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타이거, 기아 모하비

  • 기사입력 2021.06.14 16:30
  • 기자명 모터매거진

모하비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났다. 왕복 1000km가 넘는 길에서도 나름대로 편안함을 제공했고, 실내는 정말

넓었다. 그리고 든든한 대형 SUV를 원하는 이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글, 사진 | 유일한

기아 모하비와 이틀을 함께 하게 되었다. 본래대로라면 그냥 왕복만

하고 끝날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동만 했다. 군용차 특집을 만들기 위해 기아를 압박해 봤지만, 결론은 ‘코로나 위험으로 인해 군용차 공장 출입 금지’였다. 결국 모하비의 형제로 태어난 기아 소형전술차는 그 모습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보냈다. 결국 지금까지 탑승해 본 기아 군용차는 K-111, K-131(레토나) 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만 봐서는 쉽게 짐작할 수 없지만, 소형전술차는

모하비에서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가져와서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미군이 사용하던 ‘험비’를

민수용으로 만들었던 ‘험머’와도 같은 이미지다. 물론 소형전술차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단순히 ‘나이를 먹은 중년들이

좋아하는 대형 SUV’였지만, 시대가 변하고 군용도 되었으니

모하비도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한다. 디자인을 크게 바꾸면서 새로 태어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모하비는 과연 군용차에서 느낄 수 있는 든든함을 보여주고 있을까?

든든함을 보여주면서 장거리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모하비를 타고 본의 아니게 장거리를 떠나게 되었다. 아쉽게도

모하비의 특기를 발휘할 오프로드는 가 보지 못했지만, 또 다른 군용차와 잠시나마 함께 했으니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도록 하자. 어쨌든 저녁이 넘어서 밤이 다 되는 시간이지만, 출발해야 한다.

굵은 선, 사각의 향연

모하비는 태어날 때부터 각을 세우고 있었다. LED 헤드램프와 새로운

디자인을 받아들인 지금도 모하비는 전면을 꼿꼿하게 세우고 다니는 중이다. 그 동안 공기역학을 고려한다는

미명 하에 앞에다가 경사를 준 SUV들을 보다가 모하비를 보고 있으니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어쩌면 이 모하비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오리지널 SUV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모습인 만큼 이대로 군용차로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각을 세운 외형과 다르게 실내는 그래도 최첨단을 받아들였다.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내비게이션 화면 그리고 전자동으로 조절되는 에어컨이 반긴다. 요즘 차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밤에 은은하게 빛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있다. 요즘 차들처럼 실내 하단을 완전히 둘러서 밝히는 방식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포인트는 될 것 같다. 오디오도 렉시콘을 사용하고 있으니, 장거리

주행에서 음악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면 주행 능력은 어떨까?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6기통 버전이라고 제법 적은 진동을 가진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네 바퀴를 굴리는데, 중요한 것은 모하비는 아직도 프레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승차감을 조율해도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만약 예민한 운전자라면, 차체의 상부와 하부가 따로 움직이는 것 같은 이질감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모하비가 안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 프레임과 차체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는 일치하기 때문이다. 고속을 넘어 초고속 영역으로 진입하면 불편해지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그 영역까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주행 속도를 맞춰 장거리를 달린다면, 진동 때문에 엉덩이가 아파서 휴식하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장거리 주행 중 멈춘 이유가 ‘화장실 해결’과 ‘연료 보급’ 이었으니 말이다.

서스펜션도 그렇다. 아무래도 프레임 바디인데다가 오프로드 주행도 고려해야

하니 단단함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승차감을 고려해서 약간의 부드러움은 갖고 있기에 가족이

같이 탑승해도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시승한 모델은 5인승이지만, 트렁크가 꽤 넓기에 7인승 모델을 선택해도 된다. 7인승 SUV가 꼭 필요한데 오프로드 성능도 챙겨야 한다면, 모하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 하다.

아무래도 장거리 주행을 하는 만큼 운전 중 피로는 어쩔 수 없다 싶었는데,

ACC를 비롯한 다양한 ADAS 시스템이 갖춰졌으니 고속도로 운전은 생각 외로 편했다. 아무래도 차체 크기가 있어서인지 예민하게 동작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정체된

도로에서 ACC를 작동시켰다가, 생각 외로 넓게 띄워진 빈

공간을 ‘양보하는 공간’으로 착각한 다른 자동차들이 잇달아

침범해 오는 바람에 수동으로 거리를 조절해야 했던 기억도 있다.

비록 오프로드는 달려보지 못했지만, 모하비가 그대로 군용차가 되었다면

군인들의 이동 중 피로 하나는 확실히 덜었을 것 같다.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과거와는 달리 복잡한

변속이 필요 없고, 힘이 넘치는 디젤 엔진은 부드러움까지 갖췄으니 진동으로 인한 피로도 적다. 보병들과 함께 전장을 고속으로 달려나가기에는 최적의 모델인 셈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들을 공유하고 있기에 고장이 나도 수리가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구형의 느낌이 나는 각이 진 SUV’이지만, 다시 보면 ‘전장과

민간 시장에서 전천후로 활약할 수 있는 자동차’라는 느낌이 제대로 살아난다. 병사들과 함께 장거리를 가뿐하게 주행할 수 있고, 피로를 덜면서

전장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 군이 수행한다는 ‘아미타이거 4.0’을 떠받들 자동차들 중 하나가 될 모하비는 지금도

군인들 옆에서 그리고 우리 옆에서 활약을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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