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가 너무 과격한 당신에게, BMW M340i

  • 기사입력 2021.07.02 17:55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만약 BMW의 고성능 모델을 살 수 있다면, M3 말고 M340i를 골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일단 운전해 보면 안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글, 사진 | 유일한

잘 생각해 보자. 분명히 M3는

짜릿하다. 막강한 출력과 함께 드리프트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서킷이든

일반도로든 M3를 상대할 만한 스포츠카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도로

주행만 생각한다면 그렇게 다루기 어려운 자동차도 아니다. 그런데 막강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M3 대신 M340i를 선택하는 게 더 좋다면 어떨까? 아마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M3 구매를 고려할 정도면 기름값을

비롯한 자금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을 테니 넘어가자.

그럼에도 필자는 과감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M3 대신 M340i를 선택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고. 최고출력이 133마력이나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쪽이 훨씬 더 즐겁다고. 그리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신형 M3를

충분히 경험해 본 입장에서 M340i를 섣불리 찬양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한 번 M340i와 함께 며칠을 보내 봤다. 정말 즐거운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얌전한 것 같은 외형에 숨겨진 반전

혹시 어릴 적 ‘비밀결사대’를

꿈꾸어 본 적이 있는가? 평소에는 그 정체를 감추고 있지만, 밤이

되면 그 힘을 마음껏 발휘하며 적들을 상대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숨기고 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고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면 비밀결사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된다. 너무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은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그것이 참

중요하다. 힘을 갖고 있지만, 함부로 드러내지 않기에 더

든든한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고 하니, M340i를 볼 때마다 그 비밀결사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릴과 헤드램프의 형상이 달라서 멀리서 봐도 고성능 모델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M3와 달리, M340i는 언뜻 보면 M 패키지를 적용한 일반 3 시리즈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앞 범퍼에서 안개등이 사라졌다든지, 키드닐 그릴 내부의 패턴이 일반

모델과 다르다든지 하는 차이는 있지만, 그런 건 가까이에 가서 자세히 보지 않는 한 모른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주행을 고려해 본격적인 형태의 버킷 시트를

장착한 M3와 다르게 M340i는 평범해 보이는 시트를 가졌다. 스티어링도 평범한 형태이고, M을 불러오는 붉은 버튼은 당연히 없다. 그야말로 ‘일반적인 3 시리즈의

실내’이다. 그래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재된 힘을 깨우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3 시리즈와 거의 다른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제 BMW의 자랑인 직렬 6기통

엔진과 함께 해보자. 제일 만족스러운 것은 엔진의 소리보다 회전 질감이다. V6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단번에 느낄 수 있는데, 충격 또는

흔들림 없이 매끈하게 회전한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엔진 내부의 연소 타이밍이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무게추의 위치 선정 등 여러 가지 기술들이 발전해 왔겠지만, 실린더를 배열하는 형태만으로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그 매끄러움 덕분에 엔진 회전을 올리는 데 부담이 없다. 운전

실력만 출중하다면, 최고출력 387마력을 그대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즘에서 생각을 해 보자. 거의 4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는 운전자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일단 코너링 또는 직선에서의 빠른 속도와 짜릿함은 접어두자. 왜냐면

이전에 주행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M340i 세단 모델은 뒷바퀴만을 굴린다. 언뜻 ‘뒷바퀴만 굴리니까 더 운전이 재미있고 한적한 공터에서 드리프트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속 주행을

해보면서 무의식적으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더니 불안함이 살짝 생겼다. 두 바퀴만으로는 엔진의 힘을

지면으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M3에

비해 출력이 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을 모두 사용하려면 세심한 오른발 조작이 필요하다.

이것을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느낀 이유는 M340i 투어링 때문이다. 4륜 구동을 사용하는 투어링 모델이 고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물리학적으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막상 체험하고 나니 그 차이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단 모델을 선택해야 되는 이유가 있다면, ‘출력을 나누어서 사용하는 세심함’을 익히는 데 있어서 정말 좋기 때문이다.

오른발에 생각 없이 힘을 주면 부담이 그대로 다가오지만, 세심하게

힘을 주면 부담이 없다. 게다가 그 조작이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만약 M3를 이용했다면, 이 세심함을 익히기가

오히려 더 힘들었을 것이다. 다루기 쉬운 친절함은 운전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코너에서는 날카로움이 되어 더 정밀한 공략을 가능하게 만든다. 후륜구동의

장점을 살리면서 즐거움을 찾아나갈 수 있다.

그리고 출력을 쓰지 않고 다니면, 엔진 소리도 조용하고 편안하다. 가족을 태우기에는 참 좋다. 만약 이 차가 M3였다면, 시동을 걸자마자 옆에 앉은 누군가가 소리를 지를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일단 버킷 시트가 불편하다고 느낄 것이다.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파트너라면 참 좋겠지만, 그런 파트너 찾기는 참 어렵지 않은가. M340i라면 뒤 엠블럼을 가리고 ‘이것은 평범한 3 시리즈 세단’이라고 위장시킬 수 있다.

그래서 며칠 간 함께한 후, M340i가 더욱 더 마음에 들어 버렸다. 스포츠 주행만 생각한다면 M3가 더 좋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고려할 것이 많다 보니 그렇게 됐다. ‘힘을

숨긴 모습’으로 언제든 함께할 수 있고, 필요할 때는 6기통을 시원하게 돌리면서 숨겨진 힘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어느

새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지만, 키를 다시 건네주기가 싫었을 정도였다.

언젠가는 힘을 숨긴 M340i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SPECIFICATION

BMW M340i

길이×너비×높이

4709×1827×1435mm

휠베이스

2851mm

엔진형식

I6T, 가솔린

배기량 2998cc

최고출력

387ps

최대토크

51.0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9.9km/ℓ

가격

75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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