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지는 않기에 다시 한 번,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 기사입력 2021.08.11 16:57
  • 기자명 모터매거진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다루기 쉬우면서 재미도 있고 가족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차를 원하는가? 만약 그 대상이 SUV라면, 여기에 해답들 중 하나가 있다.

등장한 지 꽤 오래 됐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져가야만 하는 모델들이 꽤 있다. 수입 시장이 아직까지는 규모가 작고 그나마도 몇몇 브랜드에 판매가 편중되어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 비운의 브랜드들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 출신의 브랜드, 시트로엥이다. 연비도 우수하고 진동도 적고 승차감도 좋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참 좋아할 거 같은데, 막상 선택하라고 하면 주저하고 마는 그런 브랜드 말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매력을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새로 등장하는 모델 아니면 잘 팔리는 모델에만 주목하기에도 빠듯하다. 그렇게 정신 없이 살아가는 와중이지만, 불현듯 ‘잠시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때는 잊혀져 가고 있지만 편안함과 안심을 주었단 자동차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시트로엥은 한 번쯤은 되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시트로엥의 매력을 파헤쳐보고자 한다. 이전에는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번에는 모처럼 SUV를 꺼내보고자 한다. 어떤 녀석의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한국

시장에서 꽤 인기를 얻고 있는 ‘준중형 SUV’에 대한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 급에 어울리는 차가 마침 존재한다. 바로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이 준중형 SUV의 매력을 자연스레 떠올려 본다.

출렁거리지는 않아도 느긋한 그 느낌

사람마다 외형에 다른 평가는 다를 것이기에 함부로 이야기하기엔 조심스럽지만, 필자는 C5 에어크로스가 사각을 중심으로 ‘여행 가방’이라는 이미지를 꽤 잘 살려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전면도 후면도 그리고

측면 하단을 감싸는 에어범프 몇 개도 독특하지만, 압권은 2열

측면 유리를 감싸는 크롬 라인이다. 마치 ‘여행 가방의 끈을

고정하는 버클’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차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여행을 가고 싶다’는 느낌이

난다.

사실 이 차는 외형보다 실내에 집중해야 한다. 심플하면서도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춘 실내도 그렇지만, 푹신함을 주는 시트에는 꼭 앉아봐야 한다. 시트로엥 특유의 승차감 언어인 ‘어드밴스드 컴포트’를 바로 느낄 수 있는데, 시트 중앙의 고밀도 폼을 넣고 그 위를

감싸는 15mm의 두툼한 고밀도 폼이 별도로 있다. 일단

앉은 후 신체 모양이 잡히면 적당한 압박으로 상체와 하체 일부를 감싸준다. 그 느낌이 꽤 절묘하다.

이 시트는 서스펜션과 함께 편안한 승차감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시트로엥은

아주 옛날부터 유압식 쇼크 업쇼버를 이용한 ‘극상의 승차감’을

만드는데 진심이었다. 그리고 여러 번 WRC에 참가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Progressive Hydraulic Cushions) 서스펜션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승차감이 꽤 좋고, 여기에 안정성이 더해져

있다. 후술하겠지만, 이전 시트로엥 모델의 승차감 정도는

아니어도 불만은 거의 나오지 않을 수준이다.

전체적인 크기는 준중형 SUV에 알맞다. 그렇다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푸조 3008과의 차이가 있을까? 물론이다. 외형만 봐서는 알기 힘들지만, 실내 공간이 3008보다는 살짝 크다. 그리고 7인승 모델인 5008보다는

살짝 작다. 그러니까 굳이 7명이 탈 일이 없지만 넓은 공간은

누리고 싶다면, 이 쪽이 정답이 되는 셈이다. 트렁크도 580ℓ로 푸조 3008의 520ℓ보다 크고, 측면 벽이 수직으로 다듬어져 버려지는 공간 없이

화물을 적재하기도 좋다.

이제 슬슬 시동을 걸어보자. 기왕이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좋았겠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으니 미련을 버리자. 디젤

엔진이고 배기량도 1.5ℓ에 불과하지만, 느낌이

꽤 좋다. 준중형 SUV이니 무게도 꽤 나갈텐데(대략 1.5~1.6톤 정도 될 것이다), 충분히 활발하게 그러니까 경쾌하게 달려준다. 디젤 엔진이지만 정숙성이

꽤 뛰어나고 진동이 적은 것도 패밀리 SUV로써 합격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즘에서 다시 한 번 승차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앞서서 ‘어드밴스드 컴포트’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달리다 보면 확실히 타이어가 노면에 밀착되었다는 것이 느껴지고 도로에서 위 아래로 움직이는 폭도 적다. 코너를 만났을 때 일부러 차체를 흔들어 봐도, 차체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을 깔끔하게 받아 넘긴다. 역시 WRC에서 단련된 서스펜션

답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이야기해보자.

지금의 서스펜션은 과거와 같은 ‘하이드로’의

감각은 없다. 그러니까 차체가 흔들리는 느낌은 느긋이 누르면서 극상의 승차감까지 챙겼던, 그 느낌은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에 국내에서도 판매됐던

시트로엥 ‘잔티아’가 바로 이 하이드로 서스펜션을 적용한

모델인데, 그 때와 비교해보면 C5 에어크로스에서 다소 단단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하이드로는 구조가 복잡하고 유지, 보수가

나쁘다. 그리고 주행 중 고장나면 급격히 균형을 잃고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이것만큼은 현재의 자동차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니(그만큼 안전이 중요하다), 지금의 이 서스펜션에 만족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시트로엥은

안전과 승차감 그 모든 것을 고려해서 아슬아슬한 선에서 이러한 결론을 낸 것이다. 구조도 간단하니 유지

보수 면에서도 우위에 있고, 이 가격 내에서 이 정도의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만들어 냈으니, 칭찬을 해 줘야 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타려면 이 방향이 맞기도

하고.

어느 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를 느껴봤지만, 막상 도착해서 내리고 나면 꽤 뛰어난 승차감 외에는 별 다른 특징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낄 것 같다. 그런데 SUV로써 보자면 전반적인 기본 성능이 꽤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승차감 외에 느껴지는 것이 없겠지만, 다른 차와 비교해 보면 금방 아쉬운 점이 느껴질

것이다. 목적지까지 안심하고 편안하게 갈 수 있다는 것, C5 에어크로스는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

어느 새 고성능차가 필요하다고, 큰 차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내 차가 좋다’라고

알리는 것도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스포츠카를 정말 원한다면, 큰

차를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한다면 그것도 좋다. 허나 가족과 함께 실용적이면서 편안한 차를 찾는다면, 그리고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차가 필요하다면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를

다시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밉지 않고 이쁘기에, 그리고

매력적이기에 말이다.

글, 사진 | 유일한

SPECIFICATION _ CITROEN

C5 AIRCROSS

길이×너비×높이  4500×1840×1690mm  |  휠베이스

2730mm

엔진형식  ​​​I4,

디젤  | 배기량 1499cc  |  최고출력  130ps

최대토크  30.6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4.2km/ℓ  |  가격  42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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