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기를 사용한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 기사입력 2021.08.08 11:1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제네시스의 첫 양산형 전기차는 G80다. 비록 전기차 전용 차체를 갖지는 못했지만, 안정적이고 다루기 편하다. 게다가 빠르고 즐겁다.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가 등장했다. 그것을 자랑하기 위해 튀는 모습과 새로운 이름을 받을 만도 한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도 G80 전동화 모델(ELECTRIFIED G80)이다. G80 전기차라고 해도 될 법한데 굳이 이렇게 정한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굳이 누군가에게 전기차임을 드러내지 않는, 은밀한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일 것 같다. G80의 외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허투루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G80 전동화 모델은 번호판이나 다른 부분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일반 G80와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법하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막혀있는 형태의 크레스트 그릴’이다. 육각 패턴을 넣어두어서 언뜻 보면 그릴이 제대로 있는 것 같지만, 무늬만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릴 왼쪽에는 다이아몬드 형태로 열리는 충전 포트가 있는데, 닫아 놓으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엠블럼도 그리고 레터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모델이니 파란색으로 도배를 하지는 않더라도 엠블럼에 살짝 푸른빛 정도는 돌게 만들 법도 한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엄청난 자신감이 있거나 아니면 정말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10~20년 정도 뒤면 어차피 전기차 또는 연료전지차만 팔아야 하는데, 긴 수명을 가져야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굳이 파란색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그릴과 번호판 외에 이 차가 전동화 모델임을 알 수 있는 곳이 또 있긴 하다. 바로 측면에서 보여주는 공력성능을 고려한 터빈(Turbine) 형상의 전용 휠 그리고 머플러가 없는 후면 범퍼다. 19인치 크기의 거대한 휠은 그 형상 덕분에 오히려 고급스러움이 더 많이 묻어난다. 스포츠 모델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머플러가 있던 자리는 이제 후진등이 차지하고 있다. 어차피 번호판 색상이 다르니 머플러를 보기 전에 전기차임을 알 수 있겠지만.

실내는 계기판을 제외하면 G80의 그것을 그대로 유지한다.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깔았으니 그만큼 시트 포지션이 높아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1열은 높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스티어링을 잡는 포지션도 일반 모델과 동등하게 유지된다. 단, 2열은 아주 살짝 높아졌고 트렁크가 조금 좁아졌다. 일반 모델을 전기차로 만들어서 그런지 보닛에 트렁크가 마련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의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보닛 트렁크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을 테니.

그러면 이제 한 번 달려보자. G80 전동화 모델은 전륜과 후륜에 모두 모터를 장착하고 합산 출력 370마력을 발휘한다. 그러니까 사륜구동 모델인 셈인데, 여기에 토크도 높다 보니 출발 감각이 가뿐하다.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기에 분명히 꽤 무거운 자동차가 되었을 것인데, 그 무게가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발진한다. 여기서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발진이 3.5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G80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속하면서 회생 제동도 조절해 봤다. 자신의 운전 습관에 따라 스티어링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 제동 강도를 결정할 수 있다. 도심을 주행하고 있으니 강도를 최대로 해서 i-PEDAL을 불러봤다. 이 모드에서는 브레이크는 거의 쓰지 않은 채 오른발에 힘을 주고 푸는 것만으로 거의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정지선에 차를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평지가 아니라 약간 경사가 있는 언덕이라도 말이다.
어느새 고속도로에 올랐으니 가속 페달에 힘을 조금 더 부여할 차례다. 전기차이니 가속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실 출발 전 걱정했던 것이 있었다. 전용 플랫폼이 아니라 기존의 내연기관 플랫폼을 개량한 전기차의 경우 이상하게 무게 배분이 맞지 않아 고속 코너에서 불안함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깔았으니 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G80 전동화 모델은 너무나 안정적이다. 심지어 무게 배분도 잘 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코너 두세 개를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차체가 흔들리면서 자세가 무너지는 일이 없다. 직선 고속주행에서도 그 안정감이 빛을 발한다. 고속 영역을 지나 초고속 영역에 도달해도, 심지어 초고속 영역을 돌파했음에도 너무나 안정적이다. 내연기관을 탑재한 G80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말이다. 제네시스의 미래는 전기차에 있는 것일까.
기왕 전기차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해보자. 엔진이 없기 때문에 전기차는 조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저속으로 시내만 주행한다면 그 말이 맞지만, 고속으로 주행하는 순간 새로운 소음이 들려온다. 그동안 엔진 소리가 숨겨주었던 자잘한 풍절음, 옆 차가 스쳐 지나가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려오니, 오히려 시끄러워서 전기차 못 타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부분의 전기차가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다시 G80로 돌아가 보면, 고속 주행에서도 그 소음이 상당 부분 차단된다. 차체가 무거운 만큼 흡음재를 더 써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제네시스가 자랑하는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인 ANC-R(Active Noise Control-Road)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조용한 전기차가 만들어진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때도 조용하다는 것이다. 포르쉐처럼 독특한 주행음 하나 정도는 넣어주어도 좋지 않았을까.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시승하기 전에 참 걱정이 많았던 모델이었다. 기존의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한 전기차였기 때문이다. 허나 막상 운전해 보니, 그런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전기차답게 만들어진 모델이 되었다. 게다가 그 사실을 굳이 의식하지 않고 평소처럼 사용해도 된다. 전기를 충전하러 갈 때만 빼고 말이다. 800V 초고속 충전도 지원하는 만큼, 적어도 ‘충전에 너무 시간이 걸려서 선택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안 나올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차는 과연 누가 구매하게 될까? 아마도 조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전기차가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높은 가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 눈독을 들일 것이다. 별다른 저항 없이 제네시스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G80 전동화 모델은 뜻밖에 잘 만들어진,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주목해야 할 전기차가 되었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_ GENESIS ELECTRIFIED G80
길이×너비×높이  5005×1925×1475mm  |  휠베이스 3010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  배터리 용량  87.2 kWh
최고출력  370ps  |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1단 감속기어  |  구동방식  AWD  |  복합전비  -   |  가격  828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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