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포르토피노 M, 어느 멋진 날의 휴가

  • 기사입력 2021.07.17 11:17
  • 기자명 모터매거진

페라리의 컨버터블, 포르토피노 M과 함께 짧은 휴가를 보냈다. 어떻게 달리든 자유다. 페라리와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새 일상에서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살게 됐다. 전 세계를 덮친 바이러스로 인해 어딘가로 떠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색다른 분위기와 기분 전환을 위해 큰마음 먹고 멀리 떠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이 분위기에 대한 전환은 필요하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기분 전환을 조금 특별하게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과 함께 말이다.페라리 포르토피노 M은 그런 욕망을 갖고 탄생했다. 탑승하고,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영화처럼’ 만드는 재주를 가지도록 말이다. 수많은 페라리를 경험해 본 이도, 처음으로 페라리의 스티어링을 잡아 본 이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일상을 영화처럼 만드는 페라리를 잠시나마 느껴 볼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 오랜만에 이탈리아 산 종마를 가슴에 품고, 온전히 느끼며 이곳저곳을 둘러볼 기회가 말이다.

레이스도, 드라이브도 모두 당신의 마음대로그 전에 살짝 포르토피노 M을 살펴보자. M은 이탈리아어 ‘Modificata’에서 따 왔는데, 일반 모델을 수정 또는 개량한 것을 의미한다. 페라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456M GT 그리고 575M에도 M이 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페라리가 역사 속에서 유지해오고 있는 하나의 패턴인 셈이다. M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디자인에서 극적인 변화가 있거나, 범접할 수 없는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편안하면서도 다루기 쉬운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그 변화를 살펴보면, 탑재하는 8기통 트윈 터보 엔진의 출력이 기존 600마력에서 620마력으로 약간 상승한 게 눈에 띈다. 최고출력 600마력에 달하는 자동차에서 20마력 상승이 운전자에게 직관적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그 20마력을 비웃는다면, 엔진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다. 무엇보다 GPF(가솔린 미립자 필터)가 적용되면서, 그 막강한 출력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 6d를 통과하고 있다. 아직 내연기관은 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7단 DCT가 8단 DCT로 진화했다. 부드러운 변속과 승차감, 연비까지 모두 잡겠다는 페라리의 의지다. 실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는 주행 모드 변경 스위치(마네티노)가 5개로 더 많아졌다. 레이스 모드를 추가해 서킷에서 능력을 온전히 즐기도록 만든 것이다. 그 외의 소소한 변화들은 말보다는 직접 느껴보는 것이 더 빠르다. 걱정 마시라. 생생히 느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드디어 지붕을 닫은 포르토피노 M과 마주했다. 이 상태로도 충분히 멋지고, 쿠페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이 차가 컨버터블인 이상, 지붕을 열고 달려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마침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도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비 또는 눈이 내린다면 사정이 달라지지만, 아직 비가 내릴 기미는 없으니 말이다. 트렁크 속으로 지붕이 접혀 들어가면, 매끈한 형태의 뒷모습만 자연스럽게 남는다.

달리면서 눈치챈 것이지만, 이전보다 승차감이 훨씬 좋아졌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에 맞추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오른발을 제어하는 데 있어 부담이 없다는 게 더 크게 다가온다. 그동안 슈퍼카라고 하면 아무리 편안하게 만들어도 오른발에 힘을 줄 때는 꽤 조심해야 했는데, 일반적인 세단을 다루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운전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정체가 지속되는 도심에서도 아무런 불편이 없을 것이다. GT라는 장르에 충실해진 것이다.아마도 엔진보다는 변속기의 변화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8단 DCT를 개발하면서 속도에 맞는 기어를 선택하고 이에 따라 토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프트웨어를 내장했다고 설명했었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로 새로 다듬은 서스펜션이다. 과속방지턱 하나만 넘으면 알 수 있는데,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물론 뒷바퀴는 아직 딱딱하지만, 이 정도라면 소프트라고 말해도 된다.

자 그러면 여기서 걱정이 앞설 것이다. 포르토피노 M은 이전보다 GT로 기울어졌고, 이제는 ACC와 차선 이탈 경고 등 ADAS 시스템도 확실히 챙기고 있다. 그렇다면, 페라리의 상징인 역동적인 주행 성능은 줄어들었을까? 그것을 확인하려면, 일반도로에서는 불가능하다. 이 성능을 마음껏 터뜨릴 수 있는 곳, 서킷으로 발길을 돌렸다. 진입하자마자 피트를 천천히 달리면서 지붕을 닫았다. 제법 빠르게 작동하는 지붕은, 피트를 벗어날 때 즈음에 완전히 닫혔다.앞에서 했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은 코너 두 개를 지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승차감을 고려했다고 해도, GT로 성향이 기울었다고 해도 페라리는 페라리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등장한 레이스용 자동차들은 승차감을 고려한 서스펜션을 장착한다.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인해 직선을 지나면서도 달구지처럼 흔들렸던 자동차는 과거의 유산이다. 레이스에 진심인 페라리가 그런 변화를 따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코너를 벗어나면, 8기통 엔진이 우렁찬 음색을 발산한다. 터보차저를 갖고 있지만, 페라리는 터보 랙을 느낄 수 없도록 엔진을 다듬고 있다. 오른발에 힘을 주면, 마치 자연흡기 엔진처럼 그대로 힘을 끌어낼 수 있다. F1의 파워유닛을 만드는 곳으로써, 이런 느낌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힘을 더하는 것이 바로 새로 다듬은 배기 라인이다. 소음기를 제거하고 밸브 개도 범위로 소음을 조정하는데, 서킷에서는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일반도로에서는 조용하다.

페라리의 서킷 주행은 역시 급이 다르다. 게다가 ‘운전 좀 한다고 느끼는 일반인’과 ‘프로 레이서’와의 차이도 확연하다. 프로 레이서가 운전하면, 보통은 옆으로 심하게 걸리는 힘 때문에 상체를 가누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허나 페라리라면 그 걱정은 없다. 신체만 제대로 지지한다면, 상체도 그리 흔들릴 일이 없다. 두 손과 팔꿈치를 센터 콘솔과 오른쪽 손잡이에 대면 절묘한 높이가 만들어지며, 공포 없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포르토피노 M과 함께했던 짧은 시간은 끝났다. 한순간이나마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지붕을 열고 마음껏 하늘을 누렸고, 오랜만에 풀 내음을 맡으며 여유 있게 달릴 수 있었다. 페라리는 언제나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졌지만, 페라리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명백한 스포츠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영화 속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지만, 잠시 불어넣은 활력은 긴 시간을 힘차게 보내줄 원동력이 될 것이다.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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