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익스페디션, 크고 튼튼하고 편안해

  • 기사입력 2021.07.13 09:16
  • 기자명 모터매거진

크고 튼튼한 SUV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프리미엄은 필요 없지만 고품질을 원한다면, 익스페디션이 그 답을 줄 것이다. 미니밴을 대신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주행 중 느껴지는 편안함은 미국 출신의 SUV 중에서 크게 눈에 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십여 년 전만 해도 ‘SUV는 크고 튼튼한 것이 진리’라고 여겨졌다. 가족과 함께 많은 화물을 적재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제 크고 튼튼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되었다. 더 매력적인 SUV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정숙한 엔진을 가져야 하고 곳곳이 정교하게 제작되어야 하며, 실내에도 이제 고품질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언뜻 보기엔 무심해 보이는 미국 자동차에도 그런 유행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럽 출신 자동차들의 섬세함을 조금이라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손이 꽤 큰 미국인들이 그런 차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도 한때는 갖고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이 거대한 SUV가 그것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외형만 보고 ‘여전히 무심한 자동차’라고 이야기한다면, 이 차의 매력을 반도 보지 못한 것이다. 포드가 익스페디션을 한국에 상륙시킨 이유는 명확했다.

극적으로 변한 원정대익스페디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헤드램프와 일체화된 거대한 그릴이다. 헤드램프가 그릴과 뭉쳐서 거대한 사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심플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그릴 안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거대한 크롬이 또 다른 사각형을 만들어내고, 헤드램프가 너무 커지는 것을 막는다. 그 아래로도 가로지르는 줄이 꽤 많이 있지만, 어색해 보이지는 않는다. 세단이 아니라 거대한 SUV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보고 있으면 ‘무심하게 매력적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냥 자를 대고 그어댄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매력이 있다. 이런 대형 SUV에서 섣불리 곡선을 쓴다면 디자인 코드를 명확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포드는 가장 자신 있는 ‘직선’을 들고나왔고, 전면, 측면, 그리고 후면을 모두 직선과 사각으로 장식했다. 그래서 더 당당해 보이는 것 같다. 후면에는 거대한 트렁크 도어와 함께 유리를 여는 별도의 장치도 넣어두었다.

만약 오래된 미국 자동차의 이미지만 가졌다면, 익스페디션의 실내는 꼭 만져보고 느껴보길 바란다. 송풍구 등 각 부품들의 덩어리가 꽤 크기 때문에 어색한 면은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저렴한 플라스틱의 향연을 보지 않아도 된다. 센터 콘솔에 적용한 우드 트림, 크림 색상의 덮개, 은색 플라스틱, 부드러운 대시보드 등 ‘이제서야 익스페디션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실내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손이 닿는 곳에서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각 좌석이 상당히 넓기에 SUV라기보다는 미니밴에 가까운 느낌이 더 크다. 발판을 딛고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1열과 2열은 성인이 탑승하기에 넉넉하고, 1열은 정말 편안하다. 2열 역시 등받이를 약간 눕히고 쉬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다. 키가 190을 넘지 않는 이상 성인이 3열에 탑승해도 꽤 편안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쉐보레 타호’와 3열을 비교해보고 싶어진다. 3열을 접어두는 것만으로도 넓은 공간이 만들어지니, 캠핑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8인치로 작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화면을 눌러보거나 손가락으로 쓸어보면, 꽤 부드럽게 반응한다. 애플 카플레이 또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때 유용하다. 변속기는 다이얼 방식인데, SUV이기 때문에 별다른 흠이 되지는 않는다.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SUV가 ‘뱅앤올룹슨’의 오디오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어느 곳이 튀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을 내기에, 어떤 음악을 들어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부드러우면서 즐거운 주행
익스페디션에 탑재하는 엔진은 단 하나, 3.5ℓ 6기통 에코부스트 엔진이다. 최고출력 405마력을 발휘하며 10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미국 출신의 자동차인 데다가 대형 SUV이다 보니 8기통 엔진은 탑재해야 할 거 같지만, 6기통 엔진이라도 부족함은 없다. 시동을 걸어보면 꽤 조용한데, 8기통 엔진이 내는 포효는 없지만 가족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안심감이 강하게 든다. 용도에 따라 적절한 엔진을 잘 선택한 것 같다.

기어를 넣고 출발해 보는 순간부터 이 엔진의 진가가 그대로 드러난다. 전체적인 회전 영역에 걸쳐 토크가 느껴지고, 거대한 덩치를 힘겹게 이끌고 간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이 엔진 하나만으로도 익스페디션을 구매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더 놀라운 것은 10단 자동변속기다. 기어가 올라갈 때도 그리고 내려갈 때도 깔끔하게 반응한다. 외국에서는 ‘트레일러를 끌고 갈 때도 기어가 깔끔하게 반응한다’고 칭찬이 자자한데, 국내에서도 이를 꼭 느껴보고 싶다.
그렇게 항해를 즐기다 보면, 익스페디션이 숨기고 있었던 뜻밖의 강점이 드러난다. 분명히 큰 차체를 가졌기에 크게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체급은 작은 차를 운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프레임 보디를 가진 대형 SUV를 운전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흔들리는 차체인데, 코너를 돌 때마다 바다에서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보트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급격한 코너에서는 특히 더 그렇게 된다.

그런데 익스페디션은 그런 느낌을 확실하게 없애주고 있다. 게다가 다른 제조사와는 달리 액티브 스태빌라이저 또는 액티브 서스펜션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기존의 서스펜션을 아주 영리하게 다듬어 나간 것이다. 고강도 강철 프레임과 알루미늄 합금 보디가 만났다고 하는데, 영리하게 차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상단에 걸리는 무게가 적을수록 덜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불구불한 길을 다니는 게 생각 외로 즐겁다.
처음에는 익스페디션의 효용성에 의문을 가졌었다. 국내에서 대형 SUV가 인기를 얻는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큰 차는 부담스러우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나 직접 운전하면서 그 용이성에 반했고, 넓으면서도 편안한 공간이 점점 마음에 들어갔다. 여전히 미국 특유의 센스는 남아있지만, 이제는 그것도 꽤 다듬어져서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자동차가 되었다. 휘발유 가격만 감내할 수 있다면, 익스페디션은 가족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꽤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FORD EXPEDITION
길이×너비×높이  5335×2075×1945mm  |  휠베이스  3110mm
엔진형식  V6, 가솔린  |  배기량​​​3496cc  |  최고출력  ​​405ps
최대토크 ​​66.0kg·m  |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7.4km/ℓ  |  가격  82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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