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에서 경쾌하게 움직이기 딱 좋아 뉴 푸조 3008 SUV

  • 기사입력 2021.07.23 17:25
  • 기자명 모터매거진

도심형 SUV 중 손에 꼽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푸조 3008을 만났다. 어느새 모습을 살짝 바꾼 것과 동시에 좀 더 부드러워졌다. 더 다루기 쉽고, 그래서 일상을 더 즐길 수 있다.

과거 험준한 시골길을 주로 다녔던 SUV가 도심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각이 진 모습을 버리고 곡선을 품은 매끈한 차체를 가지며, 그르렁대는 대배기량 엔진을 갖는 일도 줄어들었다. 도심의 복잡한 도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소형 또는 준중형 SUV가 많이 팔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 즈음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준중형 SUV는 한국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그런 준중형 SUV 중에서 필자가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바로 푸조 3008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플랫폼, 새로 다듬은 엔진과 변속기를 받아들이면서 많은 면에서 혁명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한때 푸조가 북미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을 때, 3008이 호평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 사람들도 보는 눈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거대한 합병의 바람 속에 푸조의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는데, 슬픔이 배로 밀려왔었다.

비록 북미 시장 재진출은 실패했지만, 3008은 약속대로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고 다시 돌아왔다. 가솔린 엔진이 수입되지 않는다는 약점은 있지만(그 덕분에 외국에서 호평을 받는 PHEV 버전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SUV에서는 디젤 엔진이라는 것이 약점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페이스리프트 전에도 틈나는 대로 개량을 거듭했지만, 페이스리프트로 어떤 점이 변했는지 확실히 짚어주는 것도 필요하기에 이 자리로 불러냈다.
푸조를 더 푸조답게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디자인이 꽤 호평을 받았던 3008이기에, 섣부른 페이스리프트는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처음에 사진으로 봤을 때는 페이스리프트에 조금 실망도 했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꽤 아름답게 그리고 푸조다운 모습으로 다듬어져 있다. 사진상으로는 평범한 전면만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수많은 면과 선 그리고 볼록한 면을 품은 헤드램프가 어우러지고 있다. 후면도 결코 심심하게 두지는 않았다.

자세히 보면 그릴과 차체와의 경계가 모호하다. 엔진 작동과 냉각에 필요한 공기를 흡입하기 위해 촘촘하게 구멍은 뚫려 있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앞부분이 하나의 면처럼 다듬어졌다고 느껴진다. 아마도 미래를 바라본 설계일 것이다. 전기차의 시대가 온다면, 거대한 그릴은 사실상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푸조는 이미 PHEV를 통해 전기모터의 시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면 입체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 헤드램프는, 실제로는 볼록한 면을 통해 마치 동물의 눈이라는 느낌을 내고 있다. 그 옆에서 아래로 길게 뻗은 LED 주간주행등은 ‘사자의 송곳니’이다. 낮에도 그렇지만 밤에는 더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덩치를 자랑하는 다른 SUV라면 어색했겠지만, 본디 날렵하게 다듬어진 3008이라 그런지 꽤 잘 어울린다. 테일램프도 면마다 3개의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형태로 진화해, 마치 사자의 발이 아니라 발톱을 보여주는 느낌을 낸다.

실내는 언제 봐도 신선하고 놀랍다. 부드러운 재질을 골고루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높은 질감을 자랑한다. 터치의 시대가 되어도 센터페시아에 물리 스위치를 남겨두고 있는데, 조작감도 좋고 메탈릭 도금을 통해 보는 맛도 살렸다. 푸조 특유의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운전의 즐거움과 용이성을 동시에 실현한다. 그 위로 보이는 계기판은 푸조만의 상징으로, 굳이 HUD를 두지 않아도 도로에서 시선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만든다.
시트는 편안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온전히 편안한 것은 아니지만, 몸에 배기는 부분도 없다. 나파 가죽을 중심으로 필요한 면에 알칸타라를 둘러 격렬한 주행에서도 신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곳에서 만든 작은 차이가 나중에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트렁크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서 편리하며, 만약 이 공간도 부족하다면 2열 등받이를 접어서 더 큰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계속 디젤 엔진을 갖고 오는 푸조이지만, 이번에는 효율과 함께 주행 능력이 꽤 올라갔다. 이전에만 해도 1.5ℓ 디젤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는 과하다고 느꼈었는데, 이제는 딱 맞는 조합으로 느껴진다. 이미 2008에서도 충분히 경험했지만, 그보다 한 체급 큰 3008의 차체를 끌고 가면서도 쉽게 지치는 기색이 없다. 토크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전체 엔진 회전 영역에 골고루 토크를 뿌린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전보다 날카로움은 줄어든 것 같다. 스포츠 주행을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꽤 아쉬운 부분이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패밀리 SUV로서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이것이 옳은 방향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주행 능력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올곧은 길이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든, 구불구불한 코너가 계속 이어지는 산길을 달리든, 3008은 한결같이 차분하면서 매끈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탄력 있게 반응하는 서스펜션은 직선에서는 차분하게 차체를 잡아주고, 코너에서는 살짝 눌리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차체를 올려준다.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 범위가 아니라, ‘차체가 기울어지고 있다’라고 느끼게 되는 범위 즈음에서 말이다. 그래서 차체의 움직임은 확실하게 느끼면서도 불안함은 바로 떨쳐낼 수 있다. 그렇게 운전의 재미를 붙여주는 것도 푸조가 내세울 수 있는 특징이다. 역시 모터스포츠를 통해 자동차를 다듬어 온 푸조답다.
혹시 장거리 주행이 아직도 불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ACC를 비롯한 3008의 ADAS 시스템은 반드시 느껴봐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고속도로에서도 앞차에 맞춰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차선 이탈도 막고 있으니 스티어링을 잡은 손에 과도하게 힘을 줄 필요도 없다.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마사지 기능도 있으니, 휴게소 들를 일이 조금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자율주행을 꽤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푸조이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푸조 3008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품었고, 새로운 얼굴을 가졌다. 그 편안함은 느긋함과 안전 운전에 큰 도움이 되고, 일상의 피로가 쌓이는 도중에도 상쾌한 기분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하기에 너무 좋고, 혼자 또는 연인과 함께해도 좋다. 여러모로 다 좋지만, PHEV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만 좀 아쉬울 뿐이다. 언젠가는 경쾌하게 돌아가는 가솔린 엔진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까?
SPECIFICATION_NEW PEUGEOT 3008 SUV
길이×너비×높이  4450×1840×1625mm  |  휠베이스  2675mm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1499cc 
최고출력 ​​131ps  |  최대토크  30.6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5.8km/ℓ  |  가격  ​​​​​​​​​ 4670만원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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