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수소 레이스 도전, 그 치열한 싸움에 대한 기록

  • 기사입력 2021.07.06 08:41
  • 기자명 모터매거진

토요타가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했다. 그런데 여기에 참가한 자동차가 꽤 독특하다. 엔진을 갖고 있지만 휘발유 대신 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박력 있는 소리를 내며 질주하는 자동차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 ‘수소를 사용하는 토요타의 자동차는?’이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미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미라이는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물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하는 이른바 ‘연료전지차’다. 그런데, 이 방식 말고 수소를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의외로 아주 간단하게 실현된다. 기존 엔진에 가솔린 대신 수소를 넣고 태우면 된다.그 간단한 방식이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연료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 두 번째는 아직 수소가 발생시키는 고온과 고압을 견뎌내는 엔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문제가 크게 발목을 잡고 있는데, 최근에는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온 고압을 견디는 금속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적은 배기량에서 높은 힘을 내는 엔진이 유리하다.

수소 엔진의 가능성을 보다이번에 토요타가 내구레이스에 사용한 자동차는 ‘코롤라’다. 외형만 보면 일반적인 코롤라와 전혀 다르지 않지만, 실내는 완전히 다르다. 제일 큰 변화는 뒷좌석과 엔진에 있는데, 내구레이스에 참전하기 위해 뒷좌석은 네 개의 수소 탱크로 채웠다. 두 개는 미라이에 들어가는 탱크를 그대로 사용하고, 나머지 두 개는 조금 더 작게 제작했다. 레이스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연료 탱크는 탄소섬유로 덮었다.파워트레인은 코롤라가 아니라 GR 야리스의 것을 사용한다. 이에 대해 GR 프로젝트 이토 나오아키(伊東直昭) 주사는 ‘기존의 내연기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만든 수소 엔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수소 100%에 도전했을 때 5분 만에 엔진이 손상되었기에 모두가 낙심했는데, GR 야리스의 엔진은 처음부터 고열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에 수소 엔진으로 이상적이었다는 것이다. 대신 인젝터는 수소 연료에 맞게 다듬었다.

특이한 수소 보급내구 레이스는 연료를 보급하면서 달려야 한다. 그래서 주행 도중 피트에 들어가서 타이어 교체 등 간단한 정비를 받고, 동시에 연료를 보급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수소를 사용하는 코롤라는 어떤 식으로 보급을 받을까? 기존의 휘발유 공급 라인은 전혀 사용할 수 없기에 이 역시 커다란 과제가 된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2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수소의 보급 방법부터 효율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토요타가 선택한 방법은 ‘이동식 수소 스테이션’이다. 문제는 동원된 트럭이 4대나 된다는 것. 이 정도 규모라면 관공서에서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보급 요원들도 ‘고압가스 보안업’을 따라야 한다. 토요타는 레이스를 위해 서킷과 사전에 조율을 거쳤고,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피트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피트 바로 뒤에 있는 공간에서 수소를 원활하게 충전하기 위함이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참가하는 다른 팀의 양해가 없다면 불가능한 선택이다.

수소 스테이션은 두 개를 마련해 놓았는데, 좀 더 빠르게 수소를 보급하기 위한 선택이다. 수소는 일반적인 대기의 700배 압력으로 저장되는데, 이를 180ℓ나 되는 대용량 연료 탱크에 한 번에 불어넣기는 힘들다. 이미 크게 부풀어 오른 풍선에 공기를 불어 넣기가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적절한 지점에서 한 번 보급을 끊고, 압력이 충분히 준비된 두 번째 스테이션에서 나머지 용량을 채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다.게다가 수소의 충전은 휘발유 또는 LPG와도 다르다. 먼저 호스를 연결한 후 3분간 수소를 보급한다. 그 뒤에 안전하게 호스를 분리하기 위해 1분간 감압 과정을 거친다. 도착해서 시동을 정지하거나 다시 출발하는 과정도 있으니 스테이션 하나당 5분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 총 10분의 시간 동안 진행되는 보급 과정을 24시간 동안 적어도 수십 번 반복해야 한다. 레이서뿐만 아니라 보급 요원들도 덩달아 극한의 상황에 참가하고 있는 셈이다.

탄소 중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레이스에는 사장인 ‘도요다 아키오’가 ‘모리조’라는 이름으로 직접 참가했다. 그는 수소 자동차로 레이스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어디까지나 목표는 탄소 중립”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중심으로 탄소 중립 목표가 발동되고, 전기차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아키오는 그 반대편에서 ‘탄소 중립의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레이스에 참가했다는 것이다.도요다 아키오의 의지는 대단하다. 렉서스 인터내셔널의 사장인 사토 코지가 연구소에서 이 차를 완성하기는 했지만, 레이스 참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때, 이 차를 운전해 본 도요다 아키오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해 보면 된다”라고 말했고, 바로 레이스 투입을 결정했다. 모터스포츠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장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만 잡아내도 기술을 순식간에 단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코롤라는 긴 시간을 달리지 못했다. 주어진 24시간 중에서 실질적으로 주행한 시간은 11시간 54분. 수소 충전에 약 4시간을 소모했고, 나머지 시간은 피트에서 자동차를 수리하는 데 보냈다. 후지 스피드웨이를 358바퀴 돌고 난 후 기록한 총 주행거리는 1634km. 1위를 획득한 자동차가 총 763바퀴를 돌았으니, 절반 이하의 거리를 주행한 셈이다. 그렇다면 토요타의 수소 자동차 도전은 실패한 것인가? 얻은 것들을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코롤라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소 누출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었다. 피트에서 레이서를 교체한 후 1바퀴도 제대로 못 돌고 다시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센서의 정밀도가 예상외로 높다는 것이 레이스에서 그대로 증명됐다. 그리고 엔진 내 압력이 급격히 상승해 부품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도 증명됐다. 이를 견뎌낼 수 있는 부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질 수 있었다. 피트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들도 그렇게 소중한 데이터를 얻어낸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바로 ‘공급되는 수소’이다.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에 따라 레이스에는 ‘그린 수소’를 사용했다. 풍력 또는 태양 등 ‘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하는데, 화석 연료의 부생 과정에서 나오는 ‘그레이 수소’와는 다르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 현재 운반 단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만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는 이마저도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다.토요타의 수소 레이스 도전은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이걸로 온전히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다시 한번 더 엔진을 다듬고, 부품을 다듬고, 더 효율적인 수소 보급 방법을 찾아가면서, 탄소 중립 시대에도 레이스의 재미는 그대로 살아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그동안 친환경 이미지가 강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레이스 무대를 잇달아 정복해 온 토요타라면, 수소의 시대도 확실하게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는 레이스를 마친 뒤 모든 인원을 모아놓고 1500km 이상을 주행했음을 강조했다. 탄소 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만들었고, 토요타의 테두리를 넘어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탄소 중립의 미래를 만드는 것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행동이라고 거듭 말했다. 물론 토요타는 전기차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토요타가 만드는 새로운 시대는 레이스와 함께 완성될 것이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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