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AR BEAUTY, 렉서스 뉴 LS

  • 기사입력 2021.06.05 12:5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시대가 갈수록 렉서스는 진화한다. 이전보다 더 철저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동차에 장인 정신을 담는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LS는 전보다 더 깊어진, 그러면서도 익숙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담고 우아하게 도로를 감싼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자동차에 변화가 필요할까 아니면 진화가 필요할까. 굳이 답을 한다면, ‘자동차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겠다. 그렇다면 좀 더 질문을 다듬어볼까? 플래그십 세단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익숙함도 말이다. 그래서 플래그십 세단은 ‘파격’을 외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어 한다. 언제나 새로 태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장에 등장한 자동차의 숙명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맛을 느끼기 위해 주기적으로 단골 식당을 찾으면서도 새로움은 느끼고 싶어 한다. 이 급의 자동차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그런 경향을 보인다. 누구보다도 바쁘게 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기에 다양한 산해진미를 즐겨야 하지만, 일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는 입에 익숙한 한식을 즐긴다. 그런 면에서 무릇 플래그십 세단이라고 하면 편안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 안에 익숙함이 들어가 있다면 더 좋다.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렉서스 뉴 LS는 그러한 ‘익숙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이전 LS는 참신한 스타일과 화려한 실내,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려 했다. 변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잘 받아들여졌지만, 익숙함을 그리워하고 단골 식당을 자주 찾는 이들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뉴 LS의 변화는 한마디로 말하면 ‘렉서스가 추구하는 원점으로의 회귀’다.

달이 만드는 은색 그림자페이스리프트인 만큼, 이전과 비교했을 때 변화는 크지 않다. 그래도 한눈에 보면 알 수 있을 만큼 전면 인상이 차분해졌다. 그 변화는 헤드램프와 전면 범퍼 형태에 집중되어 있는데, 특히 헤드램프가 단정하게 다듬어졌다. 이전 모델에서 ‘Z’자를 그리던 헤드램프를 기억한다면, 이 변화가 꽤 마음에 들 것이다. 물론 렉서스의 상징인 L자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은 유지하고 있으므로, 밤에도 이 차가 렉서스라는 것은 그대로 드러난다.범퍼 모서리의 라인을 수직으로 다듬고 앞바퀴에서 범퍼까지의 거리를 짧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측면에서 보면 역동성이 유지되지만, 전면은 차분하다. 두 개의 영역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한데, 여기에 느긋함도 갖추고 있다. 자세히 보면 스핀들 그릴도 다크메탈릭을 사용해 차분하게 다듬었다. 테일램프는 형태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전에는 크롬으로 장식되었던 부분을 검은색으로 다듬어 안정감을 주고 있다.

사실 제일 큰 변화는 따로 있다. 바로 새로운 색상, 루나 러스터(Lunar Luster)다. 렉서스가 추구하는 ‘실버’를 극대화한 것으로, 밤에 뜬 달이 호수 또는 바다 위를 비추며 만드는 길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빛의 변화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 특징으로, 시간이 지날 때마다 그 느낌이 조금씩 달라진다. 은색이지만 언제나 똑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광택과 깊이가 달라진다. 마치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말이다.그 색을 만들기 위해 렉서스는 상당한 노력을 가했다. 얇은 알루미늄 조각들을 페인트에 섞어서 만드는데, 최신 기술을 이용해 고밀도로 차체에 뿌리기 때문에 매끄러우면서도 거울 같은 질감이 만들어진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빛을 만들려면 짙은 어둠도 있어야 하기에 구현이 상당히 어렵다. 칠흑 같은 밤이라도 약간의 빛이라도 있으면, 은은하게 빛나는 은색의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 만약 LS를 생각하고 있다면, 꼭 느껴봐야 할 색이다.

일본의 아름다움을 옮겨온 실내는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신 필요한 곳은 변화를 단행했는데, 이전과 달리 운전자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온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그동안 안전을 위해 터치를 허용하지 않던 렉서스였지만, 변화의 물결 속에서 ‘터치를 허용한다면 운전자가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타협을 본 것이다. 사용 빈도가 높은 열선 시트와 스티어링 스위치가 센터 콘솔에 추가된 것도 그렇다.인간을 맞이하는 환대의 극,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는 더 정밀하게 다듬어졌다. 만약 플래티넘 사양에 적용된 2열 오토만 시트의 넓은 레그룸 그리고 온열 기능을 포함한 리프레시(마사지) 기능에만 눈이 간다면, 다른 시트에도 앉아 보기를 바란다. 몸에 걸리는 곳이 없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렉서스의 장인들이 시트 표면에 바느질할 때 위치까지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반발 우레탄 패드까지 있어 쾌적함이 배가된다.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성숙해지다렉서스의 편안함은 ‘조용함’과 ‘극히 적은 진동’에서 온다. 날카롭게 달리려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는 것이 렉서스의 플래그십다운 행보다. 그래서 뉴 LS는 역동성을 살짝 내려놓고 과거의 LS가 그랬던 것처럼, 와인잔으로 탑을 쌓고도 안정적으로 주행했던 그 조용함과 안정감을 다시 살려냈다. 그 안에 담긴 변화는 사실 풀체인지에 가깝기에 단순히 ‘페이스리프트’라는 이름 하에 모든 것을 묶기는 힘들다.출발할 때부터 그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단순히 방음재를 좀 더 사용한다든지 그런 얄팍한 기교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버전의 엔진 변화는 적은 편이지만, 엔진 자체를 건드려 소음을 개선했기에 이전보다 조용해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엔진 마운트에도 변화를 주어 진동도 줄어들었다. 물론 오래 달려야만 알 수 있는 소소한 변화지만, LS의 그 맛이 다시 살아난 것 같기에 반갑다. 출발할 때 엔진 회전이 억제되는 것도 그러한 조용함에 일조한다.

이전에는 없었던 변화가 또 있다. 주행 중 엔진을 끄고 모터가 수시로 개입해 조용함이 배가된다. 이전의 렉서스는 유독 고속 주행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고 엔진 소리도 조금 커졌는데, 이제는 고속 주행에서도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물론 모터 개입으로 인해 주행할수록 점점 높아지는 연비는 덤이다. 이러한 플래그십 세단에서 리터당 10km를 넘는 연비를 기록하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도 줄어든다.최근 자동차들이 적용하고 있는 런플랫 타이어는 무거운데다가 측면이 딱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승차감을 해치게 된다. LS가 선택한 방법은 그 런플랫 타이어를 개선하는 것. 측면을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만들어 타이어의 무게도 가벼워졌고, 서스펜션에 걸리는 부담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새로 개발한 AVS(Adaptive Variable Suspension)를 결합해 하체의 움직임을 차분하게 만들고 좀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었다.

그래서 앉아 있으면 부담이 없다. 제한속도를 지키는 일반적인 주행이라면, 뒷좌석에서 느긋하게 두 다리를 뻗고 몸을 편안하게 누일 수 있다. 조용하고 느긋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주행하는 것, 그것이 본래 렉서스가 아니 LS가 추구하던 것이었다. 조금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비로소 본질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환대를 받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 다른 브랜드는 쉽게 하지 못하는 렉서스만이 할 수 있는 그것이다.

렉서스 뉴 LS는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것은 렉서스를 찾는 이들이 오랫동안 원했고 익숙하게 즐겨왔던, 그 맛이다. 밤에 뜨는 달이 언제나 그 자리를 비추며 길을 만들듯이,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주인이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맛을 만들듯이, 렉서스도 오랜 시간이 지나 비로소 숙성된 맛을 LS에 넣었다. 달이 비추는 그 아름다운 길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닐며, 오늘도 LS는 매혹적인 은빛을 휘날린다.

SPECIFICATIONLEXUS LS 500h길이×너비×높이   5235×1900×1460mm  |  휠베이스  3125mm엔진형식  V6+E, 가솔린  |  배기량  3456cc  |  최고출력  299ps최대토크 ​​35.7kg·m  |  변속기  ​​​​​​CVT+자동 4단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9.6km/ℓ  |  가격  1억6750만원 렉서스 LS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1세대1989 ~ 1994토요타가 ‘F1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해 결실을 본 모델이다. 예산과 시간에 제약을 두지 않았으며, 그 결과 기존의 토요타 플랫폼 또는 부품을 사용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탄생했다. 개발 과정에는 수많은 기술자들이 참여했고 450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품평을 거쳤다. 1989년에 디트로이트 모터쇼 무대에 올랐으며, 출시 후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던 플래그십 모델들의 판매량을 가볍게 능가했다. 그 명성에 힘입어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에도 등장했다.

2세대1994 ~ 2000외형만으로는 1세대와의 구분이 어렵지만, 플랫폼이 개량되어 최소 회전반경이 줄어든 것은 물론 휠베이스 확장으로 인해 실내 공간이 크게 개선되었다.1세대에서 불만으로 꼽혔던 브레이크 성능은 알루미늄 캘리퍼를 적용해 개선했으며, 엔진도 대대적으로 개량해 출력을 향상시키고 경량화를 진행했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며 5단 자동변속기를 도입, 연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며 ACC 기능도 도입되어 편안함이 증가했다.

3세대2000 ~ 2006이전과는 달리 곡면을 활용해 우아하게 다듬어낸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공기역학 측면에서 당시 판매되던 자동차들 중 가장 우월한 성능을 가지게 되었다. 실내는 고급 호텔의 객실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시트는 여객기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 영감을 얻었다. 8기통 4.3ℓ 가솔린 엔진이 준비됐으며 세라믹 촉매를 사용해 배출가스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차체 길이가 좀 더 늘어났으며,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4세대2006 ~ 2017새로운 엔진과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한 풀체인지 모델이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으며, 엔진도 배기량이 늘어나고 직분사 방식을 도입했다. 양산 모델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으며, 그만큼 연비도 좋아졌다. 이때부터 렉서스는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발산하기 시작했는데, L-피네스(Finesse)를 내세워 우아함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계 최초로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되었다.

5세대2017 ~ 현재TNGA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플랫폼, GA-L을 받아들였다. 스핀들 그릴과 Z자 형태의 헤드램프를 조합한 파격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으며,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도 도입했다. 쿠페 모델인 LC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역동성을 중시했는데, 아쉽게도 판매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며 ‘본질로의 회귀’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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