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트랙데이, PLAY WITH BULLS

  • 기사입력 2021.06.04 12:22
  • 기자명 모터매거진

투우장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글|안진욱  사진|최재혁
 
고요한 강원도 인제군에 황소들이 울부짖는다. 소리만 들어도 오싹하고 흥분되기 시작한다. 트랙 위에 람보르기니들이 떴다. 역시 슈퍼카는 트랙에 있을 때 더욱 빛난다.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는 페인트가 발려진 스프린터 우라칸과 슈퍼 SUV 우루스들이 피트 앞에 정렬되어 있다. 피트 위에 람보르기니 간판까지 걸려 있으니 그 그림이 더욱 근사하다. 인제스피디움에는 람보르기니 전용 라운지가 있다. 람보르기니 오너라면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서울이 국내 시장에 성의를 표하고 있는 것이자 이로 인해 오너들에게 로열티를 심어준다. 오늘 하루만큼은 나도 람보르기니 오너(?)이니 이곳을 이용한다. 그리고 람보르기니 우라칸과 우루스를 타고 트랙을 누빌 예정이다.  

먼저 우루스를 골랐다. 우라칸이 트랙에 더 적합하기에 우루스로 몸을 풀고 우라칸을 즐길 계획이었다. 공도에서는 우루스를 많이 타봤지만 트랙은 처음이다. 지상고가 높은 SUV지만 스포츠 세단 수준의 코너링 실력에 놀랐었다. 물론 일반 도로인지라 한계까지 밀어붙여보지는 못 했지만 품고 있는 실력은 가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승차감을 보장하면서 롤링과 피칭을 잘 억제하는 서스펜션이 인상적이었다. 트랙에서는 어떨까? 큼지막한 코너는 물론 짧은 코너나 테크니컬 구간도 손쉽게 정복한다. 무거운 차체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직진성능은 말할 필요 없다. 정말 빠르다. 브로셔에 적힌 스펙 그대로다. 아니 그 이상이다. 여기에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뒷받침되니 트랙에서도 즐겁게 탈 수 있다. 웬만한 고성능 세단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제 하이라이트 우라칸 타임이다. 준비되어 있는 우라칸은 총 3대다. 에보 스파이더, 에보 쿠페, 그리고 RWD 쿠페다. 시작은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화려한 사운드가 나를 감싼다. 10기통 자연흡기 배기 사운드는 정말 매력적이다. 라이벌 모델들이 전부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기에 이 소리가 더욱 소중하다. 낮은 회전수에서는 중저음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고회전으로 갈수록 톤이 높아져 소름이 돋는다. 인스트럭터의 무전이 잘 안 들릴 정도의 볼륨과 음악이 필요 없는 음색을 자랑하는데 다음 세대 우라칸도 이 엔진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발∙∙∙.

스파이더 모델을 트랙으로 가져왔을 때 걱정되는 부분은 차체 강성이다. 일반 공도에서 섀시의 뒤틀림이 느껴지는 경우는 없었지만 트랙에서는 극한으로 차를 몰아 세우기 때문이다. 역시 슈퍼카 브랜드답게 트랙 주행을 감안하고 차를 만들었다. 차체에 스트레스가 가장 많이 받는 복합코너에서도 섀시가 엉키지 않고 뒤가 잘 따라 왔다. 트랙데이를 즐기기에 아쉽지 않다. 프로 드라이버 수준으로 차를 타야 한다면 스파이더 보다는 쿠페 모델이 적합하겠지만 보통 소비자라면 이 정도 강성에 만족 못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변속기도 어찌나 빠른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7단 듀얼클러치 유닛은 변속속도도 훌륭하지만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고 열에도 강했다. 트랙을 끊임없이 여러 세션을 타면서 혹사해도 지치지 않았다.

다음으로 에보 쿠페다. 스파이더 보다 가볍고 차체 강성도 좋다. 후륜조향 및 토크 벡터링 시스템까지 달려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서킷을 타기에 가장 적합하다. 역시는 역시다. 완벽하다. 적응할 시간도 필요 없다. 인스트럭터가 모는 우루스를 과감하게 쫓아 갈 수 있다. 사륜구동이라 해서 핸들링이 둔하지도 않다. 후륜구동을 모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운전실력 보다 더 높은 영역에서의 움직임을 안전하게 보여준다. 자칫 내가 운전 잘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우라칸이 알아서 해주고 있는 것이다. 노면이 불규칙한 코너가 몇 개 있었는데 트랙션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RWD 모델이다. 사륜구동 모델과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 차가 더 예민해 운전하기 까다롭다. 앞바퀴에 구동력이 전달되지 않아 스티어링 피드백이 솔직하며 코너 탈출 시 조금이라도 빨리 스로틀을 열어버리면 뒤가 바깥으로 빠져버린다. 운전 실력이 신랄하게 드러난다. 드라이빙에 자신 있는 이라면 후륜구동 모델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최근 슈퍼카들이 운전하기 편해졌는데 RWD는 올드스쿨 슈퍼카다. 행사인지라 드리프트를 해 보진 못했지만 랩타임 보다는 날리면서 타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은 무조건 RWD를 선택해야 한다. 퍼포만테나, STO처럼 본격적인 하드코어 버전은 아니지만 진정한 펀카다. 600마력이 넘는 파워를 뒷바퀴로만 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되며 이 긴장감이 기분 나쁘지 않다.

신명 나게 트랙 주행을 마치고 라운지로 돌아오면 세션 마다 과외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주행 후 프로 드라이버에게 드라이빙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평소에 차를 잘 탄다고 자부하는 아마추어 드라이버에게 아주 귀한 시간이다. 공도에서 빠르게 달린다고 운전을 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트랙이 말해준다. 녹화 된 영상을 보면서 이상적인 라인과 진입 및 탈출 속도, 그리고 코너 공략법에 대해 배웠다. 트랙 경험이 많음에도 이렇게 제대로 배워 본 것은 처음이었다. 배우고 다음 세션에서 적용해 보면 차의 움직임이 확연히 달랐다. 코너 스피드도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고의 차로 최고의 선생님한테 배우니 성적이 바로 올라간다.

역시 람보르기니는 공도에서도 좋지만 트랙에서 진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줬다. 당연히 잘 달리겠다고 예상했지만 그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온 종일 트랙에서 람보르기니를 가지고 놀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서스펜션이다. 보통 람보르기니하면 승차감이 딱딱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공도 주행에서 준수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단단하지만 요철에 튀지 않을 정도의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트랙에서는 댐핑압력과 스프링레이트가 더 강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이 들 만큼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수확은 람보르기니의 기가 막힌 하체 조율을 느낀 것이다.    

LAMBORGHINI LOUNGE인제 스피디움에는 람보르기니 고객 전용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다. 람보르기니 서울이 주최하는 이벤트에 참가시 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가 준비하는 드라이빙 행사는 서킷 체험 프로그램을 필두로 드래그 레이스, 코칭 주행 및 짐카나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된다. 만약 이 라운지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담당 딜러를 통해 신청 후 사용 가능하다. 물론 람보르기니 서울에서 출고 한 고객이어야 한다.

URUS PEARL CAPSULE오렌지 색상의 결이 다르다. 람보르기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컬러지만 뭔가 다른 분위기다. 우루스 전용 커스터마이징 옵션인 펄 캡슐 에디션이다. 2021년 모델부터 제공될 예정인 이 트림은 람보르기니 시그니처 컬러인 지알로 인티(Giallo Inti), 아란시오 보레알리스(Arancio Borealis), 그리고 베르데 맨티스(Verde Mantis)에 하이-글로스 4단 펄 효과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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