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이름을 남긴 군용차들

  • 기사입력 2021.06.25 14:34
  • 최종수정 2021.07.28 15:42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군용차는 은퇴해서 이름을 남긴다. 기술의 발달은 전쟁의 역사와 함께한 만큼 수많은 전쟁사에 굵직한 한 줄을 쓰고 사라진 군용차들을 모았다. 

글 | 조현규

퀴뇨의 증기 자동차

니콜라 조세프 퀴뇨가 만든 증기 자동차는 최초의 자동차임과 동시에 최초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동차다. 프랑스의 포병 장교로 근무하던 퀴뇨는 무거운 대포를 편리하게 운반하기 위해 증기 자동차를 만들었다. 증기 자동차는 네 사람을 태우고 시속 4km로 달릴 수 있었다. 기술적인 한계는 분명했다. 무거운 솥을 달고 다녀야 했으며 조작하기에도

불편했다. 결국 퀴뇨는 시험 운전 도중 담벼락에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2년간 감옥 신세를 져야 했다. 어쨌든 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군사적인 목적이 있었으며 자동차 산업의 시발점이 되었다.

르노 Type AG

1905년에 등장한 르노의 타입

AG는 본래 택시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자동차였다. 기존 르노의 자동차보다 강력한 엔진과

크고 단단한 차체를 갖춰 큰 인기를 끌었다. 결국 런던과 파리의 택시 시장을 장악한 르노는 프랑스 최대

자동차 회사로 올라섰다. 당시 파리에서 운행하는 택시의 3분의 2가 AG였을 정도였다. 또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프랑스 정부는 AG를 활용해 군인 4000여 명을 전선으로 실어 나르기도 하는 등

전쟁사에서도 활약했다.

캐딜락 Type 57

전장에서 활약한 자동차들이 꼭 군용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에서 유럽 전선으로 넘어간 자동차 중 일부는 개인 소유의 승용차였다. 그중에서 특히 캐딜락 타입 57을 주목해야 한다. YMCA의 목사인 존 데니슨이 구입한 타입 57이 유럽으로 보내지면서

진한 파란색에서 군용 녹색으로 바뀌며 프랑스군이 사용한 첫 캐딜락이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원래 타입 57은 미국의 장군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미국 내 내구도 경쟁에서

가장 훌륭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르노 FT-17

르노는 최초의 현대식 전차를 만들기도 했다. 바로 FT-17이다. 전차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참호전’이라 불리는 제1차

세계대전의 양상에서 비롯된다. 깊은 참호를 파고, 철조망을

두른 뒤 기관총을 설치한 전선은 당시의 보병과 포병 전력으로 돌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초의

전차는 기관총의 총탄을 방어하고, 철조망을 무시하며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최초로 등장한 전차는 영국의 ‘Mk’ 시리즈지만, 현대식 전차의 기본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는 360°로 회전하는

포탑, 후방에 배치한 엔진, 돌출된 무한궤도 방식은 르노의 FT-17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다. 게다가 작은 크기, 효율적인 설계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해 기존 자동차 생산 공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처칠 전차

복스홀에서 생산한 A22 처칠 전차는 영국군의 보병 전차로 수많은

파생형이 존재하는 전차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이던 윈스턴 처칠의 이름에서 따온 처칠 전차는 원래 마틸다 전차와 발렌타인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설계됐다. 기존 A20 전차를 급하게 개량하는 과정에서 전차 설계 및 생산에

미숙한 복스홀이 담당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우선 처칠 전차에 탑재된 엔진이 전차의 무게에

비해 출력이 떨어지고 신뢰성 역시 높지 않았다. 또한 무장 역시 약한 편이라 전투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기존 2파운드 포는 건물을 파괴하기에도 부족한 화력이라

부랴부랴 3인치 곡사포를 탑재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1942년 디예프 기습작전에서 투입되었던 전차 대부분이 기계적인 문제로 인해 유기될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포르쉐 티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독일이 가진 4호 전차는 당시 최강의 전차 중 하나였다. 그러나 소련의 T-34, 미국의 M4 셔먼 등 연합군의 전차가 만만치 않은 상대로

부각되면서 히틀러는 4호 전차의 후속으로 더 강력한 전차를 원했다. 그

막중한 임무를 받게 된 것은 바로 페르디난트 포르쉐였다. 특히 포르쉐는 히틀러의 주문에 따라 더 크고

강한 전차를 굴리기 위해 가솔린 엔진과 배터리 팩 및 모터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구동 방식을 개발했다. 하지만

예정된 납기일까지도 성능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만큼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검증된 엔진을 선택한

당시 경쟁사 ‘헨셀’에게 새로운 티거 전차 생산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할리데이비슨 WLA

WLA는 할리데이비슨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위해 출시한 모델이다. 생산량은 무려 9만 대에

달했다. 물론 이 모델들이 모두 전장에 활용된 것은 아니다. 전쟁이

끝난 이후 쌓인 재고는 민간용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이 바이크를 경험했던 젊은이들은 민간에

풀린 WLA를 구입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꾸미기 시작했다. 이때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 초퍼’ 스타일의 할리가 등장했다. 그럼에도 상당한 재고가 남아 소련에 렌드리스(Lend Lease)로 3만 대를 공여했을 정도다. 또한

WLA는 한국전쟁에서도 활약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휴전 이후 민간 혹은 경찰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BMW R75

미군에게 WLA가 있다면 독일군에겐

BMW R75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독일군의 사이드카 바이크가 바로 이것이다. 1938년 독일군의 요청에 따라 R75 개발이 시작됐다. BMW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훌륭한 기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엔지니어를 전쟁터로 파견할 정도로 개발에 열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R75는 박서 엔진이라 불리는 750cc 수평대향 엔진과 크랭크 샤프트로

구동되었다. 가혹한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고 특히 사막과 같은 더운 지역에서 엔진 과열로 퍼지는

일이 거의 없어 독일군의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이 바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내내 독일군의 인원 이송, 보급품 배송, 순찰 및

정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 또한 오늘날 가장 많이 찾는 수집품이 되기도 했는데 그 가격이 무려 4만5000달러에 달한다.

윌리스 MB

흔히 ‘지프차’라고 불리는

이 자동차는 4WD의 대명사라고 불릴 정도다. 이 차를 향한

미군의 사업 계획은 간단하면서도 까다로웠다. 공차중량은 590kg 이하, 적재 중량은 0.25톤, 3명의

사람이 탑승할 수 있을 것, 휠베이스는 1.9m 이하에 최고시속 80km 이상을 요구했다. 당시 기술로는 개발하기 어려운 스펙이어서

이를 해낸 제조사는 윌리스, 포드, 벤팀 단 세 곳이었다. 하지만 생산성을 위해 단일화된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고 결국 윌리스

MA를 개량한 MB를 통합 모델로 선정했다. 윌리스 MB는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총 36만대에 가까운 생산량을 자랑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종전 이후 민수용 개량 모델을 생산해서 판매했다.

퀴벨 바겐 (폭스바겐 Type

82)

독일이 생산한 최초의 다목적 차량으로 히틀러가 페르난디트 포르쉐에게 개발을 요구한 자동차 중 하나로 유명하다. 퀴벨 바겐이라는 단어는 ‘버킷 시트’를 가진 자동차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었지만 오늘날 타입 82를 통틀어

부르는 단어로 사용된다. 그 유명한 ‘비틀’의 설계를 바탕으로 기술을 응용해 만든 퀴벨 바겐은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생산되었다. 뿌리가 비틀인 퀴벨 바겐은 비틀과 마찬가지로 RR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프로드 주행을 의식한 설계로

당시 기준으로 험로 주파 능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공랭식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더운 곳과 추운 곳 모두 활용할 수 있었다. 이처럼 높은 실용성 덕분에 독일군에게 실용적인 다목적차로

큰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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