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터지는 재미! 현대 코나 N

  • 기사입력 2021.06.28 13:5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오랜 시간 갈아온 칼을 드디어 칼집에서 꺼내 들었다.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의 고성능 모델, 코나 N이다. 코나 N을 인제 스피디움에서 만났다. 아찔하고 짜릿하다. 소형 SUV에서 이런 재미를 느낄 줄이야.

지난 4월, 현대자동차는 소형 SUV 코나를 바탕으로 만든 고성능 모델, 코나 N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 현대차의 비장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자신감을 확인할 차례다. 현대차는 이미 벨로스터 N을 통해 자신들도 재밌는 차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코나 N을 만나니 의구심이 아닌 기대감이 가득해진다.익스테리어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N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브랜드 로고를 새겼고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를 따라 빨간 띠를 둘렀다. 날렵한 디자인의 N 전용 경량 단조 휠을 장착했으며 리어 디퓨저와 듀얼 싱글팁 머플러, 더블 윙 타입 리어 스포일러 장착을 통해 약간의 차별성을 부여한 정도다. 코나 N과 같은 퍼포먼스 모델은 디자인보다 스펙, 달리는 성능이 더 중요한 법이다. 이 정도의 차이로도 충분하다.

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인테리어의 큰 틀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지만 N만의 차별점은 확실히 심었다. N 전용 스티어링 휠은 빨간 NGS를 켜고 끄는 버튼과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는 파란 버튼을 배치했으며 길쭉한 패들 시프트도 탑재했다. 10.25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는 N 모드 전용 UI와 기능을 추가했으며 N 전용 헤드업 디스플레이에서도 새로 추가된 UI를 확인할 수 있다. N 모드 UI에 진입하면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스티어링 등 여러 가지 세팅을 운전자의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고성능 모델답게 세미 버킷 시트도 준비했다. 스웨이드와 천연가죽 소재가 섞인 시트는 격한 코너링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기대 이상으로 잘 잡아준다.

강력한 파워트레인도 살펴보자. 코나 N은 2.0ℓ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에 8단 습식 DCT를 조합하여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0kg·m를 앞바퀴로 쏟아낸다. 코나 N은 벨로스터 N에 대비하여 터빈의 사이즈를 키웠으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5.7초, 론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5.5초를 달성할 수 있다. 5000 RPM부터 최대 출력을 유지하는 플랫파워 세팅을 통해 고속에서 꾸준한 가속력을 보여준다.하체는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을 통해 각 휠의 쇽업소버 감쇠력을 제어하며 트랙과 일상에서 모두 활용 가능한 성능을 구현한다. 이에 더해 벨로스터 N에서 칭찬을 받은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탑재했다. 코너에서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전자적으로 제어하여 즐거운 감각을 전달한다.

이제 코나 N을 몰아볼 시간이다. 시트 포지션은 소형 SUV라는 장르답게 조금 높은 편이다. 체감상 더 낮출 수 있으면 좋을 듯싶다. 아이들링 상태의 배기음은 적당한 부밍이 섞여 있다. 얼핏 들으면 튜닝카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음량이 시끄러울 정도로 크지는 않아서 이웃에게 핀잔을 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D로 변속한 후 천천히 출발해본다. DCT의 특징 중 하나인 출발 시 꿀렁거림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세팅에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한적한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는 나긋나긋한 반응이다. 재촉하지 않으면 힘을 드러내지 않는다. 댐퍼를 가장 부드러운 상태로 설정하면 웬만한 요철을 만나도 실내에 큰 충격이 전해지지 않는다. 일상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반대로 가장 단단하게 세팅하면 차체의 반응이 제법 달라진다. 노면의 상태를 엉덩이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핸들링도 더 날카로워지고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기민하게 반응한다.

배기음은 코나 N이 가지고 있는 큰 매력이다. 특히 스포츠 모드 혹은 N 모드를 선택한 후 4000~5000 RPM에서 ‘빠바방’하고 터지는 이른바 ‘팝콘 사운드’는 중독이 될 정도다. 터널을 만나면 팝콘을 터트리기 위해 자꾸만 RPM을 높이게 된다.트랙을 달리기 시작하자 코나 N은 진가를 드러낸다. 자신이 가진 출력을 쏟아내면서도 허둥대지 않는다. 첫 코너에 진입하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차체 강성을 보강한 덕분에 강한 출력과 격한 코너링에도 섀시가 끄떡없이 버텨준다. 게다가 공도에서 체험했던 서스펜션 세팅은 트랙을 달리니 제 성능을 100% 발휘한다. 격렬한 코너링에도 네 바퀴를 노면에 짓누르며 균형을 유지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의도적으로 연석을 깊게 밟아도 허둥대지 않고 코너를 하나하나 정복해나간다.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e-LSD도 똑똑하게 움직인다. 덕분에 전륜구동의 특징인 언더스티어를 억제하여 더욱 재미있는 운전 감각을 선사한다. 코너를 탈출하면서 가속 페달을 짓이겨도 어떻게든 바깥으로 밀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날카로운 움직임에는 피렐리 P Zero 서머 타이어가 장착된 19인치 경량 단조 휠도 한몫을 한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량 휠은 약 10kg대의 무게로 더욱 가벼운 발놀림을 보여준다. 휠 안에 자리 잡은 새빨간 고성능 브레이크는 트랙을 주행하는 내내 지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브레이크 스티어 현상도 억제해 믿음직스럽다.
엔진의 출력은 아쉬움이 없다. 고저차가 심한 인제 스피디움의 오르막 구간에서도 거침없는 가속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높은 출력과 이를 받아내는 8단 습식 DCT의 궁합도 찰떡이다. 의도적으로 변속 충격을 운전자에게 전하는 N 파워 시프트(NPS)는 변속 시 엔진의 토크 저감을 최소화하여 가속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한 N 트랙 시프트(NTS)는 트랙 주행에 맞게 변속 타이밍을 스스로 조절한다. NTS가 선사하는 로직이 환상적이다. 굳이 수동으로 변속하지 않아도 트랙에서 적절한 단수를 맞춰가는 솜씨가 나 같은 초보 드라이버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가속 구간에서는 영화 속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기분으로 스티어링 휠의 빨간 버튼을 눌러보자. N 그린 쉬프트(NGS)는 엔진과 변속기의 최대 성능을 20초간 쥐어짜는 기능이다. 다시 사용하는 데에는 40초가 필요한데 레이싱 게임에서 부스터를 사용하는 느낌이다. 비록 그 차이를 체감으로 느끼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트랙 레코드를 단 0.1초라도 줄이기 위해 공략하는 이들에겐 쏠쏠한 기능임은 틀림없다.
현대차는 코나 N의 예상 판매가격을 3400만원대로 책정했다. 퍼포먼스 모델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래도 비슷한 출력의 경쟁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은 분명한 매력 포인트다.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기능을 가득 채워 넣고, 벨로스터 N과는 다르게 소형 SUV의 실용성도 챙겼다. 일상 주행에서는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트랙에서는 재미있고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녀석은 처음이다.

현대는 고성능 모델을 위해 오랜 시간 칼을 갈았다. WRC, WTCR, 내구레이스 등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했다. 이제 코나 N을 선보이며 예리하게 갈아낸 칼을 빼 들었다. 코나 N에서 좋은 모습을 보았기에, 앞으로 공개될 아반떼 N 역시 기대하게 만든다.

SPECIFICATION
HYUNDAI KONA N
길이×너비×높이  4215×1800×1550mm
휠베이스 260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998cc  |  최고출력  280ps
최대토크  40.0kg·m  |  변속기  8단 DCT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0.0km/ℓ  |  가격  -
 
글 | 조현규 사진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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