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90 B6 AWD 인스크립션 모든 날, 모든 순간에

  • 기사입력 2021.07.22 10:08
  • 기자명 모터매거진

볼보 가문의 대장다운 면모를 보이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주축은 독일 브랜드지만 영역 확장의 속도는 볼보가 가장 빠르다. 없어서 못 파는 브랜드가 된 지 꽤 오래되었다.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볼보의 인기, 그 시작은 바로 이 XC90부터였다. 볼보 SUV의 기함인 이 모델로 칙칙했던 과거는 잊고 세련된 외모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번 촬영을 함께 한 모델은 마이너체인지를 거치고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XC90 B6 인스크립션이다.

우선 외관부터 둘러보면 페이스리프트가 되었지만 큰 변화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완벽한 디자인이었기에 굳이, 그리고 억지로 변화를 시도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잘 생겼다. 남자도, 여자도 어울리는 디자인이며 운전자에게 교통수단을 넘어 최고의 액세서리가 된다. 위풍당당한 덩치지만 전혀 무식해 보이지 않고 단정하고 세련미가 흐른다. 이는 측면 프로포션도 한몫했다. 전륜구동 기반 플랫폼으로 만들어졌지만 프런트 오버행이 후륜구동 모델처럼 극단적으로 짧다. 이러한 엔진 배치로 범퍼의 길이를 줄이며 전방충돌 테스트에 합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역시 안전이라는 영역에서는 볼보를 건드릴 수 없다.

큰 그림은 최대한 깔끔하게 그리고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자동차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헤드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볼보의 상징 토르 망치 주간주행등은 여전히 LED 헤드램프에 잘 박혀있다. 이 패턴은 볼보의 패밀리룩에 잘 정립되었다. 단순한 형상이지만 질리지 않고 볼보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21인치 다이아몬드 컷팅 휠은 차체 사이즈에 알맞다. 조금 더 욕심부려보자면 22인치가 달리면 더 멋질 것 같다. 물론 승차감에서 조금 손해 보겠지만.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정갈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운전자 중심으로 짠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전달한다. 세로형 9인치 디스플레이로 대부분의 버튼을 집어넣어 센터페시아를 깔끔하게 정리해 놨다. 처음부터 사용하기엔 조금 불편하지만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좋고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돌리는 맛이 있다. 단 패들시프트만 없는데 장르를 고려하면 필수 아이템은 아니지만 그래도 달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어노브는 250년 역사를 지닌 오레포스(ORREFORS)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크리스털로 완성했다.
볼보는 시트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시트라 편안하다. 쿠션감도 적당해 장거리 이동에도 몸이 괴롭지 않다. 게다가 운전석은 물론 동승석까지 마사지 기능이 탑재되었다. 다양한 버전이 준비되어 있어 원하는 부위에 원하는 타입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구색 맞추기 용이 아니라 등과 허리를 조물조물하는 수준이 상당하다. 여름과 겨울이 두렵지 않게끔 쿨링과 히팅 기능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풀옵션 시트다. 게다가 최고급 나파 가죽으로 감싸 촉감이 좋고 실내 고급지수를 올려준다.

자리를 옮겨 뒷좌석에 앉아 본다. 2열 역시 안락함이 이어진다. 우선 2열이 1열보다 높게 배치되어 시야가 시원하다. 그리고 키 180cm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부족하지 않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어 편한 자세가 자연스레 잡힌다.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와 공조기 시스템도 빠트리지 않았다. 3열은 성인 남성이 타기에는 힘들지만 작은 체구의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타기엔 충분하다. 트렁크도 넉넉해 거창한 취미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편의사양도 가득 담겨 있다. 시원하게 하늘을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 요즘 시대에 유용한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 시스템이 달려 있다. 이 장치는 PM 2.5 센서 및 미립자 필터로 실내로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를 정화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감지한다. 또한, 실내 모든 소재들은 접촉성 알러지 질환 및 천식을 방지할 수 있는 알러지프리(Allergy-Free) 소재를 사용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오디오다. 직업 특성상 수많은 브랜드의 오디오를 모두 경험했다. 대부분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와 협업해 시스템을 완성하는데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에게 최고는 볼보의 바워스앤윌킨스다. 공간감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베이스는 먹먹한 게 아니라 묵직하다. 여기에 보컬의 가사 전달은 또렷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다. 방음도 꼼꼼하게 되어 있어 성능의 손실도 줄였다. 이렇게 성능만 좋은 게 아니라 스피커와 트위터의 디자인도 근사하다. 볼보의 심플한 인테리어의 마침표는 이 오디오 시스템이 찍는다. 메탈 커버의 광택은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제 볼보 XC90과 함께 달려 볼 시간이다. 4기통 2.0ℓ 엔진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동시에 달았다. 흔한 세팅은 아니지만 터빈이 스풀업 되기 전 슈퍼차저가 그 구간을 채워주니 이상적이다. 그렇다면 다른 브랜드들이 이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내 생각에는 다른 브랜드는 엔진 라인업이 다양하니 굳이 4기통 2.0ℓ 엔진을 이상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강한 파워를 원하면 상위 트림을 구매하라고 유도한다. 허나 볼보는 이 엔진 블록 하나만을 사용하기에 트림을 나누는 데 있어서 차별화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가령 트림별로 출력을 달리하기 위해 터빈 부스트만 건드린다면 브로셔에 적힌 스펙은 높은데 오히려 하위 트림보다 경쾌한 느낌이 떨어질 수도 있다. 작은 배기량에 출력을 격하게 올리면 터보 랙이 심하기 때문이다. 분명 볼보는 강력함보다는 대배기량 엔진과 같은 여유로움을 원했기에 이러한 세팅을 했을 것이다.

여하튼 이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졌고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42.8kg∙m다. 이 파워는 8단 자동 유닛을 통해 네 바퀴로 전달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7초, 최고시속은 180km에 봉인되어 있다. 수치가 꽤나 높다. 고성능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보통 차보다는 강한 힘을 품고 있다. 실제로 달려봐도 잘 나간다. 스피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파워를 제공하며 엔진 반응속도로 빠르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선행 차를 여유 있게 추월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도 힘이 빠지지 않고 고속안정감도 훌륭하다. 차체가 높지만 잘 빚어 놓은 실루엣 덕분에 공기를 잘 뚫고 나아간다.
XC90을 타면서 계속 아리송하다. 뭔가 예전보다 세단을 몰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하체 세팅이 달라졌다. 과거 단단했던 승차감이 부드럽게 바뀌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S90 승차감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부드러워진 것과 같은 공식을 따른 것 같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세팅값을 바꿨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취향은 지금 세팅이다. 물렁한 것 같지만 극적인 스티어링에도 거동이 무너지지 않는다. 타이트한 맛은 줄었지만 볼보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분명 환영할 것이다.

시승을 마쳤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파워트레인을 뜯어고치고 서스펜션을 다시 조율했다. 단순히 생색내기용 마이너체인지가 아니란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기 위한 성의가 보인다. 사실 볼보 XC90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다.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차 안팎의 디자인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전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안전의 대명사는 볼보라 배웠지만 이 안전이 당연한 게 아니다. 허나 볼보는 탑승객을 가장 잘 지켜준다. XC90도 그렇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 못지않게 기본기도 탄탄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러운 얼굴을 지닌 XC90과의 만남이었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50×1960×1770mm
휠베이스  2984mm
엔진형식  I4 터보+슈퍼차저, 가솔린
배기량 ​​​1969cc  |  최고출력  ​​300ps
최대토크  42.8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연비  9.2km/ℓ
가격  929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