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포니 시승기, 박물관이 살아있네!

  • 기사입력 2021.06.18 10:2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수많은 올드카들이 전시되어 있는 삼성화재교통박물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모델이 있다. 바로 1년 5개월의 시간과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복원 작업을 거친 포니 왜건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일반 대중들에게도 공개될 예정이지만, 모터매거진을 통해 먼저 살펴보자.
글 | 조현규  사진 | 삼성화재교통박물관

오래전, 한국 땅을 누비던 야생마가 다시 깨어났다. 1년 5개월여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포니 왜건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이하 박물관)의 전문가들이 작은 부품 하나까지 손수 공을 들여 공장에서 막 출고된 것처럼 깨끗한 모습이다. 기자에게는 교과서 혹은 미디어로만 접할 수밖에 없었던 포니인데 그 차가 눈앞에서 숨 쉬고 있으니 마치 과거로 여행을 떠나온 느낌마저 들게 했다.

복원된 포니 왜건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잠시 포니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이미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지만 포니는 현대자동차의 첫 고유 모델이고 한국 최초의 독자 생산 모델이다.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미쓰비시 랜서 1세대의 후륜 구동 플랫폼, 미쓰비시 새턴 엔진을 장착한 파워 트레인이 도입됐다.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오토쇼에서 콘셉트카로 최초 공개되었고 1976년 1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다른 경쟁사들이 세단 형태의 자동차를 생산할 때 포니는 패스트백 형태로 등장해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으며 엔진과 주행성능 등 다양한 측면에서도 경쟁 차들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출시 첫해 1만726대가 판매되어 국내 자동차 점유율 43.5%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픽업, 왜건, 3도어 모델들을 줄줄이 출시하며 다양한 포니 라인업을 구축했다.

문을 열고 포니에 앉으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매트를 대신해 바닥에 깔린 소재다. 요즘 차들은 당연하게 매트가 들어가는데 이 차는 장판과 비슷해 보이는 비닐 소재가 깔려 있다. 당시의 차들은 다들 이런 소재를 깔고 다녔다고 한다. 이때 당시의 차를 타고 다녔던 독자라면 기억할지도 모르겠으나 기자에게는 무척 생소한 이야기라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복원된 포니 왜건의 원래 상태는 대시보드와 스티어링 휠의 손상이 심각했지만 외부 업체의 도움으로 이 역시 완벽하게 복원되어 흠잡을 곳이 없었다. 라디오도 작동이 가능하며 공조 장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에어컨은 없었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에 잠길 것이고, 또 어떤 독자들은 ‘그럼 그때의 자동차들은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냈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당시의 자동차들은 조수석 대시보드 아래에 별도의 에어컨 장치를 달아야 했으며 에어컨 조작 역시 그 장치를 통해 따로 해야 한다. 포니 왜건은 박물관이 가져올 때부터 에어컨이 없어서 별도로 그에 대한 복원은 진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오래된 명마를 깨워보자. 파워트레인까지 완벽하게 복원되어 이른바 단번에 시동이 걸리는 이른바 ‘일발 시동’이 가능하다. 탈탈거리는 엔진음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시끄럽지는 않다. 오히려 듣기 좋은 음색에 가깝다. 포니 왜건은 직렬 4기통 1238cc 엔진에 4단 수동변속기가 조합되어 있다. 얼마만의 수동 운전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클러치를 꾹 밟고 1단 기어를 넣고 천천히 클러치 유격을 맞춰본다. 파워 스티어링조차 없지만, 차체의 무게는 940kg 밖에 나가지 않아 조금만 힘을 주면 돌릴 수 있는 수준이다. 운전하면서 적당히 근력 운동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최고출력은 80마력, 최대토크는 10.8kg·m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차체의 무게가 워낙 가벼우니 경쾌하게 나아가기에 모자람이 없는 수치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만나면 여지없이 실내로 모든 것이 느껴지지만 그런 맛에 이러한 올드카를 타는 것이라 오히려 재미있다. 그렇게 아주 짧은 시간 시승을 끝내고 차에서 내렸다.

오래된 국산차들은 부품 수급의 문제로 원형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오히려 훨씬 더 오래된 수입차들의 복원 난이도가 더 낮다고 할 정도다. 심지어 앞 유리의 몰딩 하나를 복원하는데 10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런데도 이러한 복원 작업을 이어가는 것은 국산차들의 역사를 보존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특히 국내에 10대 미만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포니 왜건과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복원의 의의가 크다.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복원 프로젝트의 14번째 완성품 포니 왜건은 추후 박물관이 다시 열렸을 때 포커스존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복원된 포니 왜건을 관람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옛 추억의 향수를, 누군가에겐 새로운 추억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SPECIFICATIONHYUDNAI PONY길이×너비×높이  3980×1560×1360mm휠베이스 2340mm  |  엔진형식  I4, 가솔린  |  배기량 1238cc최고출력  80ps  |  최대토크  10.8kg·m  |  변속기  4​​​​​단 수동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  |  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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