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기엔 아쉬워! 캐딜락 CT5

  • 기사입력 2021.07.03 21:29
  • 기자명 모터매거진

국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고 볼 수 있는 고급 세단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델이 있다. 제법 잘생긴 외모에, 경쾌한 달리기 성능을 가진 캐딜락 CT5다. 입맛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매력적인 모델임은 분명하다.

 캐딜락의 미드사이즈 세단을 공략할 무기, CT5는 동생 CT4와 형 CT6 사이에 위치한 모델이다. 근데 CT5가 속한 세그먼트에는 걸출한 경쟁자가 많다. 전통적인 강자인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는 물론 아우디 A6, 제네시스 G80, 렉서스 ES 등 CT5를 대신할 선택지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 문제다. 굳이 ‘숨겨진 명차’ 와 같은 표현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정말 좋은 차였다면 판매량으로 증명됐을 것이다. 대신, 이렇게 묻혀 있기에는 아쉬운 차라고 평하고 싶다. 다행히도 날씨가 좋다. 눈에 띌 만큼 잘생긴 외모에 새빨간 정장을 입은 듯한 캐딜락 CT5와 함께 드라이브를 떠나기 딱 좋은 날씨다. 먼저 외모를 감상할 시간. 캐딜락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중후한 세단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CT5는 그 편견을 벗어 던졌다. 캐딜락의 차세대 디자인 철학 ‘에스칼라 콘셉트’를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기존 사용했던 세로형 램프는 이제 주간 주행등으로 그 흔적만 남겼다. 여기에 가로형 램프를 추가하여 날카로운 눈매를 구성한다. 마치 방패와도 같은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캐딜락의 브랜드 로고와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으며 촘촘히 새긴 패턴으로 멋을 더했다. 

패스트백 형태를 가진 측면부는 섹시하다. 딱 맞는 정장으로 알맞게 숨긴 근육을 가진 남성의 모습이다.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의 형태이며 헤드램프부터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을 통해 단단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19인치 휠의 형태도 꽤 멋스러운데 시원하게 뻗은 스포크는 전체적으로 직선이 많은 CT5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 그 안에 숨어있는 새빨간 브레이크 캘리퍼는 덤이다.

듬직한 뒷모습은 꽤 힘을 준 모습이다. T자 모양으로 구성된 테일램프와 존재감을 과시하는 립 스포일러, 리어 디퓨저는 물론 배기구의 형상까지 꽤나 역동적인 구성이다. 디자인은 호불호의 영역이라고는 하나 어느 경쟁모델에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음은 부정하기 힘들다.

실내는 전형적인 운전자 중심의 디자인이다. 시트 포지션은 조금 높은 편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생각할 때는 아쉬움이 있지만 시야 확보에는 유리한 편이다. 센터페시아에는 10인치 모니터가 살짝 누운 형태로 배치되어 있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버벅거리지 않아 마음에 든다. 버튼의 개수는 많은 편이지만, 그 형태는 직관적이어서 원하는 기능을 작동하기 위해 손이 허둥대지 않는다. 계기판은 가운데 8인치 LCD 모니터를 장착한 아날로그 타입이다. 아쉬워하긴 이르다. 2021년형 CT5에서는 풀 디지털 클러스터가 장착되기 때문이다. 실내 곳곳의 소재도 만족스럽다. 시트를 감싼 세미아날린 가죽은 물론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을 두르고 있는 프리미엄 가죽도 촉감이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을 감싼 스웨이드도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손에서 나는 땀을 잘 흡수하여 긴장감이 흐르는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뽀송뽀송한 손을 유지할 수 있다. 2열은 CT5의 단점이다. 레그룸, 헤드룸 둘 다 성인 남성이 타기에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 방석의 길이가 짧아 허벅지를 지탱하기 어려우며 2열의 높이가 껑충하게 솟아 있는 느낌이라 썩 좋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 봐도 편한 자세를 찾기 힘들었다. 또 하나 단점이라면 운전자 편의 사양의 부족이다. 차선 중앙 유지 보조 장치가 빠졌다. 요즘에는 크나큰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운드 시스템은 동급에서 최고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보스의 프리미엄 트림인 포스 퍼포먼스 시스템을 탑재했다. 원음을 선명하게 살려주면서도 공간감을 풍부하게 만들어 낸다. 이 정도의 체급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소리에 가깝다. 별도의 사운드 튜닝은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빨간 CT5의 심장은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며 10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춘다. 최고출력은 240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출력은 높지만 체감하는 가속력은 아쉬움이 있다. 스포츠 모드와 노말 모드의 차이도 크지 않다. 단수가 많은 변속기는 쉴새 없이 변속을 해댄다. 킥다운을 했을 때는 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지만, 패들 시프트를 이용한 수동 변속시에는 원하는 기어까지 여러 번 당겨야 해서 번거롭기도 하다. 그래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답답하진 않다.

코너링 성능은 여느 독일차 뺨을 칠 수 있다. 전반적인 움직임이 날렵하고 경쾌하다. 코너를 마주하면 예리한 칼날로 종이를 베는 느낌이다. 그만큼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다. 롤링은 꽤 억제하는 편이고 피칭은 허용하는 편이다. 미국차는 코너링이 좋지 않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부술 수 있는 차다. 덕분에 제법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다시 차를 내려서 바라본다. 솔직히 말하자면 앞서 말한 장단점은 잘 생긴 외모로 다 잊혀지는 기분이다. 그만큼 경쟁 모델 누구와 붙여 놔도 꿇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E와 5가 가득한 수입 중형차 시장에서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차다. 다만 이 시장이 개성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시장이다. 가격이 동급 경쟁모델에 비해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만큼 어딘가 허전한 옵션과 뚜렷한 단점은 CT5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잊혀지기엔 여러모로 아쉽다. 캐딜락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SPECIFICATION _ CADILLAC CT5길이×너비×높이  4925×1885×1455mm  |  휠베이스  2947mm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8cc  |  최고출력  240ps최대토크  ​​35.7kg·m  |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RWD복합연비  10.2km/ℓ  |  가격  5921만원글, 사진 | 조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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