다. 아니, 불편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성능과 가치를 믿고 구매했다. 이제는 그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도 없어졌고, 아우디는 정말 좋은 슈퍼카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이제는 특이하게 여겨지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조합해서 말이다. 아 그리고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이 있다. 이런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꽤 연비가 좋다. 오랫동안 운전하고 다녔지만, 기름을 끝까지 쓰지는 못했다.
TURBOCHARGER, PORSCHE 911 TURBO S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911 카레라도 터보차저가 있고 터보도 터보차저가 있는데, 그러면 두 모델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말이다. 이번에 등장한 카레라가 워낙 좋아졌기에 필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터보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 겉으로 보이는 수수함(그래도 카레라와는 차이가 있다)과는 정말 다른, 차원이 다른 성능과 움직임이 있다. 이 정도라면, 스포츠카이지만 슈퍼카에 필적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911 터보 S는 4인승 모델이다. 물론 뒷자리에 성인이 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이들이 탑승하는 것은 괜찮다. 스포츠카이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상황까지도 생각했다는 점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엔진이 차체 뒷부분에 있는 모델인데, 화물 적재공간을 담당하는 보닛이 생각보다 길다. 그래도 911 특유의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점이 신기하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가져간다’는 어려운 작업을 잘 해냈다.
실내는 편리함의 덩어리다. 가운데 원형 회전계만 놔두고 디지털화를 단행한 계기판은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내비게이션 화면도 크고 깔끔하다. ‘빨리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가 에어컨을 틀고 편안하게 달린다’라고 감탄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통풍 시트를 더하고 쾌적함도 느낄 수 있다. 어라운드 뷰 카메라가 있어 주차조차 쉬워졌으니, 이제 더 바랄 것이 있나 싶다. 보스에서 제공한 오디오도 이 정도면 훌륭하고 말이다.

감상은 이 정도로 하고, 빠져버린 4개의 실린더 대신 더해진 터보차저의 힘을 느껴보자.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도 아니고 스포츠로 놓았을 뿐인데, 앞서가던 저 슈퍼카를 순식간에 따라잡으려고 한다. 아니, 마음만 독하게 먹었다면 따라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머리를 넘어 상체를 강렬하게 시트에 묻어버리려 하는 가속에 놀라버린 나머지 오른발에 힘을 주는 것을 잊어서 그렇다. 이렇게 무서운 자동차였을 줄은 정말 몰랐다.
본격적으로 스포츠 주행을 해 보면 강렬한 폭력이 느껴진다. 이 속도와 힘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매 순간이 아찔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아드레날린의 분출’이라고 할 수도 있고, ‘짜릿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느낌에 놀라 잠시 차를 세우고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결론은 하나. 자동차의 성능이 운전자를 완벽하게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 포르쉐를 제대로 다루려면, 적어도 자신도 프로 레이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오른발에 약간 힘을 풀자, 그때부터 비로소 폭력이 아닌 평온함을 보여준다. 돌덩이 같은 차체는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엔진이 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너에서 단단하게 도로를 붙잡고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바퀴가 조금 무겁게 느껴지고 쇽업소버의 유연함은 별로 없지만 신뢰가 가는 움직임이 있다. 카본 세라믹을 적용한 브레이크의 신뢰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포르쉐는 언제나 ‘일상생활과 스포츠카의 조화’를 외쳐왔다. 그리고 911은 그 정점에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존재한다. 그리고 터보는 거기에 ‘수퍼카를 넘나들고자 하는 성능’을 아주 자연스럽게 더한다. 조금 단단하게 느껴지는 승차감이 있지만, 이 장르에서 그것이 흠이 되지는 않는다. 아, 단 한 가지 흠이 있다. 너무 성능을 시험하고자 해서 그런 것일까, 연비가 너무 좋지 않았다. 거대한 연료통이 금방 바닥을 드러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AUDI R8 V10 PERFORMANCE
길이×너비×높이  4430×1940×1245mm  |  휠베이스  2650mm
엔진형식 ​​V10, 가솔린  |  배기량  5204cc  |  최고출력  610ps
최대토크  57.1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AWD
연비  6.0km/ℓ  |  가격  ​2억5569만원

SPECIFICATION
PORSCHE 911 TURBO S
길이×너비×높이  4535×1900×1305mm  |  휠베이스  2450mm
엔진형식 ​​F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745cc  |  최고출력  662ps
최대토크  81.6kg·m  |  변속기  8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AWD
연비  6.8km/ℓ  |  가격  ​2억74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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