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K3 & K3 GT 순한 맛, 매운 맛

  • 기사입력 2021.07.08 08:34
  • 기자명 모터매거진

기아의 준중형 세단 K3가 성형 수술을 하고 돌아왔다. 기존 K3는 소형 SUV 시장의 돌풍과 형제 차인 아반떼의 인기 속에 묻힌 느낌이었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은 어떤 매력을 갖추고 있을까. 

라면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먹기에 간편하며, 값도 저렴한데 맛도 있다.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파, 계란, 고춧가루 등을 넣어 감칠맛을 더하기도 하며 때로는 매운 소스를 넣어 자극적인 매콤한 맛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자동차의 장르에서 라면과 같은 요소는 준중형 세단이 갖추고 있다. 대중적이고, 편안하며, 저렴하다. 그중에서 K3와 K3 GT는 일반적인 평범한 라면과, 거기에 매콤한 소스를 한 스푼 추가한 라면 같다. K3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들에게도 잘 어울리면서 그리 넉넉하지는 않아도 실용적인 공간을 갖춰 일상에서 사용하는 패밀리카로도 크게 손색이 없다. 그만큼 K3는 대부분이 무난하다는 것인데 이는 자극적이지도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런 차는 심심해서 싫다는 이들을 위해 기아는 K3라는 라면에 GT라는 소스를 한 스푼 첨가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매콤한 파워트레인과 감칠맛 나는 하체 세팅이 어우러져 운전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차가 탄생했다. 가끔 단점이 눈에 띄어도 이렇게 재미있는 차라면 그럴 수도 있다며 수긍할 수 있을 정도다.

#EXTERIOR기아는 K3의 성형수술을 집도하며 한층 더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헤드램프는 기교를 살짝 얹어 더 얇고 사나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6줄의 LED를 추가하여 더 밝게 빛나는 눈을 가졌으며 헤드램프의 위쪽에는 최근 기아차에서 흔하게 보이는 다이아몬드 패턴의 디테일로 눈썹을 그렸다. 날카로워진 인상 덕분인지 기존 모델보다 잔뜩 화를 내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졌다.기아의 디자인 언어 중 하나인 호랑이 코 그릴 또한 디테일이 더욱 강화되어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릴을 자세히 보면 내부에 촘촘한 아치 형태의 플라스틱 디테일이 눈에 띈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는 않지만 꼼꼼하게 챙긴 디테일은 분명 칭찬할 점이다. 게다가 K3 GT는 이 디테일에 빨간 장식을 추가했다. 언뜻 보기에 큰 변화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매운맛을 첨가했다고 알리는 정도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좋은 장치다.프런트 범퍼의 디자인도 변경됐다. 헤드램프 디자인의 변화에 맞추어 기존보다 더욱 저돌적인 모습이다. 범퍼에 그려진 선들이 전체적으로 가운데로 몰려 있는 덕분에 중앙에 있는 호랑이 코 그릴이 더욱 부각된다. 안개등은 3개의 LED 램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또한 사각형 디자인을 채용한 덕분에 눈에 띄는 포인트 중 하나다. GT는 안개등 주변에 빨간 줄을 그려 이 차는 매콤한 맛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두 차가 가장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옆모습과 뒷모습이다. K3는 평범한 4도어 세단이며 K3 GT는 5도어 해치백 형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형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달리기 위한 모델인 GT의 형태가 조금 더 멋스럽다. GT의 휠 디자인은 이전 모델과 같지만 이미 디자인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신형 모델에도 잘 어울린다. K3의 휠 디자인도 나무랄 곳은 없다. 복합적인 형태의 스포크가 시원하게 뻗은 형태도 공격적인 디자인을 그려낸 K3에 잘 어울린다.K3의 리어램프 역시 6줄의 LED가 장착된다. 앞모습과 일치감을 이룬 깔끔한 디자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방향 지시등이 뒤 범퍼까지 내려와 있다는 점이다. 이전 모델에서도 같은 위치에 있었다. 미적인 요소에서는 흠잡을 것이 없다. 하지만 도로를 달리는 상황에 뒤 차의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비판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머플러는 흔히 ‘수도꼭지’라고 부르는 히든 타입이며 범퍼의 가니시를 통해 개성을 심었다. GT는 이전 모델과 달라진 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 굳이 꼽자면 기아의 엠블럼이 바뀐 정도? 해치백 형태와 듀얼 머플러 등 역동적인 요소가 많아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 따라서 잘 만들어진 디자인에 굳이 손대지 않은 것이라고 추측한다.

#INTERIOR순한 맛 K3의 실내는 계기판, 메인 디스플레이,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변경됐다. 계기판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10.25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풀 디지털 방식으로 변경됐다. 계기판의 그래픽은 기존 기아차에서 쓰이고 있는 그래픽에서 다른 점이 없다. 10.25인치의 메인 디스플레이는 기존보다 크기가 커졌다.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로 K3를 위한 특별한 기능이 따로 추가되지는 않았다. 또한 주차 브레이크가 드디어 전자식으로 변경됐다. 덕분에 오토홀드 기능이 생겼으며 정지 및 출발을 반복하는 시내 운전에서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주는데 도움 된다.GT는 K3의 인테리어에서 달리기 위한 모델다운 꾸밈을 추가했다. 우선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 있는 붉은 스티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GT 모델에 장착되는 튜블러 시트는 격한 움직임에도 운전자의 몸을 잘 지탱해준다. 다만 K3에는 있는 메모리 시트가 적용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스티어링 휠의 형상도 다르다. GT는 바텀 플랫 타입의 스티어링 휠을 사용해 감성적인 측면을 자극한다. 아주 약간의 변화지만 사소한 변화로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차를 사는 주 연령층이 비교적 지갑이 얇은 젊은 층임을 생각할 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장치다.

실내 공간 실측 결과는 K3가 미묘하게 더 크다. 트렁크의 너비와 길이는 K3가 더 크지만 GT는 해치백 형태의 장점을 살린 덕분에 짐을 싣고 내리기가 수월하다. 2열의 크기 및 공간 역시 K3가 아주 근소하게 더 크다. 다만, 크게 체감이 될 만한 요소는 아니다.또한 두 차 모두 주행 보조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됐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정차 후 재출발이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불과 몇 년 전까지 고급차에서나 볼법한 운전자 편의 사양을 채워 넣었다. 덕분에 고속도로 주행의 피로도를 훨씬 덜어낼 수 있어 여행과 같은 장거리 주행에도 잘 어울릴 것이다.

#PERFORMANCE앞서 말했듯 K3의 퍼포먼스 자체는 크게 흠잡을 곳도, 그렇다고 특별하게 뛰어나지도 않은 수준이다. 지극히 평범하며 이러한 차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 않다. K3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6ℓ 가솔린 엔진에 무단변속기를 조합하여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의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허약해 보이지만 일상적인 주행영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K3에게 한 번 빨리 달려보자고 오른발에 힘을 주어 재촉하면 가볍고 날카로운 엔진음이 ‘나는 그런 차가 아니야!’라고 운전자에게 소리치는 듯하다. 엔진 회전계가 올라가는 만큼 속도가 붙지 않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준중형 세단은 고출력에서 오는 즐거움 혹은 경쾌한 달리기 감각보다 부드럽고 나긋한 세팅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통통 튀는 하체 세팅은 그다지 반가운 편이 아니다. 과속 방지턱을 넘는데 긴장이 될 정도로 뒷바퀴에서 충격이 전해진다.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는다면 뒤에 앉은 사람에게 핀잔을 들을 법하다. 고속에서 코너를 만나면 차가 꽤 허둥대는 편이다. 순정 타이어 역시 평범한 사계절용 타이어라 한계점이 빨리 찾아온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 차를 가지고 역동적인 주행을 하는 사람보다 평범하게 달리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으니 이것이 단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설명하자면 서스펜션 구조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K3의 전륜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 서스펜션은 토션빔을 사용했다. 이 ‘토션빔’이라는 녀석은 한때 마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와도 같았다. 토션빔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 구조가 간단한 장점이 있다. 대신 승차감에선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게 된다. 잘 세팅된 토션빔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아쉽게도 기아는 토션빔 세팅을 실패한 모양새다.

순한 맛을 먹었으니 이제 매콤한 맛도 먹어볼 차례다. K3 GT는 1.6ℓ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에 7단 DCT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27.0 kg∙m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차는 양념이 제대로 발린 맛이다. 속도를 높여도 엔진이 쉽게 지치지 않으며 시종일관 경쾌한 감각으로 운전자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음색 자체는 매력적인 편이 아닌데 가상 엔진음을 통해 아쉬움을 달랜다. 대신 가상 엔진음도 고회전 영역에서는 이질감이 심해지는 편이지만 달리는 맛이 좋으니 이를 용서하기로 했다.특히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에서 매력이 폭발한다. GT는 후륜 서스펜션을 멀티링크로 장착했으며 미쉐린 PS4 서머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덕분에 코너를 만날 때마다 운전대를 돌리는 맛이 일품이다. 차의 앞머리가 코너의 안쪽으로 잘 파고들어가며 엉덩이 역시 그에 맞춰 착실하게 따라온다. 그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고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세팅이 일상 주행에서 단점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지만 쓸데없는 걱걱정이었다. 스포츠 성향을 가진 자동차이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딱딱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오히려 K3보다 더욱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한바탕 신나는 주행을 마쳤는데 금방 또다시 달리고 싶도록 매력적이다.

브레이크는 두 차 모두 본연의 성격에 맞는 스타일이다. K3는 일상적인 용도에 딱 맞게 페달의 답력이 부드러운 편이며 제동력에 아쉬움은 없다. GT는 K3에 비해서 페달의 답력이 강한 편이고 강화된 브레이크 시스템을 통해 스포츠 드라이빙에 최적화된 비교적 더 강한 제동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K3와 K3 GT를 고민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달리는 감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전자라면 주저 없이 K3 GT를 선택하라.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동수단이 필요한 경우라면 K3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두 모델의 핵심적인 차이는 역동적으로 달리는 능력이니 말이다. 실용적인 공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게다가 GT에는 운전 재미까지 가득하게 채워 넣고도 큰 부담 없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라면 같은 매력의 K3와 K3 GT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_ KIA K3
길이×너비×높이  4645×1800×1440mm  |  휠베이스 2700mm
엔진형식 ​​ I4, 가솔린  |  배기량  1598cc  |  최고출력  123ps
최대토크  15.7kg·m  |  변속기  CVT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4.1km/ℓ  |  가격  ​1738~2425만원

SPECIFICATION _ KIA K3 GT
길이×너비×높이  4515×1800×1440mm  |  휠베이스 2700mm
엔진형식 ​​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591cc  |  최고출력  204ps
최대토크  27.0kg·m  |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2.1km/ℓ​  |  가격  258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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