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 기사입력 2021.06.01 16:1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전기차가 이제서야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관련 문제는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배터리 재활용 문제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지금부터 해결해야 한다.

글 | 유일한

2020년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만 1016대다. 코로나 19로

인한 영향 속에서도 꾸준히 판매가 이루어졌고, 2019년보다 약 4%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국산 브랜드의 전기차만 취합한 것이니, 수입 브랜드의 전기차를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이 판매되었을 것이다. 충전은

하지 않지만 전기는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차, 완속 충전이 가능한 PHEV 등을 합하면 판매량은 훨씬 더 많다. 올해는 현대 아이오닉 5 등 새로운 전기차도 활발히 등장하니, 판매량이 더 기대가 된다.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방면의 전문가들이 오래

전부터 제기해 온, 전기차 배터리 처리 문제이다. 국내에서

일찍이 전기차 판매를 독려해 왔던 제주도에서는 이 문제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렌터카로 사용되다가

업체 부도 또는 사고 등으로 인해 제 때 폐차되지 못하고 공터에 단체로 주차되어 있는 전기차는 애교 수준이다. 진짜

문제는 ‘배터리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이다.

현재 제주도 내에 있는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내에는 전기차에서 꺼낸 폐배터리가 잔뜩 쌓여있다. 제주도는 이를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재생해 가로등 또는 양식장에서 사용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재는 배터리 수명도 알아내기 힘들고 무엇보다 ‘전기제품

안전 인증’을 진행할 방법이 없다. BMW 코리아가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해 풍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저장하는 ‘e-고팡’을 개발했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장 3-4년 후에 닥칠 미래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최대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즉, 자동차 구매 후 10년

뒤에는 폐차 또는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몇 개 나오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2024년에 1만 3천개 이상의 배터리가 버려지며, 2026년에는 4만개 이상이 버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판매 돌풍을 일으킨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6가

수명을 다 하는 2031년에는 그 규모조차 짐작하기 힘들 것이다.

이것도 전기차만 합산한 것이고, 하이브리드와 PHEV 모델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그나마 이 모델들은

엔진을 가동할 수 있으니 배터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반 운전자들은 당장 배터리를 교체할 만큼 출력 하락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IT 기기들에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그나마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활용이 잘 된다.

그럼 전기차의 배터리는 어떤 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을까? 일단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리유즈(Re-Use). 말

그대로 배터리를 재 사용하는 것이다. 새 배터리에 비해 축전 용량이

70% 이하로 감소했지만, ESS 등 다른 곳에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다. 두 번째는 리사이클링(Re-Cycling). 리유즈가 불가능한 배터리에서

고가의 희유금속(레어메탈)을 추출해 새 베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다.

리유즈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법령이 필요하다면 빠르게 개정을 하면

되고, 측정 또는 인증 설비가 필요하다면 빠르게 도입하면 될 일이다.

물론 배터리 잔량 분석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지만, 인력 또는 로봇을 투입하면 해결될 일이다(오늘도 공밀레……). 올해 2월,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대여 실증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리사이클링은 과연 어떨까? 사실 이 쪽은 쉽게 발전할 수

없다. 일단 리유즈든 리사이클링이든 배터리의 탈거 및 해체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나마 팩(Pack) 상태로 해체하는 것은 상황이 낫지만 좀 더

작은 단위 그러니까 모듈(Module) 또는 셀(Cell) 단위로

해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해체 중 발생할 수 있는 유독가스에 대비한 공기정화 및 화재 발생에 대비한

소방설비 등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라고 배터리가 다 똑같지는 않다. 제조사 그리고 모델별로 다양한

디자인을 갖기 때문에 탈거 및 해체작업은 로봇에게 맡기기 힘들다. 배터리 해체를 위해 노동자가 갖춰야

되는 복장도 안전모, 안변보호구, 절연화, 절연장갑, 방염복, 화학복, 방진마스크, 보안경 등 꽤 많다.

그래도 이 복장과 안전장비를 꼭 갖춰야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잘못 해체하면 불산가스가

발생하는데, 대량의 가스를 흡입하게 되면 목숨이 위험하다.

국내에서는 기아와 SK이노베이션이 이 부문에 도전하고 있다. 배터리의 잔존성능이 낮을 경우 기아는 배터리를 셀 단위로 분해하고 SK이노베이션은

자체 기술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금속자원을 회수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에 활용한다. 기술 자체는 개발되어 있는 것 같지만, 문제는

처리 속도다. 두 회사 모두 처리 가능한 배터리 숫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발생하는 폐 배터리에 대응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 될 것이다.

폭스바겐 그룹도 리사이클링에 도전 중이다. 현재 독일 잘츠기터(Salzgitter)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설을 설립하고 연간 최대 3,600개의

배터리(약 1,500톤에 해당)를 재활용할 예정이다. 배터리를 해체한 뒤 알루미늄 케이스 등을 분리해

우선적으로 재활용하고 배터리 모듈을 분쇄한 뒤 분말로 만들어 하이드로매탈러지컬(Hydrometallurgical)

공정을 통해 개별적인 원재료로 분리한다. 시설이 확장되면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구조물의 90% 이상을 재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앞뒤 과정은 살펴보지 않고 주행 중 발생하는 배출가스에만 집중한다면, 전기차를

진정한 친환경차로 만들 수 없다. 이제는 전기차 보급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배출되는 배터리의 처리까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타이어와 브레이크 분진 문제도

해결하고 말이다. 완벽한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길은 멀고 험하고 많은 돈이 든다. 높은 곳에 있는 자동차 광고판에 낙서한다고 이루어질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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