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밴 한 판 붙어! 기아 카니발 VS 혼다 오딧세이

  • 기사입력 2021.05.29 10:14
  • 최종수정 2021.06.28 17:16
  • 기자명 모터매거진

SUV가 득세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미니밴은 다시 한번 날아오를 수 있을까? 의외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가족의 구성과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미니밴들 중에서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혼다 오딧세이, 기아 카니발을 무대로 불러냈다. 

EXTERIOR 
글 | 조현규
두 대의 미니밴을 나란히 세웠다. 장르의 특성답게 두 녀석은 압도적인 덩치를 자랑한다. 단순히 수치로만 살펴보면 오딧세이가 조금 더 길고 높지만 폭은 같고 휠베이스는 카니발이 더 길다. 실제로 봤을 때는 카니발이 더 커 보이고 당당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기아가 카니발의 디자인 코드인 ‘웅장한 볼륨감(Grand Volume)’을 통해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오딧세이와 함께 있으니 확실히 느껴진다. 또한 카니발은 전체적으로 굵은 직선을 사용했으며 오딧세이는 유연한 곡선을 사용해 카니발이 더욱 웅장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두 차의 전면을 살펴보자. 우선 카니발은 독특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심포닉 아키텍처 그릴과 날카롭게 꺾인 주간 주행등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각형 헤드램프는 두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안쪽은 하이빔을, 바깥쪽은 로우빔을 담당한다. 헤드램프의 양 끝이 날개처럼 펼쳐진 모양이라 시선이 더욱 바깥쪽으로 분산되어 차가 더 커 보이는 느낌을 전달한다. 카니발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오딧세이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한층 더 당당하고 듬직해 보인다.

오딧세이의 전면은 카니발에 비해서 심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끄는 부분은 양측 헤드램프를 잇는 크롬 장식이다. 이 모습이 마치 일자 눈썹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외에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담백하고 무난한 프런트 디자인이다. 한동안 일본 차의 전면 디자인이 부담스러울 만큼 과격했는데, 이번에는 힘을 좀 뺀 느낌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참 아이러니한 게 막상 얌전한 디자인을 보고 있자니 심심하고 지루해 보이기도 한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측면은 오히려 카니발이 밋밋해 보인다. C필러의 입체 패턴이 적용된 크롬 가니시와 2열 도어의 레일이 눈에 띄는 정도다. 오딧세이와 비교했을 때 벨트라인이 더 높은 편이라 비교적 그린하우스가 답답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아쉬운 점은 앞서 말한 2열 도어의 레일이다. 오딧세이는 2열 도어 레일을 유리창과 보디 패널 사이에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해 깔끔한 모습이지만 카니발의 도어 레일은 측면 디자인을 다소 번잡스럽게 만들었다.

오딧세이의 옆모습은 제법 역동적인 편이다. 굵은 캐릭터라인을 두 줄로 그어놓았고 벨트라인에 크롬 장식을 덧대어 세련미를 더했다. 게다가 2열의 벨트라인을 살짝 꺾어 놓는 기교를 부리면서 지루하지 않고 신선한 느낌을 전달한다. 창문의 사이즈가 큼직하고 3열 창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놓아 그린 하우스가 넓어 보인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도어 레일을 숨기는 센스는 칭찬할 점이다.

마지막으로 두 차의 엉덩이를 살펴볼 차례다. 카니발은 좌우가 연결된 슬림한 리어 램프와 크롬 가니시, 웅장한 후면 범퍼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리어 램프에도 헤드램프에서 보았던 날카롭게 꺾인 램프가 점등되는 기교를 부렸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리어 범퍼 하단에 오밀조밀하게 배치했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테일게이트에 깔끔한 가로선을 그려 넣어 리어 램프와 조화를 이룬다.

오딧세이의 후면부는 각 부분이 큼직하게 디자인되어 존재감을 과시한다. 집게 같은 디자인의 리어램프와 그 사이를 잇는 크롬 장식이 잘 어울린다. 리어 윈도 역시 시원하게 뚫려있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카니발만큼 기교를 부리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멋스러운 라인을 그려놓았다. 방향지시등은 적색 램프가 깜빡이는데 이는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이라 판단된다.두 차 모두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 미니밴이라는 장르를 각자 다르게 해석하여 디자인했는데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각 브랜드의 개성이 잘 드러났고 각자 해석한 방향에 맞게 예쁘게 만들어졌다. 다만 카니발의 디자인이 조금 더 젊고 세련된 모습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카니발은 풀체인지 모델이고 오딧세이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는 점에서 오는 한계다.

INTERIOR 글 | 안진욱미니밴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주성이다. 넓은 공간으로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다. 먼저 기아 카니발을 먼저 둘러보자. 최신 기아의 인테리어를 잘 녹였다.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운전자를 향한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에 버튼을 최소화해 요즘 차 분위기가 물씬 흐른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알맞고 그립감도 괜찮다. 다이얼 타입 기어 노브는 쉽게 적응된다. 페달은 플로어 타입으로 장거리 주행에도 발이 쉽게 피곤해지지 않는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차의 장르를 고려하면 소중한 아이템이다.

시승차 시트는 베이지 톤이라 화사하고 실내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시트 자체의 쿠션감도 좋고 가죽질도 준수해 안락한 느낌이다. 카니발은 2열과 3열은 독립 시트로 복도를 마련하고 4열까지 이용할 수 있다. 4열은 형식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성인이 앉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건장한 남자를 태워봤는데 고문이 따로 없었다. 반면 2열과 3열은 레그룸이 부족하지 않아 장거리 이동에도 편안했다.

아쉬운 점은 트렁크다. 평소에는 4열을 접어놓더라도 3열 등받이까지의 공간이 크지 않아 큰 짐을 싣기 어렵다. 만약 3열까지 접으면 공간은 넓지만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 수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혼다 오딧세이는 3열을 접어도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었다. 골프백 4개를 세로로 깔끔하게 담을 수 있는 오딧세이다. 트렁크의 약점은 있지만 편의사양은 국산차답게 빵빵하다. 오딧세이보다 선루프도 하나 더 있다. 최신 차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카니발에서 만날 수 있다.

이제 오딧세이로 넘어가자. 앞서 카니발의 페달에 대해 언급했다. 오딧세이는 카니발과 달리 펜던트 타입이다. 그 때문에 가속을 위해 발에 힘이 더 들어가 피로가 일찍 찾아왔다. 이 부분은 카니발의 승리다. 인테리어는 취향에 따라 나뉘겠지만 오딧세이의 실내는 조금 투박하다. 기본기에만 신경 쓰고 겉멋에는 관심 없는 연구원들이 직접 디자인한 것일까? 화려함은 없지만 오래 타도 질리지는 않을 것 같다. 대칭형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에 각종 스위치의 배치를 상단으로 올려놨다. 덕분에 운전 중에 버튼을 쉽게 찾아 활성화할 수 있다. 반면 메인 디스플레이 크기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수납공간은 넉넉하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에 큰 수납함이 있다. 작은 가방까지도 넣을 수 있는 사이즈이며 여행 갈 때 용이하다. 냉장 기능까지 있으면 음료수를 시원하게 마실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그 기능은 빠졌다. 오딧세이의 매력 포인트는 천정에 달린 디스플레이다.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운다면 디스플레이의 유무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된다.

카니발이 밝은 톤으로 실내를 꾸몄다면 오딧세이는 다크 브라운으로 무게감을 준다. 가죽은 부드럽고 두껍게 시트를 감싸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2열과 3열 공간은 카니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 탑승자가 얼마나 양보하는지에 따라 모두가 평화롭게 탈 수 있다. 등받이 각도는 카니발과 마찬가지로 조절할 수 있어 플래그십 2열 수준으로 이동할 수 있다.

PERFORMANCE 글 | 유일한먼저 말해 둘 것이 있다. 오딧세이는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고, 카니발을 상대적으로 작은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굳이 이렇게 비교를 한 이유는 카니발의 인기 때문이다. 사전 계약 진행 시 고객의 80%가 디젤 엔진을 선택했다고 하니, 다수가 선택하는 디젤 엔진을 갖고 와 비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딧세이는 라인업에 아예 디젤 엔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가솔린 엔진으로 진행하게 된다.

오딧세이의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은 역동적인 성능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출력에 여유를 두고 느긋한 주행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가솔린 엔진의 특성상 조용함도 갖고 있으니 소음을 싫어하는 가족들에게 딱 맞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로 혼다에서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다. 엔진 회전을 최소한으로 묶어주고 촘촘하게 변속하고 있으니, 변속 시 느껴지는 잠시간의 위화감조차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이 시점에서는 엔진 소리도 높지 않다.운전이 익숙하고 달리기를 즐기는 운전자라면, 이 시점에서 스티어링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쓰고 싶어질 것이다. 조용하던 엔진은 5000회전을 넘기는 순간부터 조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숨겨두었던 힘을 발휘한다. 예전에 혼다가 시빅 타입 R을 통해 보여주었던 ‘2단 로켓’ 수준은 아니지만, 그 편린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 이렇게 운전하면 휘발유가 급속도로 줄어드니, 가족이 없을 때만 즐기도록 하자.이런 거대한 미니밴에서 코너링 성능을 논한다는 게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고속 주행에서도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지려면 서스펜션은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 차체가 워낙 든든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최소한의 하중 이동만으로도 부드럽게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뭐니 뭐니 해도 미니밴을 개조해 ‘파이크스 피크’ 등 레이스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혼다가 만들었으니 말이다.

카니발의 디젤 엔진도 느긋한 주행을 위해 다듬어졌다. 배기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디젤 엔진의 특성상 토크가 꽤 높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 영역, 그러니까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지키는 내에서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다. 혼다의 10단까지는 아니지만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으므로 변속 시에도 충격이 그리 전해지지 않는다. 가족들을 태우고 주행해도 잔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카니발 역시 패들시프트를 갖고 있으며, 수동 변속을 즐길 수 있다. 엔진을 깨우는 것은 좋지만, 경쾌하게 회전을 끌어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단순히 디젤 엔진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회전 질감이 매끄럽지 않다. 게다가 이렇게 고속으로 달리게 되면, 소음이 크게 들려온다. 1열에서는 그것을 느끼기 힘들지만, 2열에서는 확실하게 소음이 들려오므로 동승한 가족에게 항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진동도 조금씩 전달된다.

코너링 성능은 과연 어떨까?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확실히 코너링 성능은 나아졌다. 그런데도 오딧세이와 비교하기에는 이르다. 코너에서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운전석에서 그대로 느껴지며, 뒷좌석에서는 그 느낌이 더 심해진다. 코너를 그렇게 돌아나갈 운전자가 거의 없을 테니 그렇게 만든 것이겠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타이어는 아마도 승차감을 고려해 장착했겠지만, 고속 주행이 많다면 조금 더 그립이 좋은 것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연비 면에서는 아무래도 카니발이 오딧세이보다 월등하다. 트립 컴퓨터에 기록되는 연비도 그렇지만,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유지비 면에서는 카니발이 압승이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파고들면, 오딧세이도 그렇게 연비가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6기통 엔진을 갖고 있지만 필요에 따라 실린더를 3개만 가동하기 때문이다. 만약 고속도로를 정속으로 주행한다면, 10km/ℓ가 넘는 연비를 손쉽게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총평두 모델을 모두 운전해 본 기자들은 오딧세이를 더 많이 선택했다. 공간의 여유와 조용함, 가족이 모두 편안하게 이동한다는 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카니발 역시 꽤 좋은 선택이다. 준수한 외형과 다양한 옵션, 지갑을 고려한 디젤 엔진이라는 막강한 무기로 무장했으니 말이다. 장거리를 주행할 일이 많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즘에서 궁금한 것이 새로 태어난 토요타 시에나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카니발과도, 오딧세이와도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과연 시에나의 순위는 어느 정도일까? 이번 대결에 참가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SPECIFICATION _ KIA CARNIVAL길이×너비×높이  5155×1995×1740mm  |  휠베이스 3090mm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2151cc  |  최고출력  202ps최대토크  45.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12.5km/ℓ  |  가격  4808만원SPECIFICATION _ HONDA ODYSSEY길이×너비×높이  5235×1995×1765mm  |  휠베이스 3000mm엔진형식  V6, 가솔린  |  배기량  3471cc  |  최고출력  284ps최대토크  36.2kg·m  |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9.0km/ℓ  |  가격  5790만원

글 | 안진욱, 유일한,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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