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함 그리고 부드러움, 기아 K8 하이브리드

  • 기사입력 2021.06.14 09:37
  • 최종수정 2021.06.14 10:17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제는 엔진의 배기량이 자동차의 전부가 아니다. 준대형 세단도 연비를 아끼는 동시에 출력을 챙길 수 있다. 기아 K8 하이브리드가 그 시대를 열어간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엔진과 전기모터가 짝을 이루는 하이브리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런 미래를 그린 사람들이 있었을까? 아무리 전기모터가 힘이 좋다고 해도, 엔진과 모터를 합치면 제법 힘이 난다고 해도 준대형 이상의 자동차는 배기량 2.0ℓ 이상의 엔진을 탑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은 기아 역시 마찬가지여서, K8의 전작인 K7만 해도 2.4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했었다. 그래도 일반 엔진보다는 연비가 훨씬 우수했다.

이제 K8의 차례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등장 자체는 예고된 것이었지만, 배기량을 이렇게까지 낮출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1.6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는 터보차저 엔진을 사용하지 않기에 의문이 먼저 들었지만, 사실 이런 조합을 오래전부터 먼저 사용한 곳이 있다. 바로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F1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WRC 무대에서도 거의 동일한 일이 일어난다.그러니 이제 의문은 고이 넣어둘 때다. 중요한 것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장점을 얼마나 잘 살렸냐는 것이다. 즉, 우수한 연비가 나오는지, 거대한 차체를 끌고 가는 데 있어 부족함은 없는지, 그리고 주행 중 조용한 실내를 만드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K8 하이브리드는 그 모든 것을 평균 이상으로 잘 해내고 있었다. 이전에 탑승했던 6기통 엔진 버전보다도 더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조용함과 편안함을 위하여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모습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선대 모델인 K7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때는 공기 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스포크가 거의 없는 형태의 휠을 사용했었기에 측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이 좋아졌는지, 이제는 일반 모델과 차이가 거의 없는 휠을 장착했다. 엠블럼을 파란색으로 물들이지도 않았으니 겉으로 봐서는 더욱더 모른다. 트렁크 오른쪽에 작게 붙은 하이브리드 레터링만으로 구분해야 한다.

K8에 적용한 그릴은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와서 봐도 신기하다. 기아의 상징인 ‘호랑이 코 그릴’ 안에 무수한 다이아몬드 형상을 배치했는데, 자동차 색상에 영향을 받는다. 사실 이게 형상으로 그릴을 만들어냈으니 알아보는 것일 뿐, 만약 그것도 없다면 아주 매끈한 형태의 앞모습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 옆으로 별들이 흩뿌려진 듯 만들어진 LED 주간주행등 겸 방향지시등이 있는데, 터널에서 보면 존재감이 대단하다.

실내 역시 계기판에 등장하는 그래픽을 제외하면 일반 모델과 동일하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볼 때마다 신기함을 자아내는데, 시인성도 꽤 좋고 터치가 편해서 다른 모델에도 보급해주었으면 한다. 스티어링 휠 한가운데 박힌 기아의 새로운 엠블럼은 이제 많이 익숙해졌고, 깔끔하다는 생각도 든다. 센터 터널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변속기가 있는 부분이 배의 앞머리처럼 살짝 위로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변속기가 손에 좀 더 잘 잡힌다.이제 달려볼 시간이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음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만, 그 소리가 불쾌하게 들려오지는 않는다. 아니, 소리 자체가 거의 들려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맞다. 방음 자체에도 신경을 썼겠지만, 엔진 자체의 조용함도 꽤 인상적이다. 물론 엔진이 깨어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도 정지 중에나 느껴질 뿐, 주행 중에는 느낄 수 없다.

주행 모드가 에코에 설정되어 있기에 모드를 바꿔보려고 했는데, 에코와 스포츠 단 두 개만 설정할 수 있다. 스마트 모드가 있기는 한데, 필자가 원하던 노멀 모드는 아예 없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정도면 에코 모드는 기본이라는 뜻일까. 아쉬운 대로 스마트 모드로 맞추고 출발한다.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덩치가 사뿐하게 움직인다. 조금 출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오른발에 힘을 더 주기만 하면 그만이다.본격적으로 주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오른발에 힘을 주어도 폭발적인 가속이라는 느낌은 오지 않는다. 즉, 독일 출신의 스포츠카들 같은 짜릿함은 없다는 것이다. 대신 느긋함 속에서 오는 여유 있는 가속이 있다.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미국 출신의 자동차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전에 경험했던 3.5ℓ 가솔린 엔진 정도는 아니지만, 체감상 3.0ℓ 가솔린 엔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소배기량에서 올 수 있는 조급한 마음’은 전혀 없다.

게다가 조용하다. 조용한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조차 거의 없다는 것은 이전에도 제대로 체험했다. 엔진을 크게 깨우지 않는 하이브리드라서 그 조용함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음악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운전하는 데 알맞은, 잔잔하면서도 리듬 있는 음악을 골라 재생하면, 메리디안의 오디오가 잘 살려준다. 여러 음악을 재생해 보니 힙합보다는 클래식 음악을 더 잘 살려주는 것 같다.도심에서 얌전히 달리는 데 특화되어 있긴 하지만, 와인딩에서 코너를 유린하는 실력도 갖추고 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면 시트 옆구리가 부풀면서 상체를 잡아주고, 엔진이 깨어있는 시간이 늘면서 배터리를 재빠르게 충전해 준다. 엔진과 모터의 출력을 합칠 일이 많으니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코너에서 조금 속력을 내면 쉽게 미끄러지는 타이어가 아쉽긴 하지만, 서스펜션은 의외로 코너에서 잘 버텨준다.

잠시 즐거움을 누리다가 감속하는 것을 깜박했다. 갑자기 앞에 나타난 과속방지턱을 보면서 ‘아 충격이 크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별다른 충격 없이 가뿐하게 넘어버렸다. 결코 낮은 방지턱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나중에 매뉴얼을 살펴보고 나서야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승차감도 좋으면서 코너에서 잘 버텨준다 싶었다. 만약 편안함을 절대적으로 누리고 싶다면, 이 옵션은 필수로 선택해야 할 것 같다.처음에는 연비를 챙기겠다고 생각했는데, 달리다 보니 스포츠 모드를 많이 사용했고 오른발에서 힘을 푸는 일이 너무 적었다. 최악의 연비를 기록했다고 생각했는데, 계기판을 보니 17.3 km/ℓ의 연비가 기록됐다. 인증받은 복합 연비보다 더 좋은 셈이다. 생각해 보니 K8 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중에도 수시로 엔진을 끄고 모터가 개입했다. 게다가 K8 중에서는 꽤 가벼운 편이니 연비가 좋은 것도 당연하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려 다시 한번 K8 하이브리드를 살펴봤다. 제법 힘도 있고 연비도 챙기고 게다가 조용하고 편안하기까지 하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미래가 보인다. 게다가 엔진 배기량이 적은 만큼 세금이 저렴하고,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도 챙길 수 있다. 이쯤에서 갑자기 2.5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K8의 안위가 살짝 걱정되지만, 뭐 어떤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인 것을.

SPECIFICATION_KIA K8 HYBRID길이×너비×높이  5015×1875×1455mm  |  휠베이스  2895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598cc  |  최고출력  180ps최대토크  27.0kg·m  |  변속기  6단 자동  |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7.1km/ℓ  |  가격  428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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