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슈퍼 GT 카! 맥라렌 GT

  • 기사입력 2021.08.14 12:5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슈퍼카다.

GT 농도가 진한 슈퍼카가 있다. 모델명만 봐도 개발 목적의 의지가 돋보인다. 맥라렌 GT. 브랜드 다음에 바로 GT를 적었다. 저 멀리 떠날 수 있는 슈퍼카다. 요즘 슈퍼카들이 아무리 편해졌다 한들 GT카 만큼은 아니다. 태생이 트랙이며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기 때문에 무조건 승차감을 편하게 세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맥라렌이 GT카를 만들었다고? 맥라렌은 슈퍼카 브랜드 중에서도 하드코어하고 기본적으로 카본 터브 구조를 사용하는데? 긴말 필요 없이 직접 타 보면 된다. 얼마나 편하면 이름을 GT로 지었는지.

먼저 겉모습부터 훑고 넘어가자. 딱 봐도 그냥 슈퍼카다. 날카롭고 낮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화이트 페인트가 발려져 있지만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모에서 GT의 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버터 플라이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카본 터브 구조이지만 실내가 그리 좁지 않다. 일반적인 슈퍼카 캐빈룸 정도다.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작고 두껍지 않아 손에 잘 감긴다. 패들 시프트를 제외하면 아무런 작동 버튼이 없어 스티어링 휠을 무아지경으로 잡아 돌려도 음악이 갑자기 커진다거나 잘 듣고 있던 노래가 넘어갈 일이 없다. 오직 조향만을 위한 아이템이다. 그냥 이대로만 두기에는 심심했는지 메탈릭하게 꾸며 놓아 꽤나 멋있다.  
트렁크를 열면 엔진은 숨어 있고 적재 공간만이 노출되어 있다. 본격적인 트렁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미드십 슈퍼카로서는 광활한 공간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프런트 트렁크와 함께 활용하면 거창한 취미 생활을 맥라렌과 누릴 수 있고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맥라렌에서는 골프백도 들어간다고 한다. 라운딩을 맥라렌을 타고 갈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보통 슈퍼카로는 동승석에 캐디백을 눕혀 놔야 하는데 그러면 사람이 탈 수 없다. 즉 둘이 골프 치러 갈 수 있는 슈퍼카(정확히는 미드십)는 맥라렌 GT가 유일하다.  
맥라렌이니 달려봐야 한다. 캐빈룸 뒤에 파워 유닛이 담겨 있다. V형 8기통 4.0ℓ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64.3kg·m의 파워를 생산하고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매칭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2초, 시속 200km까지는 9.0초다. 최고시속은 무려 326km에 달한다. 숫자만 봐도 떨린다. 실제로도 잘 달린다. 잘 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맥라렌이니깐. 그런데 이 녀석은 다른 맥라렌과 다른 점이 있다. 차가 예민하지 않다. 마음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아도 겁나지 않는다. 엄청난 출력을 품고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이전에 탄 720S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오히려 맥라렌 GT가 더 재미있기도 하다. 긴장하면서 타느냐 아니면 여유롭게 타느냐의 차인데 기호에 따라 갈릴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짧은 거리는 720S, 장시간 운전해야 한다면 맥라렌 GT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당연하다. GT라고 하지만 이 녀석은 누가 뭐래도 슈퍼카다. 허나 그 단단함의 정도가 슈퍼카치고는 약하다. 동승석에 앉아 화장을 쉽게 고칠 정도의 승차감은 된다. 이 정도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무리 없이 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서스펜션 세팅을 선호한다. 국내 도로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하체 세팅이 적합하다.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트랙션을 잃지 않는다. 초고출력 후륜구동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엄청난 강성을 자랑하는 카본 터브로 이렇게 안락한 승차감을 보여주다니. 맥라렌 엔지니어링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심심하냐? 코너를 만나면 슈퍼카의 면모를 보여준다. 스티어링 성향은 뉴트럴이다. 이 정도 언더스티어는 의도한 것이며 배려 차원이다. 어지간한 용기로는 공도에서 이 녀석의 코너링 한계를 알 수 없다. 타이어 스키드 음을 듣기 힘들 정도로 밸런스가 뛰어나다. 코너를 탈출하면서 이른 가속을 가져가도 뒤가 쉽사리 날아가지 않는다. 설사 날아가더라도 정돈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 복합코너도 자연스럽게 빠져나온다. 스티어링 피드백이 빨라 운전자는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연결 동작이 자연스럽다. 맥라렌을 탈 때마다 느끼는데 프런트가 가벼워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젓는 게 정말 재미있어 코너를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아지경으로 놀 수 있는 이유는 든든한 백이 있기 때문이다. 훔쳐서 내 차에 달고 싶은 브레이크 시스템이 달려있다. 이전 720S를 탈 때 브레이크 시스템에 반했었다. 레이스카 수준의 페달 답력하며 제동 성능은 독보적이었다. 맥라렌 GT 역시 그러하다. 브레이크스티어 혹은 노즈다이브와 같은 불안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연달아 작렬해도 지치지도 않는다. 코너에서 감속하면? 이때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완벽한 브레이킹은 이런 것이다. 앞서 말했듯 맥라렌은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강한데 맥라렌 GT도 마찬가지. GT라 해서 조금 부드럽게 세팅할 줄 알았는데 브레이킹에 있어서는 자신들의 확고한 철학을 이어갔다.
대개 슈퍼카를 구매하고 나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지하주차장에 세워 놓는 경우가 많다. 슈퍼카 오너라면 근사한 디자인으로 삭막한 도로를 꾸며야 하는 의무가 있다. 맥라렌 GT 오너는 이 의무를 착실히 이행할 것이다. 일상 주행에서 편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빠르게 달리더라도 안정감을 잃지 않으니∙∙∙. 전천후 슈퍼카다. 남들은 날 역동적으로 보고 난 여유 있게 남을 볼 수 있는 맥라렌 GT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83×2095×1213mm  |  휠베이스  2675mm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994cc  |  최고출력  ​​620ps
최대토크  64.3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RWD
연비  8.4km/ℓ  |  가격  ​​​2억97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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