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야수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

  • 기사입력 2021.08.16 10:1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우거진 빌딩 숲 사이를 누비는 진짜 재규어. 우리가 배운 재규어는 이거다.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재규어가 빠질 수 없다. 이번 기획에 함께한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애스턴마틴, 그리고 맥라렌과 비교하면 비교적 대중적인 브랜드지만 클래스는 프리미엄이다. 이러한 재규어 가문에서 얼굴 역할을 하고 있는 모델이 바로 F-타입이다. 유일한 재규어 스포츠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스포츠카가 개발비 대비 판매 수익이 좋지 않아 다양한 스포츠카 라인업을 꾸리기 힘들다. 그래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렇게 예쁜 스포츠카를 만들어주는 것에 고맙다고(?) 해야 한다. 여하튼 마이너체인지를 거친 8기통 심장을 품은 F-타입, 그리고 컨버터블과 촬영을 함께 했다.

얼굴이 살짝 바뀌면서 의견이 갈렸다. 반은 이전이 낫다고 반은 잘 다듬어졌다고. 난 전자의 한 명이었다. F-타입이 처음 등장했을 때 완벽한 디자인이라 생각했다. 어느 슈퍼카가 와도 주눅들 수 없는 외모였다. 굳이 성형이 필요했을까? 이건 실물을 보기 전 이야기다. 일단 전작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클래식한 스포츠카가 전기의 힘으로 달릴 것 같은 미래 스포츠카가 되었다. 재규어 순수 전기차 I-페이스의 얼굴형을 가져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헤드램프가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바뀌면서 자세가 더 낮고 넙데데해 보인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보면 성공적인 변화다.
그 밖에 바뀐 부분은 거의 없다. 컨버터블이지만 측면 실루엣도 근사하고 20인치 휠로 위풍당당하다. 외관의 하이라이트는 엉덩이다. 단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테일램프는 더욱 날카로워졌고 살짝 비스듬하게 박힌 머플러 커터도 멋있다. 실내는 똑같다. 운전자 중심으로 짠 센터페시아로 안정감을 주고 손과 눈이 닿은 모든 부위가 최고급 가죽으로 감싸져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재규어니 메리디안 제품이 들어가 있다. 음질과 음색 모두 최고 수준이며 다양한 장르를 잘 녹인다. 오픈카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이 정도 오디오 시스템은 필수다.
F-타입 촬영이 끝나고 귀가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 TMI지만 며칠 전 다짜고짜 친구 녀석에게 내 생일 선물로 가방을 요구했다. 세상에서 가장 친구라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줬다. 가방이 자기 집에 놓고 왔다며 함께 가지러 가자고 했다. 잘 됐다. 오늘 촬영 한 F-타입을 타 볼 겸 해서 가야겠다. F-타입의 존재를 안 친구 녀석은 자신의 차를 두고 재규어 한 대로 자기 집으로 가서, 가방을 가지고, 다시 우리 집으로 와서, 자기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동선이지만 우정과 F-타입 앞에 그런 계산은 필요 없다.
시동을 켠다. 8기통 사운드가 친구와 나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영국산 머슬카의 위엄이다. 과거 나와 친구는 20대에 똑같은 검정 제네시스 쿠페 튜닝카를 탔다. 이 차 두 대로 철없고 해맑은 어린아이처럼 돌아다녔다. 이제 30대 중후반이 되어 주중 밤에 근사한 나의 재규어 오픈카를 타고 올림픽대로를 달린다. 물론 내차는 아니지만 내일모레까지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친구에게 살짝 재규어의 성능을 뽐내고 싶었다. 가속 페달을 밟아 용맹하게 달려나간다. 순식간에 우리 둘은 시트에 파묻힌다. 출력이 있다 보니 달릴 맛 난다. 500마력이 넘는 고출력 모델들이 흔해졌다 한들 여전히 강한 펀치력을 준다. V8 5.0ℓ 슈퍼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힘을 생산한다. 이 파워는 ZF 8단 자동 유닛을 통해 네 바퀴로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고작 3.7초, 최고시속은 314km에 달한다.
빠르지만 불안하지 않다. 올림픽대로의 노면이 고르지 않음에도 안정감 있게 달린다. 서스펜션 조율이 잘 되어 있다. 승차감을 보장하면서 극적인 스티어링에 대처 능력이 훌륭하다. 마음 놓고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신난다. 자동변속기지만 다운시프트에 적극적이어서 흥이 죽지 않는다. 또한 창문을 닫아도 폭력적인 배기 사운드가 귓가 전해져 즐겁다. 인증이 빡빡해져 최근 스포츠카 혹은 슈퍼카들의 목청이 얌전해졌는데 F-타입은 여전히 우렁차다. 다만 이전 수시로 나던 백프레셔의 빈도수가 줄어든 것은 아쉽다. 계속 듣고 싶은 소리인데 가끔씩 불규칙적으로 나서 예상하기도 힘들다.
페이스를 늦추고 뚜껑을 연다. 달리면서도 변신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오픈은 뜨거운 태양과 시선이 없는 밤에 해야 한다. 루프를 걷어 냈으니 이제 빨리 달릴 필요도 없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오랜만에 오픈카를 타는 친구 녀석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영상을 찍느라 정신없다. 컨버터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루프가 열렸을 때 바람이 실내로 어떻게 진입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고속에서도 세팅된 헤어스타일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머리카락만 살짝 스치는 게 이상적이다. F-타입이 딱 그러하다. 바람이 느껴지지만 평화는 지켜진다.
램프에 진입하며 코너링도 확인해본다. 차가 결코 가볍진 않다. 공차중량이 1.8t이 넘어가지만 움직임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언더스티어가 살짝 느껴지지만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다. 진입 속도만 적절하게 맞추면 이상적인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놀다 보니 친구 집에 도착했다. 내가 고르고 친구가 준비한 가방을 가지고 다시 우리 집으로 향했다. 친구와의 즐거운 드라이브다 보니 금세 우리 집에 도착했다. 도착 후 자신의 차 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친구가 말한다. “키를 집에 놓고 왔어.” 또다시 친구 집으로 가야 한다. 그래도 신경질 나지 않는다. F-타입 한 번 더 타볼 수 있으니까.  
재규어 F-타입은 이런 차다. 다음 날 출근을 앞둔 두 남자가 내일을 잊고 신나게 이 밤을 즐길 수 있는∙∙∙. 하루의 일과를 다 마쳐 몸은 피곤했지만 그런데도 밤에 드라이브를 나갈 만큼 F-타입은 재미있었다. 직업 특성상 수많은 차를 탄다. 하도 많이 타다 보니 아무리 좋은 차라도 촬영 후 밤에 타고 나가는 일은 거의 없다. 허나 F-타입 R 컨버터블은 예쁜데 잘 달리기까지 하고, 뚜껑도 열리고, 마지막으로 매혹적인 소리까지 들려준다. 귀찮음을 쉽게 이겨 낼 수 있는 매력을 가진 녀석이다.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475×1923×1311mm휠베이스  2622mm  |  엔진형식  V8 슈퍼차저, 가솔린배기량 ​​​4998cc  |  최고출력  ​​575ps  |  최대토크  71.4kg·m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8.0km/ℓ가격  2억12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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