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아기 사자, 푸조 308 GT 팩

  • 기사입력 2021.06.07 09:13
  • 기자명 모터매거진

2세대 푸조 308은 이미 신형 모델이 발표된 이른바 ‘끝물’ 모델이다. 끝물 모델인 만큼 훌륭한 상품성을 가득 채워 넣었다. 프랑스 차 특유의 감성과 운전이 재미있는 해치백을 원하는 운전자들에게 이 아기 사자는 춤을 추며 자신의 매력을 발산한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푸조 308은 푸조에게 꽤 중요한 모델이다.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 골프와 승부를 겨뤄야 하는 해치백 모델이며 2013년 첫 출시한 2세대 모델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50만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비운의 모델인데 타본 사람은 엄지를 치켜드는 모델 중 하나다. 비록 3세대 모델이 발표되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모델이 되었지만 2세대의 상품성을 쥐어 짜낸 일종의 파이널 에디션과 같은 GT 팩 모델을 출시했다.

GT 팩의 디자인은 고성능 모델인 308 GT와 모습이 거의 흡사하다. 2013년에 첫 등장한 자동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지금 보아도 꽤 세련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너무 화려하지 않아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얌전히 서 있는 아기 사자의 모습을 감상하며 8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젊은 모습에 감탄한다.전면부는 LED로 멋을 부렸다. 헤드램프에 LED를 촘촘하게 심어 예쁜 눈썹을 만든 모양새다. 앞 범퍼와 헤드램프가 맞닿는 부분에 눈에 띄는 굴곡을 넣어 아기 사자가 첫 사냥에 나서는 눈빛을 만들었다. 안개등 역시 LED로 만들었으며 순차 점등 방식의 방향지시등을 사용해 멋을 더했다. 308 GT 팩의 전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크롬 소재의 입체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역동적인 인상을 고조시킨다. 물론 요즘 나오는 차들이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지만, 비교적 차분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으니 잠시 눈을 감아주자. 이 차가 등장한 것은 2013년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며 말이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전형적이고 정석과 같은 해치백 디자인이다. 캐릭터 라인은 둥그스름하고 단단한 이미지로 만들었으며 아주 약간의 근육을 가지고 있는 모양새다. 휠은 308 GT와 동일한 18인치 디자인을 적용했다. 굵직한 5개의 스포크 주위로 짧은 선들을 더해 바람개비 같은 디자인이다. 과하게 멋을 부리지 않아 308의 이미지에 찰떡이다. 벨트라인의 높이 역시 적당한 편이며, 사이드 스커트를 장착해 제법 잘 달릴 것 같은 자세를 완성했다. 루프라인은 아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뒤로 흐르는 모습이다. 이러한 장르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후면부 디자인 역시 깔끔하다. 푸조 디자인의 특징인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모양의 리어램프 디자인 역시 적용되어 있다. 듀얼 머플러 팁도 적용됐다. 실제 배기구는 땅을 향해 있지만,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이만한 장치가 또 없다. 범퍼의 디자인은 위아래로 꽤 두툼한 편이다. 이 때문에 엉덩이가 제법 무거워 보이는 인상이다. 308 GT가 아닌 308 GT 팩 모델이지만 GT 마크 역시 장착하고 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을 잘 챙긴 모습은 칭찬하고 싶다.

아기 사자의 외모를 감상했으면 이제 문을 열고 올라탈 차례다. 물론 인테리어 구성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다. 그런데도 그렇게 뒤처져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출시 당시 디자인이 시대를 앞서 나간 덕분이다. 계기판에는 아이콕핏이라 불리는 10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탑재되었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다만 계기판 좌우로 빈 공간이 플라스틱으로 남아있는 것과 조작할 때 메뉴를 빠르게 넘기면 꽤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여 아쉽다.한눈에 보기에도 크기가 작은 팔각형의 운전대는 기분 좋게 손에 감긴다. 패들 시프트 역시 장착되어 있으며 곳곳에 레드 스티치로 한껏 고성능 분위기를 낸다. 알칸타라 시트는 세미 버킷 타입으로 운전자의 몸을 잘 지탱한다. 아기 사자가 운전자의 몸에 꾹꾹이를 하는 것처럼 제법 시원한 안마 기능까지 탑재했다. 다만 방석이 작은 것인지 기자의 엉덩이가 큰 것인지 꽉 끼는 느낌이다. 등받이 각도를 다이얼 방식으로 돌려서 조작해야 하는데 다이얼의 위치가 제법 깊은 곳에 있어 조작하기 상당히 불편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트 포지션이다. 운전대의 상단이 절묘하게 계기판을 가린다. 그렇다고 계기판을 잘 보기 위해 높이를 맞추면 운전 자세가 이상하다. 운전대가 과도하게 아래로 내려가거나 천장에 머리가 닿는 등이다. 이는 다른 푸조 모델들을 시승하면서도 가끔 느낀 문제점인데 시트 포지션 조절 범위가 크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센터페시아를 보면 비로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터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으며 공조 장치 조작 역시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은 따로 지원하지 않지만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아쉬움을 달랜다. 비상등과 환기 버튼 등 일부 스위치 및 오디오 볼륨 다이얼이 크롬 가니시와 함께 배치된다. 오디오 볼륨 옆의 크롬 가니시는 과거 CD 삽입구의 흔적이다. 손으로 눌러보면 푹푹 들어가는 마감이 아쉽다.

실내에서 느끼는 개방감이 탁월해 작은 차지만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수납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컵 홀더는 팔걸이에 단 하나뿐이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커피를 들고 타면 둘 중 한 명은 커피를 내내 들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태울 때 손에 무엇을 들고 타야 할지 미리 계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시동을 걸고 아기 사자와 함께 달려보자. 앞선 인테리어에 대한 불만은 차를 움직이면서 제법 해소된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5ℓ 디젤 엔진이 아이신제 8단 자동 변속기와 궁합을 맞추고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131마력, 최대토크는 30.6kg∙m다. 숫자로 보면 출력이 낮아 보이지만 차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결코 부족한 성능은 아니다. 저속에서 발휘되는 충분한 토크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터보랙은 경쾌한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이렇게 활기찬 엔진과 조합된 자동변속기 역시 똘똘하게 변속을 해내 기특하다. 또한 이 정도 출력은 쥐어 짜내며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출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차만의 운전 재미를 전달한다.

디젤 해치백의 특징인 훌륭한 연비도 갖췄다. 이 차의 복합연비는 15.1km/ℓ지만 이 이상의 연비를 달성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달성한 트립 상 최고 연비는 22.7km/ℓ인데 주변 교통 흐름을 제법 앞서가며 달린 것을 생각하면 더 높은 연비를 달성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운전의 재미를 더해주는 장치도 준비했다. 스포츠 모드를 켜면 으르렁대는 가상 엔진음을 들려준다. 분명 4기통 디젤 엔진이지만 마치 8기통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를 타는 기분이다. 조그마한 아기 사자가 으르렁대는 모습에 실소가 나오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푸조 308 GT 팩이 의외로 아쉬운 모습을 보인 것은 서스펜션 세팅이다. 프랑스 차 특유의 쫀득한 핸들링을 기대했지만 코너를 만나면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얇고 단단한 타이어가 땅을 붙잡고 코너를 돌아가는데 하체가 허둥대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댐퍼가 지나치게 부드러운 탓이다. 활발한 엔진은 차를 더 몰아붙이고 싶게 만들지만 부실한 하체가 도통 따라오질 못한다. 코너에서 우아한 춤을 추길 바라지만 요상한 춤을 추고 있으니 잘 어르고 달래야 한다.달리는 아기 사자는 멈추기도 잘 멈출까? 일단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믿음직스럽다. 다만 노즈다이브 현상과 브레이크 스티어도 발생한다.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형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저속에서의 제동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브레이크 페달을 아무리 살살 밟아도 부드럽게 정차하지 못하고 팍 서버리는 모습은 푸조의 특징이기도 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서 이러한 모습은 은근한 스트레스 요소로 다가온다. 물론 이러한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느껴보아야 할 것이다.

308 GT 팩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운전의 재미, 높은 효율성을 겸비한 자동차다. 전기차와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이러한 디젤 해치백의 경제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 춤추는 아기 사자는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시대가 외면하는 디젤 파워트레인과 한국 시장에서의 낮은 인지도는 이 녀석의 발목을 강하게 붙잡는다. 비록 3세대가 공개된 시점에서 만나는 마지막 2세대 모델이지만 남들이 몰라주는 매력을 잔뜩 품고 있는 자동차임은 분명하다.

SPECIFICATION _ PEUGEOT 308 GT PACK길이×너비×높이  4255×1805×1470mm  |  휠베이스  2620mm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1499cc  |  최고출력  ​​130ps최대토크  30.6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15.1km/ℓ  |  가격  ​​​​​​​​​ 347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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